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6 여자 사람입니다.
너무 답답해서 익명의 힘을 빌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는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만났고 올해로 만남이 3년째가 됩니다.
2-3년뒤 쯤 결혼하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예쁘게 사랑을 키워왔습니다. 서로 집에 찾아가 인사도 드리구요. 부모님들도 서로 이뻐라 하십니다. 서로 결혼하리라 생각하시고요.
남자친구는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스스로의 시간이 없으면 정말 답답해합니다. 자연히 자신의 시간을 위해 온라인 연락은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자기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희생하면서도 챙기지만, 아닌 것은 칼같이 뒤돌아서는 사람입니다. 자기 일에 열중하고,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걱정보다는 일의 실마리부터 찾아나갑니다.
이와 반대로 저는 감성적입니다. 대학때까진 혼자만의 시간이 왜 필요한 지 그 필요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고 정이 많아 사돈의 팔촌까지 챙기다 내가 주는 만큼 저쪽에서 주지 않으니 실망하며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야 딱 내 주위라는 바운더리를 정해 그 사람들에게만 정을 주지만, 옛날 버릇 어디 안간다고 많이 챙겨주는 스타일입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저는 그 상황에 대해 걱정부터 하고 상황에 따른 감정에 충실합니다. 친구들과 연락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죠.
서로의 차이에 대한 간단한 예를 들어 하반기 취업 때 마지막 탈락 통보가 왔을 때 저는 한동안 매우 슬퍼하고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같이 탈락한 친구들과 스스로를 위로할 때, 남자친구는 이렇게 이렇게 준비해야 다음에 취업에 될 수 있지 않나 하며 여러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몇 주 전, 실은 제가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서로의 입에 '헤어짐'이라는 단어를 돌려서라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습관이 되면 당연하게 생각할지도 모르니 상대방과 대화할 때 말을 예쁘게 쓰는 것을 연애 초부터 서로 신경써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헤어질 마음이 없었는데도 헤어지자고 이야기했던 것은 남자친구와 친구의 카톡을 보고서입니다. 남자친구가 이공계쪽이라 거의 주변에 남자들 뿐인데,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허세가 있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그런 베프와의 카톡을 보았는데, 일을 시작한 남자친구에게 일은 어떠냐, 여자친구랑은 잘 지내냐는 질문을 했더군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일 핑계대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다, 가끔 만나니 더 잘지낸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 든 생각은, 아 이사람이 내가 이사람을 좋아하는 것 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그렇지 않다면 이런 행동을 할 수가 없다, 은연중에라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터질 거고 지금 내가 조금 힘들더라고 헤어짐을 선택해야 겠다, 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헤어짐을 통보했는데, 정말 진심으로 막더군요. 편지도 써 오며, 절대 그러지 않던 사람이 눈물을 보이며 잘못했다, 정말 잘하겠다, 남자들의 허세였다, 가볍게 얘기해서 정말 미안하다 절대 넌 내게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하며 정말 진심으로 절 잡으려는 모습, 잘못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모습에 그래, 남자들간의 허세겠지 생각하며 넘어가려고 했는데
왜이리 넘어가기가 쉽지 않습니까? 제가 너무너무 소심한가 봅니다.
이 이후 몇주 간, 지금까지 남자친구는 애처로워 보일 정도로 저에게 잘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고, 온-오프라인에 티내기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카톡 프로필도 계속 바꿔주고 저를 많이 아껴주고 생각해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눈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알면서도 이런 모습이 얼마나 가려나, 얼마나 가서 지치려나, 이런 모습을 보이다가도 뒤돌아서면 친구들에게 아 여자친구좀 가끔 만나고 싶다 저렇게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는 왜 진작에 이런 모습 보이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한 마디로 남자친구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남자친구는 다시 그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제 스스로가 받아주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전 분명 남자친구를 사랑합니다. 지금도 저는 이 남자와 결혼하고 싶고 보러가고 싶습니다. 문제는 보러 갔을 때, 앞서 말씀드린 저런 생각으로 인해 만나서도 기운이 쭉 빠지고 남자친구가 무슨 얘기를 해도 반응이 차가워집니다. 스스로의 모습에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받아줘야 남자친구가 흥을 얻어 더 잘해주고,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려 할텐데,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자꾸 또 뒤돌아서면 다른 사람들과 날 답답하게 생각하고 카톡한 후 삭제해 버리겠지, 내가 자꾸 차가운 반응을 보이면 지치겠지.
남자친구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하냐, 내가 노력하는 것이 느껴지지 않느냐, 내가 이렇게 하는데도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드디어 불만을 토로했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준 거 아는데 제 성엔 차지 않고... 방법을 알려달라는데 저도 모르겠습니다. 답답할 뿐입니다.
연인간 한 번 깨진 신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그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회복이 정말 될 수 있는건가요?
도대체 저의 심리는 뭐죠 ㅋㅋㅋ 제 스스로가 어이가 없네요.. 휴
여러분의 고언을 듣고 싶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