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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온지 이틀째입니당. 춥고.. 졸립고..꾸질꾸질합니당.

오늘로써 결혼 한지 정확히 23일째 됩니다. ^^ 그런데 ...... 집 나온지 이틀째입니당. 춥고... 졸립고...꾸질꾸질합니다. 에궁 ~~~

 

전 올해 우리 나이로 30 ... 와이프는 33입니다. ^^ 요즘은 흔한 연상연하 커플이긴 하지만 그래두 결혼 두달전까지 집안 반대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연애할때 티격태격 사랑 싸움한번 해 볼 여유조차 없이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겨우 겨우 결혼에 골인해서 한지붕 살림을 차렸건만...... 

 

 

 

1. 전 마이XX.com 등 여성 전용 커뮤니티가 싫습니다.

 

전 마이XX.com 등 여성 전용 커뮤니티가 싫습니다. 울 와이프는 그런 커뮤니티 매니아 입니다. 카페 가입해서 수다 떨고 이것 저것 꾸미는 거 좋아하구여...... 아주 여성스럽습니다. 하지만, 접속 횟수가 많아질 수록 와이프는 전투적이 되어 갑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여성운동가가 되어간다는게 더 옳을 듯 합니다.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이 싫다는 것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개혁투쟁 속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저 자신이기에 무턱대고 받아 들일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2. 전 서울사람이 싫습니다.

 

전 서울사람이 싫습니다. 개개인 하나하나를 뜻하는 서울 사람이 아니라 "서울사람"으로 대변되는 이미지가 싫다는 뜻입니다. 일명 "깍쟁이"로 대변되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전 부산 촌놈입니다. 당연히 부모님도  촌스럽습니다. 와이프는 서울 본토박이입니다. 당연히 장인/장모님도 세련되었습니다.

 

신혼여행 마치고 부산 본가에 인사드리고 올라 올때...... 촌스런 울 부모님 이것 저것 막 싸 줬습니다. 역시나 촌스런 물건들이었습니다. 시골서 가져온 무공해 쌀 한가마, 역시 시골서 가져온 오리지널 참기름 ...... 아시죠? 참기름병이 어땠는지.... 오래된 빈 맥주병... 스티로폼 병마개......  장가가면 며느리 줄거라고 모아둔 오래된 그릇들......... 서울서 결혼잔치할때 남았던 관광버스 음식....... 사이다 12병, 삼다수 10병, 맥주 2박스, 소주 1박스...... 그리고, 일회용 종이컵, 이쑤씨개......... 암튼 이런 촌스런 것들을 마구 마구 싸 주시더군요. 놔 두면 다 쓸일 있다구 가져가랍니다.

 

서울 신혼집에 도착할 때까지 무려 10시간이 걸렸습니다. 주말이라서 고속도로가 밀리더군요. 차 속에서 와이프는 투덜거리더군요. " 아 어머님이 주시는건데 안가져가겠다고 말씀도 못드리겠더라 " , " 쓸데없는게 넘 많다 " ...... 참았습니다. 남자가 참아야 잘 산다니까.....

 

서울 집에 도착했습니다. 힘들게 끙끙거리며 짐을 날랐습니다. 티브이에선 마침 "완전한 사랑"이 방영되더군요. 와이프는 쪼르륵 티브이 앞으로 달려가구.... 전 주저앉아 짐을 풀었습니다. 어머니가 해주신 반찬 들을 냉장고에 넣고, 이것 저것 끙끙대며 정리했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와이프가 다가오더군요. 그러면서 툭 던진 한마디 " 이거 버려야겠다." , " 이것두 버려야겠다 " ....... 또 참았습니다. 그래야 한다구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 또 한마디 하더군요. " 아이, 다 버려야겠다. 어머님은 쓸데없이 왜 이런걸 주셔 " .........못참겠더군요. 우린 그날밤 각방을 썼습니다.

 

 

 

3.  나이 어린 누나 , 나이 많은 처남.....

 

전 두살 터울 누나가 있습니다. 당연히 와이프보다 어립니다. 그리고, 제 처남은 저희 누나랑 동갑입니다. 그래서, 전 더 괴롭습니다.

 

전 처남한테 전화할 땐 이렇게 말합니다. " 안녕하세요. 저 00 입니다. " ......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래두 전 처남한테 깍듯이 할려구 애를 씁니다. 처남도 저한테 애를 쓰구여. 하지만, 그래두 서로가 어색한 건 사실입니다.

 

이틀전이 와이프 생일이었습니다. 부산 누나가 전화를 했더군요. 누나는 결혼 4년차 주부입니다. 용감한 울 누나 " 올케"로 시작해서 "생일 축하해"로 끝내더군요. 저 같으면 엄두도 못낼 화법입니다. 와이프가 참고 넘어가 주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전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성운동가이자 여성커뮤니티 매니아인 울 와이프의 눈엔 그러한 누나의 모습이 이른바 "며느리길들이기"라 그러더군요. 그리고, 당당히 존대할 것을 요구하더군요.

 

 

 

4. 제가 그렇게 과격한 사람이었는지 몰랐습니다.

 

전 태어나서 싸움 한번 해본적이 없습니다. 싸울 일도 없었고 싸우고 싶다는 생각 또한 없었습니다. 얻어맞아가며 군생활 했지만 고참이 되어서도 누굴 때려본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전 달랐습니다. 사람이 이성을 잃는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걸 느꼈습니다. 내 앞에 있는 그녀, 무서운 눈빛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는 그녀는 제가 사랑해서 선택한 그녀가 아니었습니다. 전 애꿎은 티브이만 부숴버렸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5. 이젠 어떡해야 하나요?

 

집 나온 이틀째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흥분도 가라앉았고.......  이젠 어떡해야 하나요? 제 입장에서 ... 스스로 옹호하는 시각에서 쓴 글이기에 와이프가 무척 나쁜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울 와이프는 좋은 사람임엔 틀림없습니다. 다만 살아 온 환경이 서로 달랐고, 어떤 일에 대한 가치판단이 서로 틀리기 때문에 벌이진 일일 뿐입니다. 그리고, 전 여전히 와이프를 사랑하고 지금도 많이 보구 싶습니다.

 

그런데, 무섭습니다. 이젠 잘잘못을 가리는건 중요한게 아닌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가고 말고 또한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 울 와이프의 극단적인 성격이 무섭습니다. 그 눈빛..... 그 고성...... 아직도 눈가에 선하고 귓가에 어른거립니다. 그게 무섭습니다.    

 

 

6. 바람둥이는 눈빛으로 표시가 난다고 합니다.

 

전 바람둥이였습니다. 도시형으로 생겼고 이 여자 저 여자 많이 만났기도 합니다. 언젠가 그 바람의 대상 중 한명이 제게 그러더군요. " 오빤 날 사랑하지 않는가 보다"라구요..... 이유인 즉슨 둘이 다툼이 있을 땐 제 눈빛이 마치 원수를 바라보는 눈빛이라더군요.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말이 맞더군요. 그녀는 아무리 큰 다툼이 있어도 제 눈빛과는 다른 눈빛이더군요. 화가나면서도 애처로움과 걱정이 함께 묻어있는 눈빛...... 그럼, 울 와이프는 절 사랑하지 않는 걸까요? 사랑하면서도 그렇게 극단적일 수 있는걸까요? 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자신이 없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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