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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계속 나오는 남자를 만났어요

안녕하세요,
평범한 스무살 여자입니다.
워낙 어릴때부터 꿈을 많이 꾸는 편이긴 했지만 연속적으로 같은 꿈을 꾼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꿈에 계속 같은 사람이 나와서.. 게다가 최근에 그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신기하고 이상한 감정이 들었어요. 조언을 구하려 글을 올려봅니다.

꿈에서 저는 알바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새벽 1시정도 되었을 때였고, 길엔 사람이 없었어요. 피곤한 기분에 얼른 집에 가려고 빠르게 걸었는데 모퉁이를 도니까 또 같은 골목들이 나타나더라고요. 미로처럼, 분명 아는 길인데 가도 가도 같은 구간이 반복되고 있었어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다시 한번 그 모퉁이를 돌았는데 벽에 기대서 웬 키가 큰 남자가 울고 있더라고요. 우는데 그 소리가 참고 참다가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그 특유의 서러운 울음소리였어요. 그래서 잠깐 서서 그 남자를 보고 있었는데, 저랑 눈이 마주쳤어요. 그 사람은 놀라더니 반대편으로 뛰어갔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저는 그 사람을 찾아서 뛰어다니다가 꿈에서 깼어요. 얼굴도 그렇고, 사건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서 신기하다고 여기고 그냥 그렇게 지냈어요.

그로부터 3일 뒤에 또 꿈을 꿨는데 그 때엔 화장품 가게에서 립스틱을 고르고 있었어요. 아주 친한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 생일 즈음이었거든요. 핑크색을 고를지 오렌지색을 고를지 고민하고 있는데 직원분이 저한테 오시더니 테스트해보고 결정하시라고 말씀하셔서 손등에 발색해봤어요. 그렇게 오렌지색을 사고 매장을 나서는데 그제서야 손등이 립스틱으로 가득찬 걸 알게 됐어요. 약속 시간은 꽤나 여유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못 지우고 버스를 탔어요. 퇴근 시간이 겹쳐서 사람이 꽉 찬 버스였어요. 손잡이를 잡고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데 버스가 급정차를 해버린거예요. 그때 손을 풀어버리면서 옆으로 거의 기대다시피 했어요. 제가 기댄 남자분은 조금 지나서 저를 일으켜세워주셨고, 저는 사과를 하려고 그 얼굴을 봤어요. 그런데 그분 얼굴에 립스틱이 좀 많이 묻었더라고요.. 한참을 죄송하다고 하고 물티슈를 찾는데 없었어요. 그분은 괜찮다고, 집에 가는 길이니 금방 씻을 수 있다고 해주셨고요.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사과밖에 없어서 죄송하다고 다시 말씀드리고 제대로 섰어요. 그리고 슬쩍 그리로 눈을 돌렸는데 그분 얼굴이 뭔가 익숙한거예요. 얼마 안있어서 꿈 속에서 봤던 그 울고 있던 남자라는 걸 알고 다시 그리로 눈을 돌렸는데 그땐 이미 내리고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시 일주일정도 뒤에 세번째 꿈을 꿨어요. 여름이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서 유학 정보를 알아보는 중이었어요.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제 앞에 남자가 와서 앉았어요. 아이스티를 내려놓으면서 모니터로 빨려들어갈 기세라고, 좀 쉬어가면서 하라고 말했고 저는 괜찮다고 재밌다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좀 더 찾아보다가 모니터를 닫고 아이스티를 마셨는데 앞에 앉은 남자는 책을 읽고 있었어요. 뭐 보냐고 물어보니까 도종환 시집을 읽는다고 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 신나서 그거 잘 선택했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웃으면서 네가 추천해주고 책도 사준 거라더라고요. 그러곤 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남자가 일어나서 저한테 손을 뻗었어요. 제가 손을 잡고 일어나니까 남자는 밥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그리고 그때 손을 잡고 카페를 나서는데 그 남자가 지난 꿈들 속의 그 남자가 맞고 이 상황이 꿈 속이라는 걸 알았고, 꿈에서 깼어요.
이때부터 뭔가 꿈틀거리는 마음이 생겼어요. 누군지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남자였지만 어쨌든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건 저저번 주 금요일, 그러니까 세번째 꿈을 꾼지 4일째에 꾼 그 사람 꿈인데 아주 짧은 기억들만 남아있어요. 11월, 케이크, 시계, 니트. 딱 이것들만 기억나요. 그 사람과 함께였다는 것과 함께 이 말들만 떠올라요.

꿈에서 그쳤다면 이렇게까지 설레고 신비로운 감정이 들진 않았을텐데.. 두번째 꿈에서 립스틱을 사준 친한 언니가 저저번 주 일요일에 생일이었어요. 막연한 기대감에 꿈에서 고른 것 같은 립스틱을 사들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언니랑은 알고 지낸지 8년이라 거의 친자매처럼 지냈고, 부모님들도 서로 잘 아시는데 이번에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다니게 되어서 더 자주 보게 됐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간단하게 파티를 하는데 언니가 대뜸 저한테 자기 사촌오빠가 오기로 했다는 거예요. 사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다소 당황스러웠는데 언니가 정말 미안하다고, 너무 오랜만이라 다른 상황 고려하지 않고 불러버렸다고 했어요. 그럼 편할대로 하라고, 오늘 언니 생일이니까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더 놀았어요. 한시간정도 더 놀다가 언니한테 문자가 왔는데 그 사촌오빠의 문자였어요. 거의 다 와간다고. 사실 전혀 궁금하지 않았는데 그냥 아무 정보 없이 만나면 어색해 미칠 것 같아서 언니한테 그분에 대해 물어봤어요. 언니보다 4살, 저보다 7살 많고 요리유학을 다녀오신 분이더라고요. 한국에선 이제 개업을 앞두고 계신 상황이라고.. 그렇게 대충 알고 얼마 안있어서 그분이 오셨어요. 언니가 먼저 나가서 모셔온거라 저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어요. 언니가 부르길래 일어나서 인사를 했는데, 얼굴이 익숙한 거예요. 그때 정말 소름이 우스스 돋았어요. 그 남자였어요. 꿈에서 본 남자는 얇은 펌에 약간 긴 앞머리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사촌오빠분은 소프트 투블럭에 약간 펌이 들어가서 깔끔한 인상이 되었다는 것 말고는 정말 꿈에서 본 그대로였어요. 처음엔 어색하고 무엇보다 너무 놀라서 제대로 보지도 말을 걸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를 하게 되다 보니 특유의 익숙하고 따뜻한 느낌 때문에 원래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식사를 마저 하고, 카페로 이동해서 또 두어시간을 이야기하다가 인사를 했어요. 우리 동네 쪽에도 매장 알아보고 있으니까 가끔 연락해도 되겠냐며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당연히 번호를 드렸고요. 그렇게 그 날은 마무리됐어요.
화요일 아침엔 한시간정도 카톡을 했어요. 일요일에 잘 들어갔냐고, 처음이라 당황했을텐데 잘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셨어요. 말씀 놓으시라고 했는데도 존댓말이 편하다고 그냥 그러시더라고요. 다음에 동네에 오게 되면 또 한번 보자고 했고요.
그 주 금요일에 언니랑 셋이서 우리 동네에 모여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같이 했어요. 언니가 아이같고 철 없는 귀여운 사람이라 저랑 그 분이 연락하는 걸 알곤 그린라이트냐며 장난을 치더라고요. 어색해하고 있는데 그분이 웃으면서 그냥 부드럽게 넘어갔어요.
언니랑 그 후로 연락을 하면 그때마다 그 분 이야기가 빠지질 않아요. 워낙 연애에 신중하고 냉철한 사람이라 여자라고 하면 질색을 하는데 너는 이상하게 너무 좋아한다고..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처음부터 연인까진 아니어도 사람으로 알아가는 건 어떠냐고.. 저는 그때마다 너무 빠르다고 대답하고 넘어갔어요. 사실 부끄러웠거든요.
그분과도 나름대로 자주 연락하게 됐어요. 하루에 두 번 정도는 페이스북으로 메신저를 하는 것 같아요. 간단한 안부부터 요리나 이슈에 관한 것들,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관심사 같은 것들에 대해서요. 저에 대한 질문도 많이 해요.
초 중 고 지내오면서 좋아한 아이들은 두어 명 있었지만 항상 오랜 시간 두고두고 지내다가 좋아하게 된거였어요. 무엇보다도 전 모태솔로라 연애니 사랑이니 하는 것들에는 전혀 지식이 없고요..
하지만 느낌이 정말 묘해요. 꿈의 내용도 내용이고, 사람의 느낌도 느낌이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페이스북 기록도 슬쩍 봤는데 하나같이 어떤 대회 수상자로 태그되거나 생일 축하를 받거나 한 것 말고는 없더라고요. 독일어라 읽을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 분도 언니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요.
단순히 꿈일 뿐인데 너무 오버하는건가요? 아니면 뭔가 있는 걸까요?
꿈에 나왔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호감이 생긴 게 거짓말이라고 하면 그 자체가 거짓이 되어버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기분이 묘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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