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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님아, 마누라한테 전화 좀 하세요.

우리정이 |2008.09.19 15:05
조회 457 |추천 0

보통 독신이 아닌 이상 가족과 살든 친구와 살든 한 집에 동거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녁에 늦게 가거나 무슨 일 생기면 전화를 하지 않나요?

저도 직장 생활했을 때 칼퇴근하든 늦게 가든 일단 정규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늘 집이나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니면 남편이 먼저 전화를 걸어 내가 늦는지 아닌지, 본인이 늦는지 아닌지 저녁 스케쥴을 서로 확인하곤 했지요.

 

그런데 2008년 들어와서 어느 때부터인던가  남편이 퇴근시간 즈음에 전화를 자꾸 안해주네요.

(지난 7월부터 저는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하긴 합니다만...

퇴근 늦냐고 전화해서 물어보면(주5일 중 4일은 밤 9시 이후 귀가합니다.) 늦는다고만 합니다.

회사 일 때문에 늦게 온다는 건지, 회식이 있다는건지, 저녁은 먹고 오겠다는건지..

밑도 끝도 없이 늦는다는 말 한마디 하고서는 전화 끊어버립니다.

전화하면서 통화가능하냐고 물어보고(회의중일 수도 있고, 그 외 바쁜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통화하는데도 지나치게 용건만 간단히입니다.

 

늦으니까 걱정말고 먼저 저녁 먹어라, 회식있어 늦는다. 처리할 일이 많아 늦는다...앞 뒤 조금만 갖춰 얘기해도 5초면 충분한데...달랑 '늦어'라니..

 

간혹 저도 이래저래 정신없거나 먼저 전화해 주겠거니 있다가 아이만 먼저 저녁 먹이고(태권도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배고프다고 난리치는 녀석이라서요--;;; 오후 6시 30분~오후7시 사이에 저녁 먹입니다.) 남편 기다리다가 결국 저녁 못 먹은 적도 적지 않습니다. 저 먼저 먹었는데 남편이 저녁 안먹고 오면 혼자 덩그라니 저녁 먹으라고 차려주면 안쓰럽잖아요.

 

어제도 전화해서 물어보니 늦는다고 하길래 일 때문에 늦는가보다 습니다만 저녁 9시 넘어서 제 핸드폰으로 카드사용내역이 문자로 뜨더군요.(늦은 이유가 업무때문이 아니라 회식하느라 늦은거였지요)상점명을 보니 고깃집인 것 같았습니다. 회사 부하직원들 밥이라도 한끼 사준 모양입니다. 한편으로는 속이 쓰리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마누라랑 아들녀석은 한 달에 한 두번 삼겹살 먹을까 말까인가 본인은 일주일에 2번은 고기를 먹는 것 같고, 주말에 오랜만에 온가족이 집에서 삼겹살이라도 먹을까 제안하면 본인은 질렸다고--;;; 이럴 땐 정말 용돈 깎고 싶습니다.

 

자정쯤 들어왔는데 소주 냄새가 풀풀 납니다. 소주 2병 마셨대요. 물론 힘들겠지요. 클라이언트들 때문에 자기 맘대로 안따라와주는 직원들 때문에...머리도 아프고 짜증도 나겠지요. 그런데 혼자만 힘들고 머리아픈 건 아니잖아요? 반대로 남편 상대하는 클라이언트들도, 직원들도 남편때문에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는거고,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 중 속 편한 사람 몇이나 됩니까?

 

마누라가 이젠 전업주부니까 전보다는 걱정거리 한 가지가 줄긴했어도(업무 스트레스) 저도 사람인지라 명절스트레스, 육아스트레스, 가사스트레스, 마누라스트레스 등등 나름 술에 기대어 하소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술 즐겨 마시는 사람이 아니란 건 알지만 밖에서는 마셔도 집에서 마누라를 위해 술 한잔 같이 기울여줄 생각안하네요. 무려 10년 가까이 살았는데도요.

 

아주 간혹 친정에 가도(분기별로 한 번 갈까 말까입니다. 멀지 않은 인천인데도) 남편이 기분이 좋은지 아닌지 내내 남편 기색 살피다가 옵니다. 간지 2,3시간도 안되어서 집으로 옵니다. 은근히 집에 어서 가자고 채근하거든요.

시댁은 우리 집에서 도보로 7~8분... 일 있을 때마다 가고, 심지어 시어머님 외출하시게되면 조카도 봐줍니다(저희 집엔 며느리가 저밖에 안 남았습니다.)

 

제가 직장 생활 했을 때도 가사와 육아 감당하느라 많이 힘들었는데도 진짜로 손끝 하나 하지 않던 사람입니다. 제가 생지랄쇼를 해야 쓰레기 한 번 버려줄까 말까, 걸레질 한 번 해줄까 말까입니다. 제가 직장을 관둔 이유에 가사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는 남편도 포함됩니다. 남들 보기에는 엄청난 애처가에 가사에 적극 협조할 스타일로 보이죠. 워낙 말은 청산유수로 잘 하니까요.  그런 이미지에 속아 남편 좋아하게 됐고 결혼했다해도 무방할겁니다. 제가 미친게죠.

 

말로는 자기는 장가 잘 갔다. 나만한 마누라 없다. 내가 제일 좋다..입에 침도 안바르고 엄청 잘합니다. 그러나 순전히 립서비스같습니다. 진정성이 안느껴집니다.

 

오죽했으면 추석 때 시어머님께 남편 반품하겠다고 했겠습니까?(A/S는 애당초 글렀습니다.)

 

남편이 저 출산 후 수개월을 백수로 지낼 때도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하면서 몸조리도 제대로 안한 상태에서 저 직장 다녔습니다. 시어머님 빚도 자식이니까 당연히 감당해야한다고 생각하며 다 갚았습니다. 시댁에 사건 사고 터질 때마다 금전적으로든 법률적으로든 도움을 주곤 했습니다.

누구네 남편은 연봉 얼마네, 누구네는 몇 평에 사네..그런 소리 한 번 안했습니다.

만날 친구도 많지 않지만 그나마 있는 친구..일년에 친구들 한 두번 만날까 말까입니다.(만나도 해 있을 때 만나고 해 있을 때 들어옵니다.)

 

혹시 댁 남편 바람피는 것 아니냐?라고 하실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워낙 여자에게 좋게 보이는 스타일이긴해도(몸꽝에 미남도 아닌데 이상하게 여자들이 좋게봅니다.) 아직 외도를 의심할만한 건수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원하는 건 다른게 아닙니다. 남편이 조금만 저를 좀 배려해줬으면 좋겠어요.(대화를 수차례 시도하고 달래고 어르고,협박해도 안되는 건 안되네요.) 어쩌면 큰 걸 바라는 것도 같지만..

나이도 37세이면 그렇게 사고가 굳은 편은 아닐텐데...그 보다 더 윗연배인 분들도 배우자 배려할 줄 아는데..

 

그렇다고 제가 못난 사람도 아니고(나름 배울만큼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고, 똑똑하다는 소리 많이 듣습니다. 사회의식도 좀 있는 편입니다.) 또 남편 집에 비해 우리 집안이 나으면 나았지 못나지 않았는데... 친정아버지께서 남편이 속썩이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한 대 패주겠다고 하셨지만....차마 그렇게는 못하죠.

 

남편은 노후도 걱정이 안되는가봅니다. 정 안되면 나중에 늙어서 남편 쫓아내버릴까 생각해봤는데 이번에 초겨울에 이사갈 계획인데..그 때 남편만 두고 애와 저만 홀라당 이사갈까봐요--;;

 

남편의 전화 안하는 습관때문에 시작한 투덜거림이 남편의 여러가지에 대한 불평으로 번져버렸네요. 제가 남편한테 많이 쌓여긴 한가보네요..

 

ps. 우리 아들녀석 나중에 아빠같은 남편될까봐 참으로 걱정입니다. 그럴 것 같으면 세계평화를 위해 절대로 장가 안보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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