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제가 구제불능인가요....

비관남 |2014.11.03 13:55
조회 803 |추천 0
이제 언제까지 30대 게시판을 기웃거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저보고 한심하다고도 하겠고 어차피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치면 제가 이러는 것이 괜한 푸념인지도 모르겠습니다...익명이니 제가 뭐라한들 일상이 바뀔 것도 아니고 푸념이라도 안 하면 갑갑하네요.
한 때는 취미삼아 이종격투기에 헬스까지 하며 식스팩에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저였지만 이제는 나이 때문인지 출장 다녀오고 주말 내내 시름시름 앓아누워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집이 별로 편하지가 않아 정신적으로 더 쌓이기만 하던 지난 이틀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부모님 방침에 따라 남자는 장가가기 전까지는 집에서 살으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결혼한 형도 장가가기 전까지는 의사 생활하며 인턴에 레지던트하는 그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집에서 왔다갔다하는 생활을 하셨죠. 
자연히 저도 집에서 다니는데 결국 주말에 부모님이 앉혀놓고 점심 식사 때부터 시작, 저녁 무렵까지 제 결혼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내일 모레면 곧 4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이제 그만 제게서 벗어나고 싶으시다는 뜻입니다.
당연하죠. 70 넘은 나이에 아직까지도 아버지는 소일거리로 아침에 출근하는 저를 버스 정류장까지라도 태워주시겠다고 차 몰아주시고 어머니는 제 도시락 싸주시고...그런 모든 면들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돌아보니 스스로가 한심합니다.
어릴 때야 누구나 그렇듯 다 꿈이 컸죠. 누군들 서울대 안 가고 싶고 누군들 유학 가서 하버드 안 나오고 싶었겠습니까. 누군들 사회 생활 처음부터 억대 연봉 안 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제 사회라는 곳이 꼭 능력만으로 풀리는 곳이 아님을 알고 좀 더 신중하고 계획성 있게 살아올걸 지난 세월 후회만 남습니다.
어릴 때는 그래도 좀 좋은 학교 나왔다고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을 '월급쟁이나 할 한심한 놈들'이라고 비하하고 유학 준비하고 공부하다보니 어느덧 30살...그 무렵 넘치는 자신감에 '난 남들이 300~400선에서 벌벌떠는 월급쟁이나 할 때 최하 대기업 부장급의 3~4배 연봉을 당연시하는 고급 직종에서 처음부터 사회 생활할 엘리트'라는 되지도 않는 부심에 결혼도 미루자는 자신감에 가득찬, 참 뭣 모르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한심한 도령이었죠. 
지금이야 40을 바라보는 나이라 완전히 꺽이고 그런 생각이 많이 사라졌지만 30대 대부분을 그렇게 철없고 한심한, 누가봐도 어이없는 자부심만 가득한 상태로 살았던 저 같은 놈에게 주말에 부모님께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실, 몇 년간 제가 유학 가 있었던 동안 금융 위기를 겪으며 집안의 가세가 많이 기울었고 이제는 아버지 앞으로 나오는 국민 연금 외에는 돈 나올 구멍이 전혀 없는 처지로 몰락했다는 놀라운 말씀. 지금까지 제가 형식상 '유학 보내주신 것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드린 월급이 부모님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놀라운 말씀도 하시네요.
부모님은 이제 걱정 놓으시라, 이제 내가 벌면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지만 결혼 이야기에 조건 이야기 나오기 시작하니까 이렇게까지 스스로가 비참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힘들더군요. 
40 바라보고 줄이장창 공부만 한 연구 계통에 있는 평범한 월급쟁이인 나를 누가 거들떠 보겠느냐.........처음에는 이야기가 오가던 여자도 중간에 다리를 놔준 중매쟁이가 우리 아버지가 사업하는 사람인 줄 알고 놔준 것이었는데 은퇴한 월급쟁이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는 여자 집에서 거절했다..........선이라는 것은 부모가 개입하는 것이고 부모가 개입하면 어차피 조건인데 너처럼 공부해서 학위 몇 개 좀 있다는 것 제외하고는 모아놓은 재산도 뭐도 없이 집안마저 몰락해서 생계대책이라고는 아들 밖에 없는 집하고는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 등등등.........
'내가 암에 걸렸으면 그냥 멋지게 살다 확 죽으면 죽었지 항암 치료한다고 머리 벗겨지고 병원에서 질질거리는 모습은 죽어도 안 보일거다'라는 자존심의 아버지께서 아들이 벌어오는 월급에 손 벌리려니까  죽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모습 보는 것도 같은 남자로서 너무 괴롭습니다.
그런데 한 두명도 아니고 선 보자고 다리 놓여진 여자 집에서 프로필 보는 족족 '은퇴한 월급쟁이 집 아들은 싫다'고 딱지 맞고는 자존심 상해하시는 부모님을 옆에서 보는 것도 너무 죄송스럽네요.
친한 후배는 이야기 합니다. 진심에서 다가가고 사랑을 하면 된다고..자기는 무일푼의 장교였을 때 결혼했다고 힘내시라고 하지만...
저 때문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부모님 보는 것도 괴롭고...선 보기도 전에 집안 어려운 놈 싫다고 줄줄이 딱지 맞고...급기야는 '기생 오래비처럼 생겨가지고는 그 나이 되도록 장가 안 갔으면 어지간히도 여자 많이 후렸을텐데 그런 놈에게 내 딸 못 줘'라는 모욕까지 당하고 정말 살아갈 의욕이 완전히 꺽이네요.
이런 제게 필요한 것이 더 따끔한 야단인지 위로인지...술도 못하는 체질이라 술도 못 마시고. 장가간 형은 형수 눈치 보여서 말도 못 꺼내겠고.
앞이 안 보여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