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3살 남자고, 동갑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결혼한지는 5년 되었구요.
대부분의 남자분들이 그렇듯 군전역하고 이거저거 시기 맞추고 대학 졸업하니 27살이더군요.
바로 취직해서 1년하고 몇 개월 정도 더 돈 벌고 스물 여덟에 결혼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전부터 모아왔던 돈에, 저희 부모님께서 도와주신 덕에 대출을 거의 안 끼고 작은 빌
라를 사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와이프의 경우 전문대를 나와서 저보다 한참 먼저 취직했고, 결혼과 동시에 그만둔 상탭니다.
결혼당시 와이프가 모아뒀던 돈이 거의 없었습니다.
장인어른이 안계시고 집이 워낙 어려웠던 터라 거의 와이프와 처형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무방했으
니까요.
그래서 혼수도 처음에 필요한 것만 중고로, 제가 모은 돈에서 쪼개서 사가지고 들어갔고 하나하나
바꿔나갔습니다.
결국 집부터 혼수, 결혼비용의 거의 모두를 제가 부담하고 와이프는 거의 몸만 왔다고 보시면 되는
거죠. 물론 연애 때 데이트 비용도 제가 모두 부담했습니다.
와이프의 집안사정을 잘 알고 정말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당시도 그랬고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이 부
분에 있어서 불만이 없었습니다.
같이 평생 살 사람한테 계산기 들이밀기도 싫었고, 와이프가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긴 했어도
집안에 충실했으니까요.
그러다가 불과 며 칠전 일이 터졌습니다..
현재 저는 직장을 나와서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중입니다.
한 2년 되었네요.
월급 줘야 할 직원은 3명이나 딸려 있고 경험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체를 운영해 나가려니까
머리에 과부하가 와서 금전적인 부분을 모두 아내에게 일임했는데 이게 큰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사업운영비와 제 담배값 정도를 빼고 나머지를 모두 와이프에게 줬고, 와이프가 먼저 내역을 보여
주며 확인시켜주곤 했기 때문에 의심해보지 않은게 화근이었네요.
며칠 전 갑자기 얼마나 모았을까 궁금해 아내에게 통장 좀 보자고 했는데 아내가 횡설수설 하길래
제가 직접 확인해봤더니 현재 잔액이 0원 입니다. 100원 짜리 하나 안찍혀있고 0원이요.
추궁하니, 장모님이 재혼을 하기로 했답니다.
어디 탑골공원에서 만났나 어디서 만났나는 저도 모릅니다. 아예 이거에 있어서 저한테 상의한 적
한 번이 없었으니까요.
장모님과 그 상대 노인 들어가서 살 집을 제가 모은 돈으로 해줬다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해줬다기 보다는 장모님 원래 살던 집 뺀 돈에 제 돈을 더해서 집을 마련한거죠.
저 정말 담배값 빼고는 저 자신한테 한 푼도 안쓰며 악착같이 돈 가져다 줬습니다.
간혹 수입이 좋은 달에 여윳돈이 생기면 회사에 재투자 하거나 와이프 선물을 사다주면 사다줬지
저 자신한테 정말 혹독했어요.
애도 아직 없는 집이고 저랑 와이프 생활비 나가봐야 얼마나 썼겠습니까..
그렇게 모은 돈이 한 순간에 증발하니 열이 확 올라서 처음으로 와이프한테 욕을 했습니다.
진짜 여태까지 사랑하니까 내가 다 쓰면 된다라고 넘겼던 거부터 다 생각나면서 진짜 하늘이 노랗
더라구요..
솔직히 저한테 말이라도 했으면 제가 다 대주진 못했어도 어느 정도 도와드렸을 겁니다.
기쁜 마음으로요. 내 연인의 부모님인데요.
근데 저한테 단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는게, 그리고 장모님도 저한테 단 한 마디 언질도 없었던게
진짜 개 같습니다.
당신들 집 빼서 더 작은집으로 이사가시면서도 아들 행복하게 살라고 도와주시고 항상 응원해주신
저희 부모님이 지금 단칸방에 두 분이서 지내시면서 싸고 맛 없는거 드시고 계시고,
옷이 다 헤져도 기워 입으시고 하시는 모습을 보다가, 내 부모 피 짜내서 벌인 사업으로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우리집과 내 부모님 집을 합친 것보다도 넓은 평수에 들어가 하하호호 웃으며 살고
있는 장모와 노인네를 보고 있자니 진짜 피 눈물이 나고 와이프와 남은 인생을 마저 살 자신이 없
습니다..
와이프도 미안하기는 한지 지금 친정에 가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진짜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와이프한테 얼마를 쓰든 아깝다는 생각 든 적 한 번도 없었고,
제가 벌어온 돈으로 제 옷 한 번 사주지 않고 본인 필요한 것만 사는거 보면서도 조금 섭섭하긴 했
지만 사랑하니까 넘겼습니다.
근데 이제는 와이프 얼굴을 보면서 행복하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 이혼이라는 말은 절대 없을 줄 알았는데 요 며칠 새 머리가 복잡합니다.
글을 쓰다보니까 다시 화가 나서 글이 격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명하신 분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