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원생이다.
그것도 이제 석사 3학기의 미래가 불투명한 국내 29살의 늦깎이 석사...ㅋㅋㅋㅋ
나한테는 20살에 재수하던 절 알게된 여자사람친구가 한명있는데, 사는 곳이 바로 집앞이라서 자주 만나곤 했다.
거의 밤에 술을마시고 수다를 떨던 친구였다.
군 제대후 그 친구는 그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바빠서 잘 만나지 못하다가, 또 가끔 연락해서 만나면 쭉 며칠동안 여러번 보기도 하고 그렇게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가장 최근에 본게 한 2년전인가... 나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사라졌다.
연락을 해도 받지않고~ 카톡을해도 답장하지 않고.. 그래서 나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ㅎㅎ
갑자기 어제 카톡이 왔다.
"그동안 연락못해서 미안하다. 잘지내냐?" 등등의 이야기였는데
나는 3월 31일까지 투고해야할 논문이 있어서 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솔직히 논문을 쓰기는 다 써둔 상태였는데, 아직 지도교수님께 컨펌을 받은 상황도 아니어서 괜히 마음이 복잡하고 그럴 시기 였다.
오늘저녁에 시간이 어떠냐, 뭐 이런식으로 묻는 질문에 내가 좀 귀찮아했다ㅋㅋ
그래서 말했지,
"내가 요즘 바쁘니까 시간날때 내가 연락할게"ㅋㅋㅋㅋㅋㅋ
많이 정없어 보였나? ㅋㅋㅋㅋㅋ 난 잘 모르겠던데 ㅋㅋㅋㅋㅋ
암튼 알겠다고 하고 그 다음날 오전에 또 카톡이 왔는데, 이번에는 주제가 달랐다
"야, 너 소개팅할래? 진짜 착하구 예뻐. 소개 받아봐."
바로 하루 전날 귀찮다는 식으로 시간없다고 했는데... 소개팅 얘기가 나오니 괜히 귀가 솔깃하긴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해야할일이 있고 아직 학생인데.. 괜히 만났다가 내 마음에 좀 안들거나, 또 그냥 그러거나 하면 괜히 시간만 뺏길것 같아서 까놓고 얘기했다 ㅋㅋ
"야 나 안예쁘면 안만나. 사랑에 안빠질거야 아마"
진짜 이쁘고 착한 개념녀라는데... 난 여기서 부터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솔직히 다 물어봤지
걔가 내 사진을 보기는 했냐,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들었냐, 그런데도 소개팅을 하겠다고 한거냐 등등.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Yes' 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지...
이녀석 말대로 진짜 괜찮은 여자고 이쁘고 착한 개념녀라면 나같은 29살 늦깎이 대학원 석사과정생이랑 소개팅을 할일이 없을텐데...
"야 사진보내봐"
그리고 온 사진을 보고 나는 소개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 없다구? 시간은 만들면된다 잠을 덜자면 되고ㅋㅋㅋㅋ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일을 끝내면되니깐.
버스에서 본것 같다고 했더니
운전하고 다닌다고 개수작 집어치우라고 했다
헐... 운전도 해? 차도 있어...?
뭐야 도대체 이게 무슨일이야 내가 이런 여자를 만나도 되는거야...?
연락처를 받았다.
바야흐로 2015년 3월 13일 금요일 14시 52분에 나는 그녀의 연락처를 받았다!!!!!!
14시 58분 경, 처음으로 카톡으로 인사를 했다
심지어 1004번째 카톡친구다ㅋㅋㅋㅋ(의미부여 엄청하기)
말을걸었는데 답장도 늦지않구 바로바로 와서 좋았다.
동네얘기부터 시작해서~ 어디사는지 등등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집도 같은 아파트에 나는 5단지, 그녀는 3단지...
진짜 어떻게 이런여자를 만날수가 있지? 너무 신기했다ㅎㅎ
그렇게 몇마디를 살짝 나누다가, 나는 갑작스런 외할아버지의 사망소식에 대화를 중단하고 장례식장을 가야 했다. 91세에 주무시다가 편안하게 돌아가셨다는게 그나마 다행이셨다.
오늘 소개팅한 여성분,
튼실한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는 그녀는 직위가 '대리'라고 했다.
그래서 홍대리다.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