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과는 이전 직장부터 15년간 파트너같이 일하며 아주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전 지난 9월말 불혹의 나이로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되었구요. 저희 부부는 물론 모두들 너무 기뻤는 데 사장님은 달가워하지 않으시더군요. 제 임신 소식을 들은 후 첫 마디는 '일 그만둬야겠네?'였어요. 아무리 장난이라해도 너무 서운한 말 아닌가요? 12년간 큰 회사에 팀장으로 있다가 3년전 사장님만 믿고 퇴사 후 새로 만든 회사에서 혼자 연차나 여름휴가도 없이 2년간 일했습니다. 작년에 남직원 한명 들어와서 어렵게 2일의 여름휴가를 가져봤고 올해는 휴가도 없이 지내는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저 포함 모두 4명이고 물론 휴가를 다녀온 사람도 있습니다.
임신을 하고 거의 7주차에 병원에 갔는 데, 10일이 넘도록 아기집이 커지지 않았다면서 유산의 가능성을 얘기했습니다. 일주일간 안정을 취하고 다시 보자고 하셨어요. 월요일에 회사 출근해서 이러한 얘기를 하고 며칠간 쉬고싶다고 했어요. 생각해 보겠으니 앉아서 일하고 있으라더군요.그러고나서 한참 뒤 직원들을 불러서 '쟤가 이러저러한 상황이니 쉬라고 하고 우리가 도와주자' ??? 뭘 도와주자는거지? 어차피 회사일 내가 다 하고 있으니 휴가동안 나눠서 하자는 얘기? 전 아직까지 도와주자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고맙게도 전 그날 오전근무를 마치고 일주일의 휴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모두들 고마웠어요. 다행히 일주일 후 병원에 가니 아기집이 조금 자라있었습니다. 실제 보다 주수가 2주 느리긴 했지만요. 병원에서 2주 후에 와서 심장소리 듣자고 하셔서 많이 기뻤습니다.
그런데 병원 검진 2일전, 지난주 목요일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는데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지만 오후 1시부터 피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선 하던 일 마무리하고, 겁이 나서 사장님께 말씀드렸는 데 다른 일만 하시더군요. 좀 기다리다 어떻게 해야되느냐고 난 병원가봐야 할 거 같다고 얘길했는 데, 출근 시간에 화장실 다녀오는 걸 뭐라 할 수 없지만 그날 제 출근이 15분가량 늦었다면서 나무라더라구요. 아침 화장실 갔을 때부터 피가 비쳤다고 먼저 말을 했는데두요. 사장님이더라도 남자인 데 이런 얘기하는 게 전 편할까요? 오피스텔이라 사무실내 화장실도 못 쓰고 항상 1층 공동화장실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이래저래 출근시간 늦지말라는 훈계를 듣고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병원을 찾았지만 유산인 거 같다고, 며칠 기다려보고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확인해봐서 아니면 수술해야한다고 들었습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눈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금요일에는 신랑이 아침에 사장님과 통화한 뒤 저한테 아무 생각말고 쉬고 있으라고 했어요. 지옥같은 주말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전에 전 신랑에게 다시 사장님과 통화해주길 부탁했어요. 그 누구와도 통화를 할 수가 없었거든요. 양가부모님도 동생들도요. 신랑은 죄송한 마음에 사장님 댁으로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신랑의 말, 사장님이 너가 직접 전화 안하고 자기가 왔다고 기분 나빠하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저와 신랑은 바로 병원을 향했습니다. 목요일 이후 계속 안 좋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아이는 이미 유산되어 있었고 곧 수술에 들어갔어요. 또 한참을 울었어요. 수술 후에도...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했었는 데 쉽지는 않았어요.
집에 돌아와서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늦게 전화드려서 죄송하다구요. 그리고 퇴근시간에 전화주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녁 8시가 지나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전화를 드렸어요. 술 한잔 하시고 퇴근하시는 중이더군요.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느냐, 너가 원하는 게 뭐냐 그러셨어요. 제가 전화 안 드린 거 죄송하다, 그치만 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어느 누구와도 통화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해해주셨음 좋겠다. 그랬더니 결론은 내가 너 이해 못해줘서 서운하다는 거네? 난 너의 이런 행동들이 기분 나쁘고 화가 나니, 너 신랑이랑 둘이 어떻게 할지 의논해서 다시 전화해. 그랬습니다. 다시 전화드려서 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또 말씀드렸습니다. 주말내내 아무 얘기도 없다가 월요일에 신랑이 집앞에 찾아와서 말하면 그만이냐고 하셔서 제가 미처 연락할 생각도 없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점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 점은 정말 죄송했어요, 지금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예요, 수술하고 집에 누워있는 저한테 밤 9시가 넘도록 네번의 통화를 하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며칠간의 휴가를 갖고 싶은 것이 제 욕심일까요? 전 아직까지는 유산 후 슬픔때문에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어제 마지막 통화에서는 내일은 쉬고 집에서 중요한 일은 없는지 이메일 체크하라고 하면서 내일 다시 통화하자고 하셨어요. 그리고 회사에 있는 다른 여직원은 감기몸살로 아프다 걱정하면서요.
전 적어도 이틀정도의 시간을 원하고 있었는데 제 욕심이고 이기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리고 제가 잘못한 점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