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 길로 계속가는게 두려워.

안적없이모... |2015.06.05 22:08
조회 1,746 |추천 7

안녕하세요.

온라인쇼핑몰 운영자 일을 하고 있는, 아니 했었던 27살 여자사람입니다.

1월에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구직중이거든요.

생각보다 구직활동이 길어졌네요..

 

누군가한테 맘편히 다 터놓고 얘기하고싶은데

엉엉 울면서 원망하듯 다 말해보고도 싶고

술의 힘을 빌려서 푹 자보고도 싶은데

모두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서

6년 넘게 눈팅만 하던 판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네요.

 

친구한테 말하듯 반말로 써도 될까요...?

네, 고마워요. 그럼 반말로 할게요.

 

 

 

 

 

 

 

 

 

 

MD라는 직업 많이 들어봤을거야.

근데 나는 AMD라는 사람이야.

AMD는 MD를 서포트 해주는 사람이야.

기업마다 MD와 AMD의 업무영역이나 개념이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쉽게 말하면

MD는 주로 커뮤니케이션, 그러니까 협상이라던가 영업업무를 위주로 하고

본인이 맡은 상품이나 브랜드, 카테고리의 매출을 책임지는 사람이지.

(상품을 소싱하고 마케팅을 기획하거나 하는 일도 당연히 MD가 해.)

AMD는 그에 따른 셋팅, 관리, 운영업무를 하는 사람이거든.

예를들어 상품등록, 품절관리, 광고관리, 매출분석, 경쟁업체모니터링, 발주 등등이 있어.

 

나는 내 나름대로 AMD의 업무가 나랑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거든.

AMD없으면 MD가 살인적인 업무량을 다 소화할 수도 없고

(그래서 AMD가 생겨난거지. MD들은 좀 더 MD다운 일에 몰두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직무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주인의식을 갖고 일했었어.

연봉이 적고 계약직임에도 불구하고 불평없이 야근 했었고

항상 팀에서 제일 먼저 출근했었고

남들이 귀찮아 하는 일, 힘들어 하는 일.. 솔직히 내가 다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돕고싶다는 그런 마음으로 임했었어.

 

그런데 내가 최근에 일했던 회사에서 말이야.

AMD가 이렇게 천대 받는 직업이라는걸 처음 느꼈어.

 

그전까지는 AMD가 MD보다 좀 낮은(?) 사람이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대게 MD분들이 나이가 많으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느낌도 있었고

실제로 AMD를 적어도 하찮게 생각하시지는 않았거든.

인정해줄 부분은 인정도 해주시고 칭찬도 해주시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보려 하시고.

우리가 없다거나, 있어도 아는게 없으면 본인들이 일하는게 힘드니까.

 

그런데 최근에 퇴사한 그 회사는

많아봐야 1~2살 차이나는데다가 팀원이 모두 여자였어.

여자만 있는 팀 생활이 얼마나 힘든건지 아주 뼈져리게 느꼈지.

게다가 사원급의 팀원들은 대부분 나보다 사회생활 경력이 다 짧고

심지어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어.

이 사람은 나랑 같은 AMD로 입사했는데도 나와는 수준이 다른 업무를 하고있었고.

그래도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니까 좀 불편하고 못마땅해도 

"선배님~ 선배님~"하면서 열심히 하려고 했었단 말이야.

 

그런데 내 자리만 다른 팀 라인에 떨어져 있고

입사해서 4개월 동안 별다른 인수인계를 안하더라.

정말 목마른 사람한테 죽지않을 정도로만 물 한 방울씩 주듯이 인수인계를 하는데 미치겠더라고.

일이 없어서 눈치보다가 6시 15분 쯤 나가잖아?

그럼 또 칼퇴근 한다고 그렇게 눈치를 줘.

 

입사한지 2주 정도 지났을 때였어.

당시 팀장이 공석이어서 여자주임님이 임시팀장을 하셨었는데 그 분과 면담할 때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인수인계를 좀 천천히 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렇게 조심스럽게 내 의사를 표현해보기도 하고

선배들한테 메신저로 일일이 시키실 일 없으시냐고 물어도 보고

점심시간에 누가 "나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오늘도 야근이야." 이런 말을 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인가요? 그러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나서보기도 했지만

와... 뭐랄까.

나한테 일주기 싫어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

내 옆에 지나가면서

"아.. **씨 인수인계 해줘야하는데 우리가 너무 시간이 없어서~"이러고.

 

갑자기 어느날 인수인계 해준다고 옆으로 와서는 시킨다는 일이

우체국 가서 등기 붙이기.

거래처 담당자한테 연락해서 증명사진 받기.

연차 쓴 사람 업무 대신하기....

(이거는 중요 업무라면 내가 해줄 수는 있는건데 그 사람의 일과를 아예 통째로 인수인계 받아서 했었음. 내 일도 없이 하루종일 그 사람의 업무만)

나 그래도 이 쪽 경력이 3년이 넘는데.... 하....

 

내가 어떤 일을 잘못했거나, 무능력하거나 그랬다면

'아, 나 나가라는 소리구나..'라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이건 뭐 입사해서부터 나를 판단하게 할 어떤 기회조차 없이 사람 바보 만들더라고.

 

나중에 다른팀 분들과 좀 친해졌을 때 얘기를 들어보니

팀원들이 대부분 입사동기라 아주 똘똘뭉쳐서

새로온 사람들 잘 못끼게 하고, 타부서에도 엄청 공격적이고 그래서

심지어 MD팀 때문에 퇴사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어.

그 뒤로 새로오신 남자 팀장님도 4개월 정도만에 그만두셨고.

 

이 문제를.. 타부서들은 물론 대표님까지 알고계시더라고.

근데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않았어.

결국 난 퇴사를 했고 자존감이 두더지 땅파고 들어갈 기세로 낮아진 상태지.

 

그래서 요즘 이직하려고 면접을 보러다니고 있는데

한 번 AMD로써 그런 취급을 당하고나니까 다시 AMD로 돌아가고싶지 않더라고.

그래서 가급적 MD로 지원을 하고있는데

 

며칠 전에 매출규모 150억 정도되는 작은 회사에 MD 면접을 봤거든.

(이번이 한... 15번 째 면접인듯...)

그런데

"AMD라는 직업은 솔직히 직업도 아니지, MD 따까리지, AMD 쓸 바에 알바 쓰는게 낫지 둘이 다른점이 뭐가 있겠어요?" 이러면서

그간의 AMD경력을 정말 개무시 하고

내가 다녔던 회사들에 대해 안좋게 얘기하고

(난 대기업은 안다녀봤지만 대기업 자회사랑.. 업계 1위인 이름대면 다 알만한 업체를 다녔었어. 면접을 본 회사보다 훨씬 규모가 큰 곳이었지.)

입사하기도 전부터 엄청난 부담감을 주고 (자기네들이 엄청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인양)

면접관의 말투나 인성이 정말 별로인거야.

이런 취급 사실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표현으로는 처음들어봐서 충격이었지.

 

근데 어떻게 합격을 했긴 했지만... 고민 끝에 가지 않았어.

난 이제 취직에 성공하면 그 회사를 내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다닐 마음이었거든.

근데 이 회사는 그런 면에 부합하지 않았지..

 

너무 상처받아서... 그 날 친구를 만났는데 하루종일 멍했고..

집에들어가서 울기만했어.

지금도 겁나.. 내가 계속 MD를 꿈꿔도 되는지.. 내 직장생활이 왜이렇게 꼬여버린건지..

그동안 내가 해온 일들이 너무 하찮게 느껴져서..

다른 일을 해보자니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되는게 두렵고 엄두가 안나..

이미 구직활동한지 5개월이 다 되어가고 초조하고 불안해서 요즘은 잠도 잘 못자..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는데 월세 낼 돈도 더이상 없어서 집도 내놓은 상태야.

 

그냥 후회돼..

처음부터 MD로 시작할걸.

난 왜 바보같이

요리사가 되려면 청소부터 하고

탑스타가 되려면 엑스트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당연히 AMD가 MD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될거라고 생각했을까.

 

오히려 지금은 이렇게 벗어나기 힘든 덫이 돼버렸는데..

내가 이 불안감, 초조함, 부담감, 압박감 다 떨쳐버리고 MD가 될 수 있을까.

어딘가에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고.. 하는게 무의미 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나를 보는 면접관의 시선들도 너무 무서워졌어...

 

그리고 MD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어.

MD가 되기 힘들다고 AMD로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거든 절대 그러지 말길.

더 준비해서 꼭 MD로 시작하길.

 

그냥 답답해서 주절주절 썼는데 너무 길어졌다.

끝까지 읽어줬다면 너무 고맙고.

아니어도 뭐.. 그냥 내 속풀이니까...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추천수7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