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십대 후반의 평범한 여자 입니다.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하다고 믿고 살아가던 사람 이었죠.
정말 티비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제게 생길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네요.
제가 판에 글을 쓰는 이유는 제목 그대로 입니다.
제 어머니가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아니랍니다.
자작 같죠? 저도 자작이었으면 좋겠어요.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엊그제 저녁, 모르는 사람이 제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면서 카톡이 왔더라구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도 세상 앞에 방패가 되어 줄 수 있는게 가족이다,
어쩌구 저쩌구. 제 이름을 아는게 꺼림칙 하긴 했지만
그냥 누가 장난 치는 거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제, 또 같은 분한테서 비슷한 내용의 카톡이 왔어요.
그래서 제가 누구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이번엔 저희 아버지 이름을 대더군요.
그러면서 딸 아니냐고. 맞다고 했더니 대뜸 자기가 제 엄마래요.
키우진 못해도 낳은 엄마라고 피하지 말아 달라고.
어이가 없었죠.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고, 저 지난 주말에 부모님 댁에 다녀 왔거든요.
근데 그런 말을 누가 믿겠어요. 근데 말하는게 진짜 절 알고 하는 사람 같았어요.
그래서 전화를 달라고 했죠. 통화를 했더니 제 이름이며 생일이며 저희 할머니가 살던 동네며
다 알더라구요.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저를 가졌을 때 아버지가 계속 바람을 폈고,
자기도 바람 피는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맞바람을 폈는데 그것 때문에 집에서 쫒겨 났답니다.
너무 당황스럽고 떨려서 진정을 못하고 있으니까 같이 사는 언니가 전화를 건네 받았습니다.
정말 ㅇㅇ이 엄마 맞으시냐고 솔직히 말해서 못 믿겠다고 했더니,
가족관계증명서에 자기 이름이 올라와 있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생각 나더라구요.
몇 해 전에, 회사 문제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부 할 일이 있었는데
그렇잖아도 동거인란에 저희 어머니 이름이 아닌 낯선 여자의 이름이 있길래 너무 놀래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께선 태연하게 직장 관계로 주소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둬서 그렇다고 둘러 대시더라구요. 출근길이었고, 아버지가 어머니 외에 다른 여자가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으니까 아 그런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멍청했던거죠.
어머니가 계신데 어떻게 아직까지 그 여자의 이름이 아버지의 호적에 올라와 있는건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정황은 알 길이 없죠, 전 제가 우리 엄마 딸이 아니란 것도 어제 알았는데요.
아무튼간 언니는 그 여자분께 제 이름이 나와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카톡으로 전송 해 달라고
부탁했고, 몇분 지나지 않아서 사진이 왔습니다. 맞더라구요, 제 엄마가.
하늘이 무너 지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당장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제가 어릴 때 할머니의 손에서 컸어요- 처음엔 모르는 척 하시더니, 결국 그런 여자가 있었는데 돌 때 저를 버리고 도망 갔다고 하시더라구요.
모두가 다 감쪽같이 저를 속였던 거죠.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글의 서두에서 밝혔다 시피, 저는 이십대 후반의 성인입니다.
갑자기 얼굴도 모르는 여자가 내가 니 엄마다 하고 나타났다고 해서 엄마! 하고
쪼르르 달려나갈만큼 어리지 않단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제가 판에 글까지 쓸 만큼 힘들어 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제게 있었던 학대의 기억 때문 입니다.
저는 정확히 초등학교 3학년때 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어머니께 학대를 당했습니다.
학대의 내용은 상세히 밝히지 않겠지만, 중학교 시절 자살을 기도 하며 수도 없이 옥상을 들락 거렸고 차도에도 여러번 뛰어 들어 봤습니다. 제가 그러는 동안 아버진 뭘 하셨냐구요?
철저히 방관 하셨습니다.
어머닌 항상 저를 보며 입에 담기 조차 힘든 폭언을 퍼부으셨지만,
아버진 그 꼴을 보기 싫단 이유로 집에 들어 오지 않으셨어요.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두들겨 맞고 식칼을 휘두르고, 염주로 자고 있던 맨다리를 얻어 맞았지만
기댈 곳은 없었어요. 하루는 너무 견디기가 힘들어서 아빠, 오늘만 일찍 집에 들어 오면 안돼?
하고 전화를 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리셨죠.
한겨울이었고, 그날 저는 집에 들어 가기가 무서워 옥상에 올라가, 김장 할때 쓰는 커다란 대야 아래 웅크려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 날이 셀 수도 없이 많아요. 정말 죽고 싶었지만, 죽을 용기조차 없던 미련한 나날 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집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미련했던 탓도 있겠지만 엄마는 나쁜게 아니라 알콜 중독이란 병이 있단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의 엄마는 퍽 자상했고, 비가 오는 날엔 제가 좋아하는 오징어 튀김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비록 술에 취하지 않은 날보다 술에 취해 있는 날이 훨씬 더 많았지만, 저는 술 취하지 않은 엄마의 모습을 알기에 제가 더 잘 하면, 당신이 병에서 나으면 절 더 많이 사랑해 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지옥같은 시간이 흘렀고, 저는 성인이 되어 독립을 했습니다.
어머니도 알콜중독에서 벗어 나셨고, 저희 가족은 점차 제자리를 찾아 갔습니다.
과거의 일은 저의 동의도 없이 지난 일이 되어 버렸지만 괜찮았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향해 웃어 주셨고,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셨으니까요.
술에 취해도 더 이상 저를 때리거나 욕하지 않으셨고, 가끔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시는 것만 참으면 다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제 친 엄마가 아닌걸 제가 알게 됨으로 인해 견고하던 벽은 무너졌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3학년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기 시작했죠. 학대는 그때부터 시작 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부모님은 저를 두고 포항으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저는 또 할머니 댁에 남겨 졌습니다. 학대는 그때서야 멈췄습니다. 성인이 된 저는 돈을 벌기 시작했고, 집에 보탬이 됐습니다. 엄마의 마음을 보듬고, 엄마가 필요한 것들을 사서 보냈죠. 엄마가 절 향해 웃어 준건, 그때 부터 였습니다. 제가 이 사람을 엄마라고 불러도 되나요? 이런 상황에서조차 할머니는 아빠를 이해 하라고 말씀 하십니다. 지금도 상황을 그저 방관하고 계신 아버지를 말이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여자 번호를 달라며 아버지가 연락이 오셨네요.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한마디만 먼저 건네 준대도 좋을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명하신 톡커님들, 조언 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