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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신고 헤어진지, 1년 가끔 생각납니다

가끔 인터넷 보며 올라오는 글 보며 나도 글 적어보면 니가 볼까 생각했어

어딘가 떠도는 글 보면서 한 번은 니가 고마워해주길 내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스무살에 만나 스물넷 봄이 오기전에 이별했어 우리

같은 과 CC로 만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

널 만나기 전까지 내가 이렇게 호구, 등신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애초 가방을 들어주고 내 투정과 징징거림을 다 받아주던 너

그때는 그게 고마운줄 몰랐던 나였지

처음해보는 제대로 된 연애에, 손 한 번 잡을때도 첫뽀뽀를 할 때도 수줍던 니가 너무 귀여웠다

날 향한 그 고맙던 마음이 당연해진 건 얼마지나지 않아서 부터였어

 

신입생 때 니가 과제를 안 하고 친구와 놀러가면 불안한 마음에 니 과제를 대신 해주던 나

그게 학기가 거듭될수록 당연해진 너

여자 후배와 같이 알바하는 여자애와 이상한 스캔들과 주고받은 연락들로 날 불안하게 하던 너

불안해서 널 너 감싸쥐려던 나

니가 여자들과 문제를 가지고 오면 올 수록 이상하게 믿고 싶고

놔버리고 싶지 않아 더 집착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cc이다 보니 동기 선배 후배 이상하게 날 말리는대도 난 여전히 널 믿었다

남자 동기들 삼삼오오 모여서 같은 남자로 너는 아니다 헤어지는 게 어떻냐 설득할 때도

그런말 들으면 괜히 기분만 상하니 하지 말자 난 널 믿는다 했다

헤어지고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동기들이 한 말이 이해가 가.

남들이 앞이라 쑥스러워 내 칭찬 한 번 제대로 안 했다고 생각했지만 너는 그게 아니라 욕이었구나

 

군대에 있는 내내

기념일이면 선임 후임과 나눠 먹으라고 과자에 라면에 바리바리 소포 보내주고

2주에 한 번은 면회를 갔었다

우리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 배치를 받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르겠지

나는 학생이었고, 주말 알바를 했었지만

엄마와 사장님의 눈치를 봐 가며 2주에 한 번은 면회를 갔었다

그냥 너를 보러 가는 그 아침에 피곤해도 더워도 추워도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어

돈이 없어도 택시비 아깝지 않았고, 너 위해 사주는 밥들도 아깝지 않았어

니가 좋아하던 달달한 커피 사기위해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챙겨가기도 하고

나도 22살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니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싸지방 이용해야 하는데, 빨래 돌려야 하는데, PX에서 뭐 사먹어야 하는데

돈이 떨어져 할 수 없다는 네 말에 몇번이고 크진 않지만 작은 돈 보내줬었고

면회가서 네 선임들 먹을 음식 배달시켜줬었다

 

나에게 오지 않는 전화.

다른 여 후배 여자 동기에게 한 거 알지만 이해했다

그래 너 안에서 심심하고 가끔 친구들도 만나서 관계 유지해야지 하면서.

나랑 친했던 여자 동기가 너와 짜고 나 속여서 면회 갔을 때도, 그래서 너 외출 나왔을 때도

몇 주를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화나고 불안하고 속상해서 잠도 못 잤지만

그 속에서 안 그래도 힘들 너 나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아무 말 못했다

너 파견 나와 있던 그곳. 찾아가 니 선임이 우리 면회 방해할 때도

네 팔에 들어있던 멍이 마음이 아파서 아무말 하지 않았다

 

휴가나와서 나 보다 친구들 만나는 날 많아도

우리 기념일에 친구와 보내도

휴가나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모텔에 가는 것 밖에 없어도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았다

만나기로 한 날 노느라 몇 시간씩 연락 안 되서 혼자 약속장소에서 몇 시간 기다려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좋았다

그때는 그랬다, 휴가나와 쉬는데 쉴 시간에 만나주는 것도 고맙고 좋았다

 

전역 할 때쯤

휴대폰을 궂이 지문 인식 되는 걸로 바꾸려고 하던 네 모습이 생각난다

전역 후 며칠 뒤 네 생일에도 함께 있지 못하고 놀러 갔을 때도 이해했다

우연히 본 카톡엔,

어느 여자와의 술약속 그리고 내 질문엔 집에 가서 엄마랑 저녁 먹을 거라는 네 말에도

믿고 싶었다

내가 무너진 건, 너와 만나기로 한 그날에 나는 밤새 너무 아파 응급실에 실려갔고

하루가 넘게 연락이 안 되었는데 우린 만나기로 했었던 날인데

단 한통도 와 있지 않던 너의 연락에 우리가 끝인 것을 실감했다

 

널 만나면서 네가 숱한 여자 문제 가져왔을 때.

나 스스로 너의 그런 행동에 날 그만한 가치의 여자로 치부한 것 같아

그 당시에 나에게 미안하다

왜 넌 믿으면서 날 믿지 못했을까 싶어

 

하지만 어리던 난 널 많이 사랑했고

그 시간이 아깝거나 싫거나 나쁜 기억은 아니야

너로 인해 나는 많이 성장했고, 그 시간이 마음 고생했던 것 보다 행복했고

너한테 베풀며 행복했어 받지 않아도 억울하지 않았고 주면서 행복했다

널 보면 많이 설레였고, 기다리며 애틋했고

널 위해 포기했던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지 않다 그 덕에 성장했고

그때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내가 있었다

 

네가 올 초 오랜만에 닿은 연락에 했던 말. 누굴 만나도 나처럼 널 사랑해주는 사람 없다는 말.

나는 웃으며 넘겼지만 나는 밤톨 머리에 네가 멋있었고

돈 없어 내가 밥을 사줘도 너랑 먹는 밥이 제일 맛있었고

답장 하나 없어도 매일 써내려가던 편지에 행복했다

네가 가끔 화가 나 모질게 굴어도 사랑했다

양치질 안 하고 나타나 이에 끼어있던 고추가루도 사랑했다

널 만나며 자존감 낮던 한심한 나를 사랑해줘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다

 

나는 너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기다려줘서 고맙고 사랑한다 그 말이 필요했었는데 끝내 못 들어 그게 마음에 걸린다

그 시간이 고맙고

헤어진지 500일도 넘은 지금에도 종종 네 생각이 나지만,

네가 여자친구 바뀔 때 마다 올리는 사진들에 가끔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태 널 못 잊는건 아니야

그냥 나한테 했던 것 만큼 못 되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아직도 들리는 네 말들은 여자 문제론 좋은 남자가 아닌가봐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야

 

너와 만나 힘든 이별 한 덕분에

지금의 남자친구가 해주는 하나, 하나가 전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내가 됐음을 알아 고마워.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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