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여자입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아니구요. 그냥 털어놓고 싶어서 올립니다.
17살, 고등학생 때 멋있는 남자 학생을 봤습니다. 명찰 색을 보니 저랑 동갑이더라구요.
어렷을 적, 고등학교에 로망이 있어서 그런지 그 학생을 보니 주변이 환해 보이고
눈이 부신 것 같았어요 (그 애가 빛이 들어오는 유리 문 앞에 있어서 그런가)
친구들에게 '쟤 멋있어 보인다' 했는데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서 이름도 알려주고
여자친구도 없다는 것도 알려주고, 번호묻는 방법도 알려주고 ㅋㅋㅋㅋㅋㅋㅋ
무튼 그 학생을 처음 본 날, 바로 그 학생 번호를 물으러 갔고 다행이 번호를 알려주더라구요.
(그 학생은 어색한 화장에 교복차림을 보고 발랑까진 앤 줄 알았다고 하더라구요)
번호를 묻고 두근 거리는 맘에 노곤노곤해지는 오후 10시에 문자를 하고
한 달뒤, 고백을 받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귀고나서는.. 꿈만 같았어요.
제 눈에는 왕자님 같아 보였거든요.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잘생기고.. 그 친구랑 사귄다고
부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랬으니까요.
그 친구와 첫 데이트 때, 머리를 감싸고 폭 안아주는 데 너무 좋아서 숨을 안 쉴 정도였죠.
그렇게 나름 알콩달콩 하다고 소문내면서 사귀다가 그 친구가 권태기가 왔더라구요.
남자를 많이 만나본 적이 없던 저는 그 친구와 싸우다 울면서 헤어지자 했던 것 같네요.
그 친구는 자기가 권태기여도 저랑 노력하면서 풀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헤어지고, 서로 힘들어 하는 걸 아니까 다시 사귀고..
서로 잘 해보자고, 노력하자고 약속하고 사귀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것과는 달리 자주 싸우게 되더라구요.
저는 털털하기도 하고 칠칠맞기도 하고 저밖에 모르는 철부지라면
그 친구는 세심하기도 하고 소심하기도 하고 가슴에 묻어두는게 많은 사람이라
제가 모르는 사소한 잘못들을 그 친구는 기억해 뒀다가 못 참겠을 때
말을 해서 저와 다른 감정으로 싸우더라구요.
이 때문에 그 친구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며 헤어지자고 수없이 말했어요.
저도 이에 질세라 그래라! 하면서 삐지고요.
그리고 얼마 기다리지 못한 채 서로 좋아한다고 얼싸안고 했죠.
2학년이 되고, 어이 없는 말로 헤어진 중이었습니다. 1학년 후배가 와서 그 친구에게
번호를 물어갔다고 하더라구요.
순간 당황해서 에이~ 어차피 다시 사귈텐데 이런 무의식이 있었는데
사귀더라구요?
음..?
방학을 껴서 한달을 사귄 것 같았는데, 1학년 여자애가 자기랑 안 맞다고
잠수를 탔나봐요. 그 친구가 화나서 헤어지고 저한테 미안하다고 빌더라구요.
근데 제가 그때 그 애한테 마음을 못 버려서 사귀었어요.
학교 애들한테는 왜 그랬냐 라는 말을 들었는데
머쓱 웃기만했어요. 머리는 쓰래기놈 이래도 마음은 그 애를 담고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다시 사귀고 나서 남자애가 잘해주더라구요.
다시 알콩달콩 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상하게 그 남자 애가 뭘 하든지 의심이 가더라구요.
애써 감추려고 노력해도 다른 여자랑 히히덕 하는 모습을 보면 맘이 불안하고 그랬어요.
그때마다 그 남자애는 그러는 거 당연하다면서 자기가 더 노력하겠다고 했죠.
그런 모습 보며 마음이 편안해진 듯 했습니다.
그런데 고3이 되고 입시를 준비하다 보니
만날수도 연락을 하는 것도 힘들어 지더라구요.
저는 인문계로 책상에서 하루종일 있어야 했는데, 남자애는 예체능 쪽이라 야자를 안했거든요.
그 친구도 저도 서로를 배려해야지 노력했는데 고3이라 그런지 둘다 예민해서
작은 걸로도 싸우고 토라졌죠.
나중되니 이 애랑 이렇게 싸우면서 감정상하고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내가 이 친구 성격이 좋아서 만나나 외모가 좋아서 만나고 있는 건가 회의도 들더라구요.
이러는 제가 싫고 3년간 좋아했던 친군데 이런 마음으로 헤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죠.
생각은 있어도 상황은 입시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이때 또 저희는 싸우고요.
결국..
헤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친구가 자기가 방해가 되냐고 했을 때
제가 방해가 된다고 매몰차게 말했죠.
마음이 먹먹했어요.
그 친구가 그럼 헤어져야겠네 라는 말에
서로 울다가.. 잘지내라고 입시 성공하라고
이상한 여운 남기기 싫어서
얼른 끊었습니다.
이후 공부만 열심히 해야지 하고 책을 폈는데
집중이 되겠어요...
우울한 노래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지는게 대부분이었죠.
음..
어느 날, 저와 그친구가 사귀고 헤어질 때 훈수와 욕을 많이 한 친구가
저에게 말을 걸었죠.
잠깐 얘기 좀 하자구요.
말을 들어보니 그 친구와 잘되고있었나봐요.
"사귀진 않을 건데... 뭐... 음... 그래... "
제 눈치를 보고 저러는구나 싶어서
"난 이미 헤어진 건데 뭐라 할 자격이 없잖아.. 알아서해"
당연한 말을 하고 나왔는데 충격은 충격이었습니다.
저랑 같이 다니던 다른 친구들에게는 말을 안하길래
저도 말안하고 다녔죠.
그러다가 사귀게 되었다고 지나가면서 말하더라구요.
막 집에가서 펑펑울고 이러는 감정은 아니였는데
가슴이 쑤시더라구요.
그 친구랑 사귀는 그 여자애는 저 없을 때 다른 제 친구에게
"난 개처럼 사귀진 않을거야"
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봐요.
그 이후로 그 여자애와 친구로서의 인연이 어렵겠구나 싶어
먼저 모른 척을 했습니다.
둘이 지나가는 모습보면 심장이 퉁 떨어졌지만 그냥 무시했죠.
꿈에는 그 여자애와 그 친구가 나오는 악몽아닌 악몽을 자주 꿨어요.
그냥 내가 고3이고 예민해서 그런가보다.. 라는 생각으로 넘기고..
이후 둘의 대한 감정은 좋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3 세월을 보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근근히 살다보니
14학번 대학생 새내기가 되었고 4월 즈음에 그 친구가 술을 먹고
저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죠. 물론 그 여자애와 사귀는 동안에였어요.
그 친구에겐 제가 첫사랑이라 저와의 추억을 잊지 못하겠다고 그러더라구요.
그 친구에 대해 좋은 말로 위로할 감정은 없는 지라 우는 그에게 모질게 말하고 끊었죠.
그리고 그 달에 5살 연상인 남자친구가 생겼죠.
학기 초에 사귄데다 CC여서 말도안하고 10월에 공개연애를 했습니다.
장난꾸러기면서 저를 정말 많이 사랑해주는 사람입니다.
저 밖에 모르는 늙은 바보 같아서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맨 처음에는 이 사람이 절 좋아하는 것에 의심이 들었는데
지금은 확신이 생기고 저도 그 확신에 이 사람을 더욱 좋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꿈을 꾸면 고등학교 때 사귄 그 친구가 나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데도 그 친구가 꿈에 나오는 게 이상하고
그 친구가 나오는 꿈을 꾸고나면 일어나는 아침동안은
맘이 안좋다는 것입니다.
못 잊는 건가요?
그렇게 많이 좋아했던 애가 그 친구가 처음이라서 그런걸까요?
제 남자친구에게 미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