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여자이구요.
제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게 과한건지, 아니면 제가 처한 이 상황이 과한건지 알고싶어서 글을 씁니다...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은 "부모님과 연을 끊고 살고 싶다" 입니다. 극단적이죠... 저도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 씩 내가 너무 과하게 반응 하는게 아닐까 하고 스스로 자문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항상 결론은 "내가 살려면 이래야 한다..."라는 거에요.
저희 부모님은 폭력적인 분은 절대 아닙니다. 나름대로 번듯한 직업 가지고 계시고 교회같은 곳에서도 꽤 존경받는 분들이세요... 그래서 제가 좀 오버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유독 저한테만 (적어도 제 기준으로는...)정신적인 학대가 많이 심하세요.
전 미국 유학을 오랫동안 계획해와서 고등학교 때 부터 유학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래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아빠는 항상 좀 트라우마적일 정도로 미래 계획에 대해서 불안해하셨어요.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그런데 고작 열여덟 먹은 딸아이에게 넌 취직은 어디로 할거냐? 라고 물어보시는 게 ...정상인가요? 제가 대학 진학에 뜻이 없고 일을 하려고 했다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전공을 뭘 할거냐도 아니고 취직은 어디로 할거냐라고 물어보시는데 답을 할 수 가 없더라고요. 그러더니 주변 사람 이야기를 하시면서 음악전공한 애들은 비전이 없다. 피아노 강사나 한다. 누구누구 아들 봐라. 미국 유학가서 영어 강사나하고있다. 넌 이러면 안된다. 비전을 잘 세워서 좋은 직업 가져야한다. 뭐 이런...말씀을 몇시간이나하세요. 과장이 아니구 정말로 몇시간이나 하십니다. 그것도 가끔이라면 정말 전 괜찮을 것 같아요. 전화만 하면 미래계획...유학중에 한국만 들어오면 미래 계획... 이미 저는 수십번도 더 말씀 드렸음에도 구체적이지 못하다거나 정확하지 못하다는 말로 다시짜오라는 뉘앙스를 항상 풍기셨어요.
한번은 너무 지나치다 싶어서 "아빠. 저도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정확한 계획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저는 방학 때 어디 인턴십을 할 지도 잘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그렇지만 제가 계획도 없이 사는 게 아니라, 미래에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그러고 어떤 경위로 하게 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래요."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길길이 날뛰시고 넌 계획도 없이 돈낭비를 한다 기본도 안되어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라 대학가는 의미가 없다고 하셔서 그냥 입 꾹 다물었습니다.
방학 때마다 이야기 자주 하자 라고 하시는데 그게 일방적인 이야기이고 제 의견을 말씀 드릴 수 없는 걸 아니까 저는 방학이 되어 한국에 가는 게 지옥같아요...
남동생 (아직 대학 재학안하고 군대를 먼저 갔어요)에게도 너는 취직을 어디할거냐 하시는데 기가 차더라고요... 미국에 갈지 한국에 갈지 알 수 도 없는 애한테 너는 미국에서 일할꺼냐? 하시는데...다시 생각해도 너무 답답합니다.
이것만이었더라면 좋겠어요... 이것 뿐 만이 아니라 당신 뜻 대로 제가 따르지 않으면 무조건 큰소리가 나갑니다. 이번에 메르스가 터져서 아무래도 입국하는게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너는 가족 신경도 안쓰고 네 안위만 생각한다 쓸모도 없는 애고 기본이 안돼있고 다 고쳐서 가야겠다 대학 그만둬라고 하시는 겁니다. 제가 한국에 안들어가는게 서운하셔서 그런가보다 하고 아빠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서운하셔서 그런거잖아요. 저도 집에 가고 싶은데 제가 다음학기 상하이로 교환학생을 가는데 한국에 들리면 입국이 어려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환불해줘야하니까 어려운 상황을 막고 싶어서 그래요 라고 했는데도 안통합니다... 무조건 기본이 없는 년이야. 다시 한국와. 대학 가지마. 이 세글자만 말하시길래 제가 뭘 잘못 한건가요? 라고 했더니 다시 말하자고 하십니다. 정말 답답하네요... 그냥 정말로 아빠는 "내말 대로 하지 않으면 기본도 없고 다시 처음부터 엄마아빠가 가르쳐야한다. 대학 공부 소용없다." 입니다...
엄마도 그렇게 다정하신 분은 아니세요. 제가 옷 쇼핑하는 거 좋아하고 화장품 사고 친구들하고 시내나가서 10시까지 놀다오고 그렇거든요. (통금이있어서 사실 9시 넘으면 계속 전화와요) 제가 옷차림이 그렇게 짧은 편도 아니고 키가 커서 숏팬츠를 입으면 다리가 어쩔 수 없이 많이 드러나요. 그리고 제가 패션 관련 공부를 해서 옷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저한테 너는 창녀냐? 몸 보여주는게 그렇게 좋아? 이렇게 말씀하시거나, 친구들하고 놀다 들어오면 너같은 애하고 어울려주는 애들한테 고마워해야 돼 라고 한마디하십니다. 바보같이 그 때는 헤헤 웃었네요. 농담인줄 알고....
좀 옛날 이야기로 돌아가면 , 어릴 때 부터 두분이 맞벌이셔서 저랑 같이 시간 안보내시고 그런 것도 있고 (물론 지금은 이해할수 있어요. 상황이 힘드시니까 두분이 저랑 제 동생 위해 시간내시는 게 힘드셨겠죠).. 어릴 때 부터 학대다 싶을 정도로 저를 심하게 훈육하셨거든요. 예를 들면 깜깜한 밤에 9살 짜리 아이를 연습장 사달라고 졸랐단 이유로 옥상에 가둬놓고 문 두들기면서 엄마 부르는 걸 내버려 뒀다거나... 교회 예배연주팀에서 어깨가 살짝 보이는 옷? 그걸 입고 (그랬으면 안됐었지만 제 예배연주팀에서는 옷에대해 언질도 없었고, 그때 제가 13살이었거든요) 노래부르고 엄마한테 갔더니 어깨 확 잡아 채면서 인신공격 듣고, 사람들 다보는데 소리지르고... 12살 때 일본 여행 갔다가 교회분한테 오랜만에 한국 음식 먹으니까 좋았어요! 라고 했다가 엉덩이 세게 꼬집히고 또 벽에 몰아부치시면서 넌 왜이렇게 생각이 없냐고 함부로 말좀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시는 ..? 이런 훈육이 정상인가요?
칭찬은 들어 본 적이 거의 없고 저는 제 입시 공부할 때도 되게 비난 만 들었던 것 같아요... 속상한 일은 정말 많지만, 그중에 가장 속상했던 건 제가 미국 대학에 10곳 정도 붙었어요. 소위 아이비리그는 아니었고, 그래도 미국 대학 순위 30위 정도 안에 드는 곳도 붙었었고, 제가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인 플로리다에 있는 대학도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칭찬 대신 "네 남동생도 대학 가야하고 너는 전액을 못받았으니 제일 싼데 가는게 좋겠다"고 하셔서, 뭐 가족에 도움이 된다는 데 하고 생각하고 장학금 제일 많이 받는 곳으로 갔습니다. 대학원을 좋은 곳으로 가면 된다고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너 대학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면 창피해죽겠다 다른 집 애들은 전액 다 받고 가는데 왜 너는 이모양이냐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 이건 정말로 큰 상처였습니다. 저도 가고싶은 대학 포기하고 지금 대학으로 온건데 다른 애들하고 비교하고, 제가 창피하다고 말씀하시는 거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아하시는 게 충격이었어요.
전 지금 껏 이런 이야기 친구들한테도 잘 안했어요. 부모님 안좋은 이야기 하는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마찬가지로 당시에는 그냥 죄송해요 하고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제 친구들 중에 오천만원 육천만원 학비내고 다니는 애들이 태반이고 장학금 못받는애들도 많은데 그애들은 용돈 받고 차받고 집사고 부유하게 다니거든요. 단한번도 부러워하지 않았고 우리 부모님은 왜 이러실까라고생각해본적도 없는데 정반대로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하셨네요...하하...
긴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보다 훨 씬 더 많지만 제가 제일 서운하게 생각했던 것 몇몇만 좀 추려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