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22 09:13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집안의 종손과 결혼한 며느리가 일년에 십여차례 있는 시댁의 제사모시기를 소홀히 하다 가정불화로 결국 남편과 갈라서게 됐다.
부산지법 가정지원 가사3단독 김관구 판사는 A(53) 씨가 아내 B(48) 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 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혼인관계의 파탄 원인이 시댁 제사를 잘 모시지 않고 시댁에 자주 찾아가지 않은 B 씨로부터 시작된데다 이후 집안살림을 등한시하고 자녀양육에도 소홀히 한 점 등에 있으므로 A 씨의 이혼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1981년 결혼해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A 씨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명절 제사 외에 1년에 12회에 걸쳐 모시는 제사가 발단이 됐다.
아내 B 씨는 명절때만 잠시 들러 제사를 지내고는 곧바로 친정으로 돌아갔으며 그 외에는 제사음식을 마련하는 등 제사 준비를 제대로 거들지 않았다.
이에 A 씨는 2005년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사를 모셔와 직접 지내기로 했으나 그해 9월 시부모가 참석한 자리에서 아내가 제사 준비를 하다 말고 외출, 이튿날 새벽에 귀가하는 일이 발생하자 시부모가 다시 제사를 모셔가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B 씨는 시댁에 자주 찾아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부모에게 안부전화조차 하지 않아 남편과의 사이가 더욱 틀어졌고 급기야는 호프집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남자들과 수시로 부정한 내용의 통화를 하면서 둘 사이의 틈은 더욱 벌어졌다.
결국 크게 다투고 난 뒤 A 씨와 B 씨는 최근 1년 8개월간 별거했다.
김 판사는 "B 씨가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도 재판부의 설득이나 권유에도 부부갈등에 대한 책임이 A 씨 가족에게 있다며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이혼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옐로우 져널리즘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재판부의 판결 내용은 애시당초 이 두 사람의 불화는 며느리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1년에 12번이나 있는 제사를 지내지 않았음에서 시작되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이후 아내의 외도와 가정살림 소홀이었음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제목은 제사를 지내지 않아 이혼을 했다는 식입니다. 정히 기사화하겠다면 '지나치게 많은 제사가 빚은 가정불화로 인한 이혼'이라고 해야 겠지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니 말이란 정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흉칙한 무기가 됩니다.
그나저나 재판부도 최종 판결을 두고 고심참담했음을 여실히 느낍니다. 이혼을 원치 않는 아내, 전통을 따라 살아보라고 조정권고까지 했지만 그것만큼은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나 봅니다. 이 경우 제사나 시부모에 대한 부분은 양보할 수 없으나 대신 가정생활엔 충실하겠다고 했다면 어떻게 판결이 났을까요?
한편 1년 12번 제사라.. 조상에 대한 예의 갖춤으로써 사리에 어긋난 법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아래 신음하는 종갓집 며느리의 고통은 어찌 보상해야 하는지. 대대로 권문세가인 집안의 장손 중 일부는 아예 직업도 없이 조상 모시기만 하도록 문중에서 배려를 해준다고 하나, 그렇지 못한 집안이 대다수인 현상황에서 사랑해서 결혼했단 이유만으로 져야 할 책임친곤 참으로 황당하다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럴 줄 모르고 결혼했냐는 반론도 예상이 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십년간 참고 받아들이라는 주문을 하기 전에 개인의 인격과 자유, 행복이란 면에선 신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혼을 당한 여자는 호프집을 했다 합니다. 자고로 저 정도 따지는 집안이라면 응당 종가의 며느리로써 해야 할 처신이 있다고 생각되는 바, 그런 여자가 시정잡배들이나 상대해야 하는 물장사, 주모노릇까지 하게 만들 정도였다면 1년 12번 제사나 며느리로써의 책무가 가진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물론 술집을 반드시 해야만 했었다는 나의 언급은 어디까지나 이 논리의 전제에 불과합니다만.
12번이라도 할 건 해야 한다고 생각들은 하지요. 그러나 정작 본인이 하지 않습니다. 다들 그래서 종손에겐 재산을 좀더 물려주고, 또 형제들이 제사지원도 한다고 합니다. 돈으로든 자신의 아내가 제공하는 노역이든. 그러나 당사자는 다릅니다. 아주 대단한 재산을 받았다면 가정부 두고 도우미 둬가며 할 터이니 큰 불만은 없을 겝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일일이 자기 손으로 장 보고 다듬고, 전 붙이고. 오는 손님 상차려 주고 바라바리 제사음식 싸주고, 간만에 모인 형제자매, 사촌들의 북새통에서 집안 일 챙기랴, 지 새끼들 건사하랴, 더하여 술집까지? 그리고 다 떠난 후 혼자 남아 이것 치우고 저것 정리하고 그 와중에 시부모들은 뭐 해와라, 머 해서 갖다줘라, 삼시 세끼 꼬박 꼬박 뜨신 밥과 국으로 바쳐야 하니 이게 정말 사람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만 듭니다.(물론 사례에선 이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이 곳은 어떤가요? 비슷한 사례로 이혼, 시댁과의 마찰로 이혼, 남자의 무관심으로 이혼. 이혼, 이혼.. 온통 이혼 밖에 없습니다. 내가 여기서 종종 듣는 비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자들에게 어필할 내용으로만 조언을 한다는 건데, 정말 그럴까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정말 남자인 당신이 여자로 다시 태어나 시집을 가서 저런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리고 지금 남자의 기억이 온전히 남아 있다면, 오냐하고 수긍할 분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난 여자로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런 비유로 설득할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면 이 세상엔 싸움과 이혼 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무엇때문에 당신 입장이 되어 봐야 하는데 란 대답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거든요. 그건 지독한 이기주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오로지 나만을 위해 살겠단 소리니 어쩌면 앞서 언급한 이혼들은 불가피하겠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을 갖게 되죠.
올라오는 사례를 보면 사단의 시초는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다음의 대화는 어떠신지요?
남편 : 너 왜 우리 집에 전화 안하는데?
아내 : 일도 없는데 전화하기 좀 그래서. 왜 뭐라고 하셔?
남편 : 일이 있어야 전화하냐? 좀 살갑게 굴면 어디가 덧나냐? 것두 꼴에 효도라면, 별로 하는 효도도 없는 니가 할 수 유일한 쉬운 건데 왜 못해?
아내 : 하는 게 없다니? 명절 때마다 가는 건 뭐야?
남편 : 남들 다하는 거 잘난 척하지 말고.
아내 : 남들 다하는 거라니? 잘난 척이라니? 그런 당신은 우리 친정에 한 게 뭐 있어?
남편 : 해주긴 뭘해 줘? 너 데리고 와서 밥먹여 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 해야지.
아내 : 뭐라고? 어이가 없어서. 내가 거지냐? 니가 뭔데 날 먹여 살려? 나도 직장 있었다구.
남편 : 그래? 그럼 직장 다녀? 집에서 퍼질러 놀지만 말구.
아내 : 이날까지 종질하며 애 낳아줬더니..
남편 : 그 애가 내 애냐? 니 애는 아냐? 그리고 난 여태까지 놀며 돈 벌어왔냐? 이거 왜 이래? 니들 때문에 내 나이 보다 5년도 넘은 중늙은이 취급을 받아. 너만 억울해?
아내: 허이구.. 잘났네. 그럼 왜 나랑 결혼하자고 했어? 내가 싫다고 했지? 너 그런데 뭐라고 했어? 공주대접 좋아하시네.
남편 : 이 여편네가 보자 보자하니까 지껄이는 수준봐라. 그래!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가서 그랬다. 왜?
아내 : (전화기를 던지며) 그래? C-8, 니가 다 해봐라.
남편 : (주먹 날라가며) 나가, 이 Year아.
농담이나 나의 상상이 아닙니다. 얼마 전 이혼하게 된 30대 부부와의 상담을 통해서 알게된 사실을 각색하고 대폭 줄여 만든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효도의 시작은 아내나 며느리가 아닙니다. 자기 부모에 대한 효도는 자신이 먼저 해야 하는 것이지 왜 그 책무를 여자에게 넘겨 버리시는지요? 본가로 전화 넣어 안부 여쭙는 건 남자가 해도 될 일이고, 부모님께서 며느리에 대해 궁금해 하면 곁에 있는 아내에게 '당신은 할 말 없어?'라는 식으로 얼마든지 부드럽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내야 당장 '안부나 전해 주세요'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손주 교육문제부터 집안 큰 돈 들어갈 일까지, 자연스럽게 접근할 꺼리가 충분히 생기지 않을까요?
난 여자 편을 들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어차피 이혼으로 둘다 상처를 입을 양이면, 그리고 여자가 이런 면에서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양보와 타협, 그리고 역지사지는 남자들이 택할 수 있는 파국의 유일한 회피수이고, 또한 그런 파국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지책이지 않습니까?
고부간 갈등에서 남자는 방관자적인 역할이었고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중론이었습니다. 여기엔 여자들 싸움에 끼어봐야 좋을 것 없단 생각과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지 모르겠단 어중간함이 그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혼의 위기에 처한 남자는 그리해선 안되겠지요. 적극적인 중재자로써 첨예한 양자의 입장을 부드럽게 무마하고 정히 안되면, 강제조정이라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혼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본일테니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며 즐거운 오후되시기를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