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7살 5년차 직장인 여자입니다.
요즘들어 일상이 너무 지치고 힘이 드는데 마땅히 털어놓을 사람도 없네요.
이야기가 좀 길어질지도 모르겠네요.
4년제 대학교 다니면서 그 흔한 휴학 한번 없이 전과에다 복수전공에다..
그래도 4년 안에 졸업하려고 기를 써서 후반에는 방학도 계절학기로 채우고. 이렇게 졸업해서 바로 그해 2월에 취업했네요.
그리고 지금까지 쭉 별일없이 일하고 있구요.
남들 보기엔 걱정 없이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 이런 생각하실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재수하고 편입하고 아직 취업중인 친구에게 부럽다는 얘기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특별하다 싶은 일 없이 흘러온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20대에만 할 수 있고 부딪혀볼 수 있는 일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진짜 따라오기만 한 거 같고, 이렇다 할 여행 한 번, 연애 한 번 해본적이 없어요.
남자랑 접해볼 기회도 없고 그래서 그냥 남자인 사람만 봐도 괜히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며 지냈네요.
여자친구들이랑 똑같이 하면 될텐데 괜히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남자 울렁증처럼요.
간혹 누가 저 좋다고 해도 괜한 자격지심에 밀어내기 바뺐구요.
성격도 매사에 자신감도 없고 소심하게 지내다가, 얼마전에 평소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부분이 조금 해소되면서 그나마 자신감이 생겼던것 같아요.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진짜 나름 큰 용기를 내어 생애 첫 소개팅을 했습니다. 정말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나름 잘 버틴것 같아요.
그렇게 두번, 세번, 네번...
그 중 한분에게 정말 마음이 갔었는데 자세히 말하긴 그렇지만 중간 중간에 여러 일이 있었어요. 암튼 두어달 간의 기간동안 5번 이상의 만남을 가졌고, 저도 점점 설레고 기분이 좋았죠. 드디어 나도 연애를 하는구나 싶고.
그 분이 알아차릴만큼 좋아하는 걸 너무 많이 표현했어요.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싶어 후회했을땐 이미 늦었던 거 같아요. 여우처럼 하라고 그렇게 많이 조언을 들었는데, 막상 그런 경험이 없다보니 이것저것 안 재고 표현을 했었어요. 그분이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에 과도하게 의미부여하고. 암튼 그분도 저에게 호감을 표현해 주시고 그랬는데, 저랑 만날 땐 너무 재밌고 편해서 좋았는데 많이 생각해보니 결국 여자로는 안 느껴진다고 하네요. 설렘이 안 느껴진다는 말이겠지요. 만날 때도 남자 만나 본 경험 없었다는게 분명히 느껴졌을거에요.
쿨한 척하고 끝냈는데 그 얘기 들은 후로 며칠간 계속 그 분 생각이 나고 심난해요. 몇 번 간의 만남에서의 제 행동을 몇십번씩 곱씹어 보며 이땐 이렇게 하지말걸 하고 후회하고, 한없이 우울해지고. 하루에도 몇번씩 연락해보고 싶고요.
어찌보면 제대로 시작도 안 한 사이인데, 이렇게 힘든거 보니 앞으로 누구 만날 자신도 없어져요. 상처 받을게 두려워서요. 이럴줄 알았으면 20대 초부터 연애 좀 많이 해볼걸 후회까지 하고.
올해 초에는.
나타난지는 오래됐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하나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됐는데.
결국 대학병원까지 가서 두어 달 간 진료받고 있어요.
의사선생님도 확실히 모를정도여서 조직검사 받고, 진단명이 나왔는데.
선생님도 실제로 처음 볼 정도로 희귀한 질병(?)이래요.
뭐 건강이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건 아니지만 혹시 몰라 처음 들어보는 검사들을 여러번 받았네요.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있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는 부분이고 이렇게 병원까지 다녀오고 나니 괜히 계속 신경이 쓰여요.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미관상 안좋게 보일테니 자꾸 숨기고 움츠러들게 되구요.
근데 앞의 일들까지 겪고 나니 이런 나를 누가 좋아해줄까 싶어요. 주변에 결혼 하고 아기 낳는 친구들까지 슬슬 늘어나니 괜히 조급해져서, 차라리 어차피 안되는 일에 신경쓰고 감정소비하지 말까 싶어요. 그냥 남자, 연애, 결혼 포기하구요.
항상 모든 것에서건 안정된것만 추구하며 살다보니, 내 자신이 너무 나약해진 것 같아요.
편한 친구, 가족 사이에도 쉽게 말할수 없는 일들이다 보니 이렇게 익명의 공간에다 끼적이게 됐네요. 글쓰기 시작하면서 누가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다 쓰고 나니 이렇게 털어놓은 것만으로도 한결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분에게 계속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는데 너무 힘드네요.ㅠㅠ 그게 제일 큰고민이에요. 뭐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지금쯤이면 이걸 하고 있을텐데 생각나고.
쉬운게 없네요.
여기까지 읽고 계신 분 있을까요? 재미도 없는데 이렇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