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저는 유치원에서 일한지 어언 6년이 되어가는 유치원 선생님입니다.
요즘 이런저런 슬프고 울적하고 있어서는 안될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들려오지요.
분명 나쁜 행동 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시지만,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선생님들이 더 많을거에요~
그래서 아이들과 지내며 재미있었던, 아이들이 귀여웠던 이야기들을 몇가지 들려드리려고해요.
실제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아래에 적는 모든 이름은 '가명' 으로 쓰겠습니다 ^-^
1)
어느 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2년째 키우던 햄스터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햄스터 이야기도 들려주고
아이들이 햄스터를 보고싶어해서 사진이랑 햄스터 동영상 찍은 것도 보여주었죠.
그러던 어느날 제가 키우던 햄스터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정말 슬펐고, 매일 햄스터 이야기를 하던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얘들아. 주말에 선생님이 키우던 햄스터가 하늘나라에 가게 되었어. 그래서 선생님은 많이 슬펐어"
아이들은 "햄스터도 죽어요?" , "그럼 하늘나라에 가서 놀겠네요?" , "죽은 거 어떻게 했어요?" 등등
질문도 많이 했고 그 기회로 아이들과 애완동물에게 더 사랑을 주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원하기 전, 한 여자 아이가 편지를 써줬어요.
(여섯살 친구가 혼자 써준거니까 맞춤법 틀린 거 이해해주실거죠? ^^)
2)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꼭 "나 커서 선생님이랑 결혼할래"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 해마다 반에서 몇명씩 그런 아이들이 있었어요- 물론, 헤어지고 나면 잊을지도ㅠ)
한번은 철수(가명)라는 아이가 와서 말하길 "선생님 결심했어요! 나 나중에 선생님이랑 결혼할래요!"
라고 하길래 웃으면서 이야기 하고 넘겼는데, 그날 오후 철수와 종일반 하는 친구들을
종일반 교실에 데려다주고 저는 교실 청소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종일반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선생님! 선생님이에요?" 라고 묻는거에요.
뭔가 싶었는데 "선생님이 철수가 결혼하겠다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구경하러 왔어요" 라고.. ㅋㅋ
알고보니 철수가 종일반에 가서 일곱살 형들한테 자기 이제 곧 결혼한다고 가서 보라고 자랑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종일반 선생님이 자리를 잠깐 비우신다며 아이들에게 동화 영상을 하나 틀어주시고
저에게 잠깐만 자리를 맡아달라고 하셔서 제가 잠깐 종일반에 갔어요.
철수가 유난히 반가워 하며 옆자리에 앉으라길래 앉아서 같이 동화를 보는데, 동화 속에 나오는
여우가 너무 귀엽길래 제가 살짝 손뼉을 치면서 "와~ 여우가 너무 귀엽다~" 라고 말했더니
철수가 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여우가 그렇게 좋으면 여우랑 결혼하던지요!" 라며 소리지르기.
"아냐 철수야~ 선생님 철수랑 결혼하기로 했잖아~" 라고 이야기 했더니 "아까 여우 나오니까 박수쳤잖아요!"
라면서 있는 대로 화를 냈습니다.ㅠ 결국 다시는 여우 좋아하지 말라고 약속하고 화가 풀렸어요ㅠ
3)
재석이(가명)는 유치원에 오려면 유치원 차를 타고 40분을 와야 하는 먼거리에 살아요.
엄마 아빠가 재석이보다 일찍 출근하셔서 재석이 혼자 집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유치원 차가
도착하면, 유치원 차를 타고 유치원에 와야 해요. 일곱살이지만 혼자 아침 시간을 좀 보내야해요.
하루는 유치원 차가 도착해서 맞이 하러 나갔는데, 먼저 나와 계신 원감님이 재석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무슨 이야기인가 들어봤더니
원감님 : 재석아~ 이거 원감님 주려고 가져온거지?
재석이 : 아니요- 우리 선생님 줄 거에요.
원감님 : 두개 있으니까 하나는 원감님 주면 되겠다-그치?
재석이 : 안돼요- 우리 선생님 주려고 갖고 온 거에요.
뭔가 했더니, 아침에 어머니께서 출근하시기 전에 재석이 먹으러 깎아주신 사과였는데
선생님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과 두조각을 손에 꼭 쥐고서 40분을 차를 타고 와서
오자마자 저를 찾으면서 사과를 줬답니다. 위생 그런 것보다도 그 예쁜 마음이 고마워서
재석이 앞에서 맛있게 먹었어요.
* 어린 아이들의 경우 저 원감님처럼 이야기하면 줄 생각없다가도 주게 됩니다.
4)
'고놈 참 맛있겠다' 라는 동화 혹시 아시나요?
공룡들이 나오는 이야기라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동화를 알기 전, 한 아이가 가방에서 동화책을 꺼내면서
"선생님 제가 이거 갖고 왔어요. 오늘 이거 읽어주세요" 라고 하길래 "그래~" 하고
아이들과 모여서 동화를 읽었어요. 바로 읽어달라는 말에 내용을 살펴보지도 못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내용이 너무 슬펐어요. 어느새 저는 염소 목소리가 되어서 눈물을 참아가며 읽는데
앞에 앉은 우리 여섯살 친구들은 마냥 '공룡 좋아' 하며 보고 있었지요.
그렇게 참다가 더 이상 읽으면 울어버릴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선생님 : 얘들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읽으면 안될까?
아이들 : 왜요?
선생님 : 읽다보니 너무 슬퍼서 선생님이 눈물이 날 것 같아.
아이들 : 안돼요- 빨리 읽어주세요- 그냥 오늘 다 읽어요-
선생님 : 알겠어- 그럼 다시 노력해볼게!
하며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슬퍼서 결국 책을 읽어주다 아이들앞에서 울고 말았어요.
"울어서 미안해 얘들아ㅜ 그런데 너무 슬펐어" 하고 이야기 했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휴지 뜯어와서는 "이걸로 닦아요" 하는 아이,
갑자기 앞에 나와서 제 등을 두드려주며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럴수도 있죠" 하는 아이,
웃으면서 "선생님 운다 ㅋㅋㅋ 선생님 애기다 애기" 라고 하더니
"그런데 선생님 괜찮아요. 왠줄 알아요? 우리 엄마도 가끔 울 때 있어요" 하는 아이,
그리고 책을 가져온 아이는
"아휴.. 다 나때문이야. 내가 하필이면 슬픈 책을 갖고 와서 선생님이 울고말았잖아" 라며 ㅋㅋㅋ
선생님은 아이들 앞에서 울거나 실수하거나 놀라거나 하면 안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매일이 아니라면 다양한 감정의 공유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5)
유치원은 1년 내내 일이 많지만 특히 학기초가 정말 바쁩니다.
특히 5월에는 행사가 많아서 4-5월은 너무 바쁘지요.
그래서 좀 편한 복장으로 출근하곤 하다가 하루는 오랜만에 원피스도 입고 머리끈도 예쁜 걸로
골라서 머리도 묶고 구두도 신고 출근했더니 한 아이가 말하길
"선생님 오늘 무슨 행사있어요? 오늘따라 예쁘시네요" 라고....
그 말에 편한 복장으로 출근하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옷차림에 더 신경 쓰게 됐습니다ㅠㅠㅠ
6)
평소에 "선생님 난 선생님이랑 꼭 결혼할거에요" 라던 명수 (가명 - 네, 무도 좋아합니다 ㅋㅋ -)
하루는 귀가지도 하는데 저 뒤에 종일반 선생님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더니
종일반 선생님이 가셔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길래 무슨일인가 싶어서 가봤지요.
"선생님! 이제야 알았어요! 아.. 그동안 왜 안됐나했네" 라길래 "무슨일인데?" 하고 물어보니
"아니에요. 아직 비밀이에요. 제가 나중에 되면 말해줄게요" 라며 차를 타고 집에 갔습니다.
그렇게 주말 지나고 오더니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뭔가 감추고
저한테 오더니 갑자기 왕자님처럼 무릎을 꿇고는 "선생님 저랑 결혼해주세요" 라며
토끼반지를 꺼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보니 종일반 선생님이 "명수야 결혼을 하려면 반지가 있어야 되는거야" 라고 하셨다고.. ㅋㅋㅋ
그래서 주말에 가장 예쁜 반지를 고르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하네요 ㅋㅋㅋㅋㅋ
7)
다섯살 아이들은 학기초에는 어른들에게도 반말 하는 경우가 많아요.
존댓말에 대해서도 배우고, 친구를 때리면 안되는 이유도 배우지요.
왜냐하면, 처음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정말 친구를 왜 때리면 안되는지 몰라서
때리는 경우도 진짜로 있거든요. 이유를 알고나면 그제서야 "아~" 하면서 알게돼요.
존댓말도 집에서는 안 쓰기 때문에 유치원에 와서도 반말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다섯살 아이들이랑 3월 말에 견학을 가서 도시락을 먹는 시간,
아직 다섯살이라 돌아다니면서 겉옷 정리해주고 도시락 열어주고 불편한거 있나없나 살펴보고
그러느라 저를 비롯해 선생님들은 식사 하기가 어렵지요.
김밥천국에서 사간 호일에 쌓여져 있는 김밥 한줄이 제 몫입니다.
(견학때 유치원에서 교사 도시락 안 챙겨주고, 아이들꺼 같이 집어먹으라 하시는 원장님들 너무 많아요.
실제로 그런 곳에서 근무 했을때는 안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김밥 선생님 하나 주고 싶어서
"선생님 내꺼 한개 먹어봐요" 하기 전에는 안 먹죠. 아이들도 사람인데 자기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거랑 선생님이 "어디 한번 먹어볼까?" 하고 마음대로 먹는거랑 기분이 달라요)
다들 엄마가 준비해준 예쁜 도시락 먹고 있는데 제가 호일에 쌓인 김밥 먹고 있으니까
"선생님은 그게 밥이야? 이상한 거 먹는다" 라는 아이들 ㅋㅋㅋ
"이거 안에 김밥 들어있는거야~ 선생님은 도시락 대신 여기에 김밥 가지고 왔지~" 하고 말해주니
한 아이가 "그거 다 먹고 나면 그럼 내가 과자 한개 줄게" 라고 인심을 씁니다 ㅋㅋㅋ
(아이들이 말하는 한개는 정말 한개라서 고래밥 뜯어서 한개 줄 때도 있어요 ㅋㅋ
아이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고 기뻐하곤 해서, 김밥을 먹던 간식을 먹던 꼭 한개씩
선생님에게 나눠주고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다른 아이들 도와주느라 바빠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과자 나눠준다던 아이가 제 김밥을 확인하러 와서는 "아직 다 안먹었네? 다 먹으면 말해 과자줄게"
라고 하고는 다시 자리에 가서 간식을 먹었습니다. (보통 밥 다 먹고 간식을 먹습니다)
아이들이 간식을 다 먹을때쯤 되어서야 저도 김밥을 입에 욱여넣고 호일을 정리했는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이제 밥 다 먹은거 같은데?" 라더니 와서 "자 여기" 하고 과자를 주는데
끝부분이 이상하게 깨진 과자.
알고보니, 자기 간식 다 먹고 선생님한테 과자 한개 주려고 손에 들고 기다리다가
너무 오래걸리니까 자기가 한입 먹었대요 ㅋㅋㅋㅋㅋ
아....... 쓰다보니 뭔가 길어졌네요.
아이들 정말 귀엽고 재미있는 일화들 많은데 제가 글로 잘 못 옮긴 것 같아요ㅠ_ㅠ
중요한건, 아이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더라도 힘들거나 지칠 때가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거나 짜증을 내면 안 되는 거죠.
차라리 아이들에게
"얘들아. 선생님이 조금 머리가 아픈데 너희가 조금만 조용히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라고
부탁한다면 아이들은 선생님 더 아플까봐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괜찮냐고 걱정해줄거에요-
그리고, 모든 선생님들이 다 폭력쟁이일거라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거에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