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센치해지네. 센치한 썰 하나 풀고 자야지.
사람따라 시기는 다르겠지만 난 초딩 때 첫사랑이 있었어.
피부가 굉장히 하얀 애였는데 좀 드세서 인기는 별로 없던 애야.
별명도 백인 뭐 그 비슷한 느낌. 자세히는 안 쓴다.
초딩때라 애들이 보는 눈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고아라 다운그레이드 버전이었지.
공부도 둘 다 비슷하게 잘하고 나서기도 잘해서 학급위원 이런것도 같이 했어.
어쨌든 둘이 짝도 되고 썸 비슷하게 탈랑 말랑 하고 옆에서 애들도 부추겼고.
근데 내가 좀 호구스탈이라 졸업하는 날까지 고백을 못했어.
선물주고 안아주면서 멋지게 고백할랬는데.
그리고 걘 먼 곳으로 전학갔어.
한 10년 동안 한 여자만 본 건 아닌데, 걔 생각이 잊혀지질 않더라.
그 때만 해도 다모임, 싸이 이런게 막 뜨던 때라 가끔 사진도 보고 일촌되서 글도 쓰고 그랬어.
그런데 내 찌질속성이 어디 가야 말이지.
결국 아무 말 못하고 대학까지 갔어.
남중 남고 코스만 밟아서 내가 굉장히 찌질한 줄 알았는데 대학가니까 의외로 여자애들이 붙더라.
몇년 동안 잘 사귀고 헤어지고 반복하다가 차이고 한 달 쯤 지나서 계절학기를 들어갔어.
그게 운명적인 재회였지.
내 앞에 어디서 본 듯 한데 모르겠는 사람이 앉더라.
그리고 대뜸 날 돌아보면서 '야, 너 글 잘 쓰더라.' 이러는거야.
걔, 백인이었어. 내 첫사랑.
사실 내가 얼마전에 깨지고나서 싸이에 센치한 글이랑 옛날 첫사랑 썰도 풀고 그랬거든.
걔가 볼 거라는 생각도 못하고. 근데 본거야.
같은 학교 온 줄은 알았는데 통화만 하고 솔직히 처음 만났어.
살다 보면 그런 순간 있지 않냐?
눈 앞에 시야가 이상하게 좁아지면서 영화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때가 딱 그랬어.
진짜 옛날 이미지 그대로 컸더라.
그때처럼 나랑 키도 비슷했어.
미리 말하자면 내가 골든트라이앵글 루저인데 걔는 거의 170 돼 보이더라.
수업 끝나고 당장 커피 한잔 하러 갔지.
둘다 어떻게 살았냐느니, 너 어릴때 어땠다느니 그런 썰 풀다가 자연스럽게 연애 얘기로 넘어왔지.
나도 깨지고 걔도 깨진지 얼마 안됐더라.
이건 진짜 신이 주신 타이밍이 아닌가 싶었어.
그리고 그 뒤로 계절학기 끝날때까지 수업끝나고 놀러다녔어.
있는 수업도 서로 째가면서. 물론 성적은 처참했지. 그땐 돈 아까운 줄도 몰랐어.
그리고 정말 제대로 된 타이밍은 그 다음이었어.
계절학기 끝날 타이밍에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미리 잡혀있었던거야.
우리학교가 애들 다니는 학교들이랑 딱 중간지점에 있어서 그 앞에서 모이기로 했었어.
학군 좋은 지역이라 애들이 다 학교를 잘 갔거든.
애들 모이고 옛날얘기 신나게 떠들다가 2차 3차 계속 이어졌지.
차 끊기기 전에 갈 애들은 다 가는데 백인 얘는 안 가는거야.
집도 멀어서 택시비도 꽤 나올텐데.
술은 잘 하지도 못하면서 피하지도 않고 계속 마시고.
결국 막차시간 직전에 자리가 파했는데 백인 얘가 정신을 못차리는 거야.
얘만 집 방향이 달라서 챙겨줄 애도 없고.
결국 내가 챙겨줘야될 상황이라 지하철로 가는데 얘가 주저 앉으려고 하는거야.
애가 작기라도 하면 멋지게 들쳐업고 가겠는데 나랑 키도 비슷한 애라 솔직히 무리고.
애는 계속 힘들다면서 잠깐 쉬었다 가자는데, 그때야 감이 왔지.
와, 이게 정석이구나 하고.
마침 내 자취방이 지하철 가는 길목에 있었어.
자연스럽게 유도하는데 못 걷겠다는 애가 잘도 따라오더라.
잠깐 정신차리고 가자고 방에 들여보냈어.
내 인생에 잊지 못 할 밤 중에 하루가 그렇게 시작됐지.
하얀 얼굴에 발그레해진 볼로 정신 못차리고 내 침대 위에 첫사랑이 앉아있는 거야.
다시 한 번, 쉽게 설명해서 고아라 다운그레이드 버전.
술이 됐는지 어릴 때 기억이 막 솟아나는거야.
진짜 10년은 기다린 순간이 내 눈 앞에 있었어.
이번에도 호구일 수는 없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는데
얘가 갑자기 일어나서 날 껴안더라.
'너, 나 좋아했지?'
말이 안나오더라. 숨이 막히더라. 소름도 돋더라.
그래도 쥐어짰다.
'어. 보고싶었어.'
첫사랑이 술 취해서 진짜 울것같은 목소리로,
'그 걸 왜 말을 안 해, 바보야!'
그 순간 돌아버렸다. 진짜 서로 으스러질 것 처럼 껴안고 거의 울뻔했다.
술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감정이 너무 벅차오르더라.
그리고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키스로 넘어갔다.
술김에 정신없이 격렬하게 키스하면서 진짜 옷은 서로 허물벗듯이 흘려보내고 침대에서 굴렀는데,
거짓말 안하고 한 시간동안 그대로 키스만했다.
둘 다 처음도 아닌데 희안하게 그렇게 흘러가더라.
키스하다가 살짝 눈 떴을때, 여자애들 표정이 정말 사람 미치게 만들때가 있다.
그때 딱 그랬다. 울것같은 표정으로 너무 간절하게 키스하면서,
가끔 끊길때마다 내 이름 부르고 사랑한다 그러고.
내 경험상, 가장 오래 기다린 ㅅㅅ일수록 가장 아름답고 황홀했다.
사실 내용은 보통의 ㅅㅅ였지.
너무 오래 기다린 그 얼굴에서 계속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서로 입으로 한다든지 하는 딴짓거리는 안했다.
진짜 처음 하는 애들처럼 꼭 껴안고 키스하고 만져주고 그렇게 또 30분을 그랬다.
근육이 별로 없어서 진짜 부드러운 여자애들 있지?
걔가 딱 그랬거든. 피부도 이국적으로 하얗고, 눈은 유달리 옅은 갈색이라 신비스럽고.
거기다가 서로 어렸을적 감정까지 막 올라오니까 안고만 있어도 너무 황홀했다.
본게임은 10분 좀 넘게 한 것 같아.
노콘이었는데 그냥 질렀다.
생애 처음으로 이 여자는 임신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사랑도 전혀 거부반응이 없었던걸 봐서는 둘 다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간단하게 뒷처리만 해주고 둘 다 껴안고 그대로 잠들었지.
다음날 아침에 눈 떴는데 옆에 첫사랑이 그러고 자고 있으니 술이 다 깼는데도 취한 것처럼 행복하더라.
뚫어져라 보고있는데 걔도 눈 뜨고 또 전날 밤 처럼 한 번 더 했다.
그날부터 1일이었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임신은 안했어.
우리 인연이 아마 거기까지 였던 것 같다.
6개월쯤 사귀고 안 좋게 깨졌어.
긴 시간동안 서로 너무 상대를 자기 속에서 이상적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첫사랑이란 상대가 거의 신격화 됐던 것같아.
어릴땐 이렇지 않았는데, 내가 기억하는 넌 그렇지 않았는데.
둘 다 어릴적으로 돌아가면서 안 그랬던 사람도 서로 유치해지기 시작하더라.
기대하고 있던 게 다 무너지고 결국 대판 싸우고 깨졌어.
우리때문에 동창모임도 흐지부지 되는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기도 했고.
그래도 미쳤는지 가끔 그때 생각하면 혼자 달아오른다.
남자라는 생물은 자존심도 없나봐.
어쨌든 그 이후로 개인적으로는 마음 속 어딘가가 부서졌는지, 뭘 극복한 건지, 하여튼 좀 달라졌어.
여자한테 그렇게 감정적으로 빠지는 일은 없어졌지.
그 끝이 허무하다는 걸 알아서 그런가봐.
판에 박힌 이야기지만, 첫사랑은 기억 저편에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혼자 신나게 써서 무슨 이야기를 제대로 썼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굿 밤.
출처 : 첫사랑이랑 드라마처럼 재회한 썰 - 썰 - 썰베
http://www.ssulbe.com/ssul/4316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