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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이야기.

은영 |2004.01.08 17:32
조회 687 |추천 0

외국에서 두번째로 새해를 맞이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 몇달은 이국적인 분위기에 겁없이 지났고,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에서 알고 있는 것처럼 외국이 천국이라는 환상이 깨지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서서히 우울증이 오기 시작했고, 하루라도 맥주가 없으면 견디기가 힘들정도였을 때

이곳을 자주 기웃거렸었다.

 

한국말이 너무 하고싶어서, 한국인과 대화라도 실컷하고싶어서

채팅방에도 기웃거리곤 했었는데, 채팅방에선 내게 몇가지를 묻는다.

여긴 자주 들어오느냐, 나이가 몇이냐, 사는 곳은 어디냐,

묻는말에 순순히 대답하면 두서너가지 반응이 나온다.

잘 놀다 가라는 둥, 니가 베를린이면 난 시베리아다 라는 둥,

두번다시 채팅방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그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완전히 바닥을 치고있는 나의 생활은 멈춰진 것 같았는데,

시계는 잘만 돌아가고 있었다.

 

이젠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곳 생활에 적응하려면 한국식으로는 어렵고, 이 사람들의 생활을 똑같이는 못해도

흉내라도 되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방학이면 가까운 주변국부터 둘러 보기로 하였다.

 

그 첫번째가 스위스의 Jungfraujoch 였다.

비행기로 한시간 이십분정도가 소요되는 스위스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파랑눈을 약간 내려 깔면서

영어로 뭐라 뭐라 물어보는데, 아이에게 신경쓰느라 듣지못한 난 순간적으로 독일어가 나왔다.  

'뭐라고요?'

그랬더니 그 파랑눈의 소유자가 표정이 한결 밝아지면서

"독일어를 할 줄 알느냐?"

"조금한다"

"묶을 곳은 어디냐?"

"동료집이고 그가 마중나와 있다"

즐거운 여행이 되라면서 통과시켜 준다.

 

내가 본 Jungfraujoch는 유럽여행을 준비중인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을 정도이고

사진은 다음에 한번 올리려고 마음먹고 있다.

 

여기서 잠깐 남편 흉을 보고 싶다.

남편은 갈때부터 짐이 많다고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하기에, 난 속으로만 궁시렁 거렸다.

'4인가족이 3박4일 가는데, 20kg정도의 짐과 기내가방하나가 뭐가 많다고...'

 

짐이 많다고 잔소리한 효과는 Jungfraujoch에서 나타났다.

정상에 올라간 남편은 정말 개떨듯이 덜덜 떨면서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기압때문에 고생하는

두 아들과 함께 전망대비슷한 곳에서 나오려고 하질 않는다.

저렇게만 있는다면 이곳을 오기 위하여 지불한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몇컷의 사진을 찍자마자 다시 쏜살같이 들어간다.

 

고소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지만 고소한 마음이 더 했다.

이곳 남자들은 하다못해 귤, 계란, 물,,,,,  이런 것들도 다 싸들고 다니면서 가족을 챙기더고만

한국남자들 대부분이 그런지, 우리 남편만 그런지,

손에 들고다니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더니만 '쌤통이다' 싶었다.

 

그날 저녁 남편은 굉장히 피곤해 하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이 피곤하고 힘든줄은 알지만 일부러 냉정하게 대했다.

그래야 다음에 여행갈 때 짐싸는데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남편도 속으로 궁시렁거렸을 것이다.

'독한 여자, 내가 이렇게 피곤해 하는데, 아는 척도  안하네' 

 

밖의 온도가 영하 18도를 맴도는데, 달랑 면바지 하나 폴라티 하나,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파리

하나를 입고 갔으니 얼마나 추웠겠는가?

 

그 밖에 Gletschergarten (직역하면 빙하공원)과 다른 한 곳을 들렀는데,

그 다른곳의 이름은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는다.

목조다리인데, 지붕밑으로는 그림들이 걸려져 있고, 몇개의 그림과 다리가 불에 타서

그 부분만 새로 지었는데, 그 나무기둥에는 많은 낙서들이 있었다.

영어도 있었지만, 한국어로 된 낙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왔다갔다는 이야기인지, 관광오는 한국사람 대부분이 낙서를 했다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독일에서 처음한 여행치고는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는다.

 

참고로 Jungfraujoch에서는 기압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하여

산소와 특수사탕을 준비하고 있으니 이용하신다면 좀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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