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필자가 운영하던 롤러코스터에서
너무나도 밝고 예의가 바른 여고생 삼총사와 찰칵.
지금은 이 세 여고생들이 20대가 되어 대학생이거나 멋진 사회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전 놀이동산직원이 들려주는
100%리얼 놀이동산 이야기!
EP2. 조갑경 닮은 아줌마 편
저는 6년동안 놀이동산에서 근무하면서
거의 90% 이상 롤러코스터를 운영했었는데요,
그런데 문제의 그날은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360도 뺑글뺑글 도는 회전형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날이었어요.
한 승물에 4명씩 앉아서 타는 제법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였습니다.
그날은 근처 학교에서 안 오고,
놀러온 학교들이 다들 지방 멀리서 온 학교들이었던 지라,
잠깐 머물다 다 가버리는 바람에,
점심 때까지 반짝 바쁘고 오후되니까 손님이 쫙 빠져버려서
엄청 한가해졌던 날이었습니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잠시 놀이동산인 걸 망각하고
제가 듣고 싶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를 놀이기구에서 틀고 있었어요.
미친 거 알아요. 이해해주세요.
당시 전 진짜 서른즈음에 였습니다.
-_-
그렇게 한참을 김광석형의 노래에 푹 빠져있는데...
그러다가 한참만에
아주 활기찬 세 여자분의 손님이 오셨어요.
40대 초중반으로 이루어진
3명의 주부군단 누나들이었어요!
그녀들의 등장에 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엠피쓰리를 황급히 눌러대며 발라드 폴더를 나가고,
놀이동산에서 틀면 정말 전율인 노래
HOT 캔디로 바꾸며
밝고 경쾌하게 손님들을 맞으러 뛰쳐나갔어요.
그리고 손님들께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지요.
마치 손님이 그리웠던 것마냥.
가식을 탐스럽게 담았어요.
-_-
"어서오세요! 2시간 동안 사람이 그리웠던 직원입니다!
사람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으하...으하하...으하하하!!!
"
내 인사에 세 주부님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스테이션으로 들어오셨어요.
그런데 그녀들이 친구들끼리 놀이동산 놀러온다고 멋을 한껏 내셨더라고요.
호피 입으신 분도 계시고,
딱 봐도 소싯적에 한가락 했을 것 같은 포스들.
여러분 가수 조갑경 알죠?
종합예술인 홍서범 부인.
그런데 셋 중에 가장 예쁜 한 주부님이
가까이에서 보니 조갑경을 너무 닮은 거에요!
표검사하다가 깜짝 놀랐어요.![]()
너무 닮아서.
순간 진짜 조갑경인줄.
그런데 이 주부님이 머리도 진짜 작고
더 날씬하고 진짜 조갑경보다 더 예뻤어요.
뭔가 잘 다듬어진 조갑경 느낌?
그런데 제가 이 조갑경 닮은 주부님
기분 좋으시라고, 립서비스로
위에서 한 말
그대로 다 해드렸어요.
-_- ㅋㅋㅋㅋ
조갑경 진짜 닮으셨다,
들어오시는데 순간 진짜 조갑경인 줄 알았다,
학창시절에 별명 조갑경이었지 않냐,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다,
근데 조갑경 그냥 닮은 게 아니라,
조갑경보다 훨씬 날씬하고 얼굴도 작으시고...
무언가 닮았지만 그냥 닮은게 아니라
조갑경을 조물주가 이쁘게 잘 다듬어놓은 느낌이다,
등등등등...
주부님께 조갑경과 비교를 하며
나불나불 드립까지 쳐댔어요. ㅋㅋㅋ
아! 이 말도 했어요.
혹시 남편분도 홍서범 닮은 거 아니냐,
부부끼리 연예인 닮은 꼴 아니냐 등등등...
세 주부님들 월드컵에 올라타서 보조벨트 하는데
옆에서 그렇게 계속 주부님 기분좋으라고 드립치며 쫑알댔어요.ㅋㅋㅋㅋ
다행히 조갑경 닮은 주부님은
제 드립을 기분 나빠하지 않으시고 계속 미소로 답하셨어요.
뭐, 하긴. 조갑경 정도면.
조갑경 원래 옛날에 미녀가수에 속했는데 모.
게다가 조갑경을 이쁘게 다듬어놓은 느낌이라고 해줬는데.
기분 나쁠 일이 없지. 훗.
여러분들, 박치기차 그러니까 범버카 한번씩 다들 타보셨죠?
범버카 타면 상체 고정해주고 충격 완화해주는
보조벨트를 어깨에 메잖아요.
이 놀이기구는 박치기차보다 훨씬 격하기 때문에
승물좌석에 탑승하면
어깨에 보조벨트를 직접 메고 타야되는데요.
(물론 360도 공중에서 돌기 때문에 무릎 위에 자동 안전바가 따로 있음)
이게 은근히 긴장도 하고
의자에 앉으면 각이 잘 안나와서
못메고 헤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오오! 그런데 조갑경 닮은 아줌마.
양옆에 두 친구가 벨트 못메고 낑낑대며 헤매니까
엄마처럼 자상하게 한사람 한사람 다 벨트를 손수 메주고 있더라고요.
근데 잠시 후 골때리는 상황이 펼쳐졌어요.
그렇게 옆에 친구 벨트는 똘망똘망 잘해주더니만
정작 자기 벨트는 못하고 헤매고 있는 거에요,
아놬ㅋㅋㅋㅋㅋㅋㅋ
가끔 있어요.
남의 벨트만 잘 해주고
정작 자기꺼 못하고 멘붕빠지는 손님들.ㅋㅋㅋㅋ
옆에 두 주부님 벨트는 조갑경 닮은 주부님이
이것도 못하니 바보얌! 이라고 하며 둘 다 손수 해주고,
그리고나서 정작 자기껄 못하는 대 반전을 보여줘서
결국 조갑경 닮은 주부님 벨트는
제가 해드리고. ㅋㅋㅋㅋ
뭐... 이해는 해줬어요.
사는 게 그런거지.
ㅋㅋㅋㅋ
조갑경 닮은 주부님.
매우 창피해했어요.
하지만 해맑게 웃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
운행이 시작되었어요.
기구가 정점에서 360도로 미친듯이 회전했어요.
세 주부님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완전히 날려버리려는 듯
거의 괴성에 가깝게 소리를 질러댔어요.
꺅! 꺄아악! 꺄아아아아~!!!!![]()
여고생들 같았어요.
물론 소리만요.
그런데 제가 또 조갑경 닮은 주부님께
그 공중에서 돌고 있는 와중 속에서도
계속 마이크로 드립을 쳐댔어요.
"누나도 360도 도니까 어쩔 수 없네요.
입 벌리고 타시면 안되요!
옆으로 돌기 때문에 침이 옆으로 흐를 수 있어요."
등등등... 고급진 멘트들의 연속.
-_- 헤헤.
아! 조갑경 닮은 그녀의 왕년의 히트곡도 언급해주었어요.
노래 틀어드리고 싶은데 내 엠피에
내사랑 투유(조갑경 히트곡)가 없다
조갑경 노래는 틀 수가 없다, 너무 옛날 노래여서...
라고 하며 조갑경 닮은 것 갖고 드립을 쉬지 않고 날렸어요.
쫑알쫑알~
나불나불~
아! 운행이 끝나갈 때쯤에는 마이크로 이 말도 했어요.
다음엔 남편분이랑도 놀러와라,
남편분도 웬지 홍서범 닮은 꼴일 거 같다
등등등...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360도 격하게 회전하는
그 정신 없는 와중 속에서도
제 드립 한마디, 한마디에
기분 나빠하지 않으시고 매번 씨익 웃어주시더라고요.
정말 착한 그녀였어요. 제가 동생같아서 누나의 마음이었나봐요.^^
그...그런데...
이...이럴 수가!
그 순간부터
엄청난 일이 벌어졌어요...![]()
3분여의 운행시간을 마치고
천천히 회전을 멈춰가고 있던 순간이었어요.
슈우우~우우웅......
끝나가는 그 순간까지 전 신나서 나불대고 있었어요.
조갑경 드립이 너무 재밌었어요.
게다가 조갑경 닮은 그녀가 넓은 이해심으로
너무 흔쾌히 계속 받아주니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전 마지막 멘트를 그녀에게 날렸어요.
"계속 조갑경 닮았다고 해서 너무 죄송하고요.
누나께서 받아주시니까 제가 너무 신나서
계속 조갑경 드립을 쳤네요. 으하하하...
누나가 조갑경보다 더 이쁜 거 아시죠?
남편분 홍서범 닮았을 거라고 드립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불쾌하셨죠? 장난이었어요!
누나가 너무 조갑경 닮아서, 남편 분도 혹시나
홍서범 닮은 거 아닌가 하............
하....
하..........
하.............................
그 순간 멘트를 날리며
무심결에 스테이션 밖에 한 남자를 보았어요.
요란한 파마스타일의 폭탄머리 아저씨가 서 있었어요.
세 아줌마들 여자 셋이서 놀러온 줄 알았건만,
밖에 남자일행이 있었네? 하고 쳐다보았어요.
순간 웃겼어요.
남자가 홍서범이랑 너무 닮아서.ㅋㅋㅋㅋ
그런데 ...
닮은 게 아니라...
진짜 홍서범이었어요.
![]()
지나가는 여자 둘이서 갑자기
폭탄머리 아저씨에게 사진 같이 찍자고 양옆에 서더라고요.
그래요.
홍서범이었어요.
-_-
그 와중에 강한 의문이 들었어요.
홍서범이 지금 여기 왜 와있지?
가족들이랑 놀러왔나?
순간 전신에 전율이 일어났어요.
그리고 손발이 떨려왔어요.
등줄기에 식은 땀 한줄기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귀에 들렸어요.
덜덜덜덜.......................................
홍서범이 왜 여기 와 있는 지
그때서야 알 수 있었어요...
벨트를 풀고 월드컵에서 내리는
조갑경 닮은 주부님을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그래요.
조갑경 닮은 주부님이 아니라,
진짜 조갑경 주부님이었어요.
애초부터 닮은 사람은 없었어요.
처음부터
홍서범이었고
처음부터
조갑경이었어요.
-_-
"잘 탔어요! 수고 많았어요."
라고 하며 나한테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출구로 나가버린
조갑경 닮은...
아...아니
조갑경.
-_-
남편 홍서범과 조인하더니
옆에 두 주부와 함께 넷이서 롤러코스터쪽으로 홀연히 사라졌어요.
죽고싶었어요.
쪽팔려서.
그 순간 전 굳게 다짐했어요.
30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이불을 걷어차기로.
-_-
너무 바보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연예인이 딱 와버리면
거기다 가까이에서 보면
순간 알아보기 힘들 때가 있어요...
암튼
지금도 TV에서 홍서범이나 조갑경이 나올 때면
조용히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직까지도 그들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시간이 약이니깐요.
-_-
암튼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조갑경의 추억
이야기 끝.
<끝>
글쓴이- 활화산.
놀이동산 저번 이야기 '야한여중생'편
많이 읽어주시고 추천과 댓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