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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 처음으로 이혼을 떠올리다

빈공간 |2015.06.13 00:50
조회 11,533 |추천 4

내일까지 넘길 일을 해야하고

두살난 딸램을 겨우 재우고

목감기에 걸려서 콜록거리면서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데

 

회식하고 남편이 늦게 들어왔다.

술취한 남편은 기분이 좋은지 애를자꾸 깨웠다.

짜증이 솟구쳤지만 참았다.

애는 결국 깨고 말았다. 남편이 애 달래겠단다.

나는 알아서 해라고 하고 서재로 들어가 계속 일을 했다.

 

애는 계속 칭얼거리고 울음이 커졌다.

나가보니 남편은 애를 안은채로 벽에 기댄채 반쯤 잠들었다.

아차하다 애를 떨어뜨릴 수도 있었다.

"지금 뭐하는거야. "

정색하며 애를 데려가려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남편이 화난 얼굴로 왜 그러느냐 고 한다.

 

그래. 술취한 사람이야. 술취했으니 감정이 격해졌겠지.

나는 화가 솟는걸 억눌렀다.

"방에 들어가서 자. 애는 내가 재울게."

안방에 들어가 딸애를 겨우 재우는데

바깥 소리가 가관이다.

 

남편은 혼자 썽나서 씩씩거리며 X발을 중얼거린다.

화장실에서 칫솔 한개도 부러뜨렸다.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감기 걸려서 절절 매면서 애 재우고 일하는 아내에게..성질을 내는

고작 술에 취해서 감정 하나 컨트롤 못하는 남자와 결혼했다니.

 

남편은 술에 심하게 취하면 감정기복이 심해진다.

애처럼 엉엉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그래도 몇분 하다가 바로 자버려서 그려려니 했다.

 

시어머니에게 당장 전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렸다.

새벽에 전화해서 부부사이 일 알려드리면...안그래도 잠귀 없으신 시어머니...

한잠도 못주무실테지..

부부사이 우애좋고 서로 잘산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데.

 

남편은 성실하고 돈도 잘 벌고,

내가 애기 보느라 아침 한번 안차려줘도 괜찮다고 해주고

무엇보다 딸바보다. 딸이라면 끔뻑 죽는.

 

하지만...가끔씩 이렇게 남편 성격의 맨 얼굴을 보면

겁이 나고 적응이 안된다.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씩씩거리는 남편에게

내가 더 말을 쏟아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

 

연애할때 이런 남자를 만났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이제는..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으니 이혼도 쉽지 않다.

 

이 만일에 무슨 이혼이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정의 골이란건,,상처란건 이렇게 조금씩 벌어지고 벌어져서

영영 돌이킬 수 없겠지.

 

나도 판에서 많은 글들을 보면서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들에게 이혼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하지만...결혼 3년만에 처음으로 이혼을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가 없다.

딸아이에겐 아빠가 필요하니까.

내게는 미워죽겠는 남편이지만 딸애에게는 사랑하는 소중한 아빠일테니.

 

또 그렇게 마음을 다스린다.

아마 남편은 내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할테지.

술주정한걸 기억을 못한다. 내가 이야기하면 미안하다고 하겠지.

그렇게 나는 또 잊고 잊으려 하겠지.

 

하지만 역시...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믿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는...가장 아픈 것 같다.

 

부부란건..마냥 행복하고 달콤하고 알콩달콩하진 않다.

서로 싸우고 할퀴고 미워하고 ...그리고 이해하고 잊어버리고 감싸안으며

그렇게 살아가겠지

나 역시 그 험한 길 입구에 있으며

이제는 딸애도 함께 업고 있으니..더욱..마음을 다스리고 다스려야 겠다.

 

 

추천수4
반대수22
베플ㅇㅇ|2015.06.13 08:06
술먹고 들어오면 핸드폰 동영상 찍으세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보여주세요 그리고 나 무서워서 너랑 못살겠다고 술을끊던지 나를끊던지 둘중 하나하라고. 어차피 참고 참다가 결국 터질꺼. 싹이보일때 잡아야지... 왜 삭히려고 하시나. 그리고 지금 하신그거 술안먹으면 좋은사람.. 그래서 용서해주는거 맞고사는여자들 특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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