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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지 두 달된 찌질이의 넋두리.

찌질이 |2015.08.10 02:47
조회 466 |추천 0
안녕하세요. 헤어진지 두달된 이십대 후반의 여자입니다.
핸드폰 사진첩 정리하다 넋두리 해봐요.


대학 졸업 후 가벼운 안부 연락조차 하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카톡해서 치킨 사달라던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치킨을 살테니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데리러 오라는 내 말에 넌 순순히 따라줬었지.
그 날이 너가 전 여자친구랑 헤어진 날이였지.
그렇게 만나 실연 당한 하소연이며 취업얘기 대학생활 얘기하며 밥을 먹고 연락을 하게 되면서
대학생 시절 만나던 전 남자친구의 친구인 너라서 좋아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끌렸다.
날 귀찮아 하는.. 나와 만나는 것보다 친구와.. 다른 여자와 함께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다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라 그런지
내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너한테 끌렸던 것 같다.
만나는 날도 많아지고 너랑 연락하는게 일상이 되면서
절대 빠지지 않던 요리학원도 빠지면서 너가 가고싶다던 을왕리도 같이 가고 회도 먹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네 어깨에 기대자는 날 보고 넌 내 마음에 대해 눈치챘다 했었지.
그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울며불며 핸드폰을 찾아들어 너부터 찾는 날 보면서 나도 내 마음에 대해 확신 했었다.
그렇게 며칠 후 카톡으로나마 고백하리라 마음먹고
'ㅇㅇ아' 라고 보내니 눈치 빠른 넌 '안돼' 라고 했었지.
내가 '뭐가?' 라고 하니 넌 '아무튼 안돼' 라고 했고
내 고백은 시작하기도 전에 거절로 끝났었지.
(선거절후고백.. 안돼아무튼안돼 라는 말은 우리가 만나는 2년 간 놀림감으로 참 잘 썼다ㅋㅋ)
그렇게 아주 시원하게 차인 뒤 며칠 연락 뜸하다
'그래, 구남친친구잖아. 마음접자.' 라고 마음 먹었었지.
그 후 너랑 어쩌다 노래방에 가게 됐는데 그때 몽환의 숲 부르던 네 목소리며 모습, 아마 평생 잊지 못할거다.
(객관적으로 넌 못생겼지만 그땐 꽤 멋지더라.)
또다시 가슴앓이 하는 중 난 다른 사람에게 고백을 받았고, 고민 끝에 그 사람과 만나기로 했었지.
퇴근 후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지방 출장을 가게 된 그 사람과 갑자기 만나자던 너.
널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한가득이던 나와는 다르게
내가 왜 좋냐고, 아직도 좋냐고 물어보는 너가 참 얄미웠다.
(웃으면서 왜 묻냐고 했지만 입을 주먹으로 패버리고 싶었다.)
그러더니 넌 '나도 너 좋아' 라고 하며 쑥쓰러워 고개도 못들었었지.
2013년 4월 2일..
그렇게 만나기 시작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참 싸우기도 많이 싸웠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별 것도 아닌데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하고 배려할껄.. 싶다.
그땐 뭐가 그렇게 못마땅했는지 많이도 싸웠네.
그래도 난 너랑 좋았던 기억이 더 많다.
너가 나 좋다고 한, 그 날 잡은 네 손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난 네 반곱슬인 머리카락이 어느정도의 곱슬거림인지도
오통통한 네 눈두덩이가 어느정도 통통한지도
코가 어떤지, 볼이 어떤지.. 입술이 어떤지.. 귀가 어떤지
아직도 다 기억난다.
아마 눈감고도 널 찾을 수 있을거다.

난 올해 초부터 너가 불안했다.
이 관계가 흔들리는게.. 예전처럼 단순한 감정싸움 때문은 아니란게 확실하게 느껴졌었다.
근데 왜 노력하지 않았는지 알아?
내가 또 상처받게 되는게 싫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귀찮은 존재라는걸 확인받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겁나더라. 너한테 내가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될까봐.
근데 그게 내 크나큰 착각이였던거지..
결국 우린 만나도 할게 없고 할말이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지.
넌 나와 만나 카페에 있어도 비스듬히 앉아 창가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게임을 하거나 피곤하다는 말만 반복하게 됐었지.
어느순간부터 우리는 마주 앉아도 눈을 마주치지 않게 됐더라.
넌 우리가 너무 매일 만난 것 같다 했지.
상당한 충격이였다.
만삭인 언니 때문에 언니네 가야해서 못 볼것같다고 한날도 굳이 데려다 준다며 잠깐이라도 보려고 하고
언니네 집가는 것도 약간은 싫은티 냈던 너인데...매일 만나 좋다고 하던 너인데..
넌 집에서도 좀 쉬고 친구들 하고도 만나고 싶다했지.
2년 간 함께여서 행복했던 시간들이
나 혼자만의 착각이였단게 꽤나 충격이였다.
너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평일에 5시간도 못자는 내가
2년 간 주말에도 6~7시간 이상 자본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늘 보던 너지만 예뻐보이고 싶어 여유있게 일어나 준비하고 약속장소로 갔었지.
그러다 너가 늦는 날이면 혼자서.. 3시간도 넘게 기다려봤고..(이건 아직도 빡침. 시간약속 안지키는건 진짜빡침)
임파선염, 편도선염 같이 걸려 피섞인 가래를 뱉고
침삼키는 것도 고통스러워서 온 몸이 뒤틀리는 상황에서도, 유독 생리통이 심해 그 날만 되면 약을 먹어도 서있을 땐 허리며 다리가 벌벌 떨리면서도 너와 함께 하는게 좋아 아픈 몸을 이끌고 널 보러 나갔었다.
아픈 내색하면 엄마아빠가 외출을 못하게 할까싶어
살점이 떨어져 나가 피가 날 정도로 볼안쪽을 씹으며 참아냈었지.
근데 너무 매일 만난 것 같다니.,
매일봐도..보고 헤어지고 몇 시간 뒤면 다시 만나지만
그래도 그립던 넌데.
누가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는 기분이였다.
그래도 난 우리가 다들 겪는다는 권태기라고 생각했다.
너만은 다를거라 생각했다.
날 귀찮아 하지 않을거라는 내가 없으면 안될거라는 자만을 했던 것 같다.
한창 이직 준비로 정신없을 때 너와 난, 멀어졌지.
스트레스에 아주 취약한 난 고생 좀 했었다.
취업준비며.. 너와의 멀어진 관계며 참 힘든 시기를 보내다 뜸하게나마 하던 연락에서 생각할 시간을 갖자던, 그게 한달이될지 두달이될지는 모르겠다는 너와, 헤어지자고 한 나.
그렇게 6월 중순 우린 헤어졌고 난 너가 잡아주길 기다렸다.
그럴거라 믿었었다. 근데 그건 아주 큰 착각이였지.
내가 이직 문제로 가끔 연락을 하긴 했지만 넌 먼저 연락하는 일 없었지.
그러다 나에게 빌린 돈이 있어 일부를 이체한 뒤 연락을 해 내가 좋아하던 돈까스를 사준다던 너.
난 들뜬 마음으로 나갔다.
무슨 표정을 지을까, 무슨 말을 할까, 울면 어쩌지, 일단 안아달라고 나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약속장소에 간 난데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아무렇지 않게 어깨동무를 하며 볼을 쓰다듬는 너에게 화나 났었다. 넌 친구로서 원래 잘 그런다지만 상대는 혼란스러울수있다. 분명히 선그을 필요가 있다는 내 말에 넌 '음...'라는 카톡을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었었지.
난 너의 진심이 뭔지 듣고 싶었는데..
그 사이 난 새로운 곳에 입사를 해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
정신이 없어 전보다는 널 생각하는 일이 줄었다.
그러다 회사사람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하다 누가 밀치는 바람에 핸드폰 액정이 깨져 터치가 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에서 생각나는게 너뿐이였다.
(가족 외 번호 외운게 너뿐이더라..)
핸드폰에 대해 물어보려 너랑 오랜만에 통화하는데 주책맞은 내 가슴은.. 참 잘도 뛰더라.
중고폰 매장에 고치러 같이 가자는 내말에 선뜻 나와 준 너라 난 또 한껏 기대하고 나갔었다.
눈꼽도 떼어주고 마주보고 서서 널 올려다 보고 마치 사귈 때 처럼.
근데 넌 비올것 같다며 집에 가자고 했지..
난 서운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너네 동네 근처가서 버스타면 앉아서 갈 확률이 높으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렇게...그렇게 우린 마지막이였다.
아직도 나에 대해 궁금한듯 회사는 어떻냐 질문하던 네 목소리가, 그 날의 네 향기도, 카페에서 내 앞에 다가와 앉던 너무 보고싶었던 네 모습도, 널보며 한껏 긴장했던 그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난 그럭저럭 살고있다.
새로운 회사에서 업무 배우랴 야근하랴 바쁘게 지내다 보니 네 생각도 전보다는 덜하는 것 같다.
정말 눈에서 멀어진만큼, 딱 그만큼 마음도 멀어졌나보다.

참 불만이 많았다.
내 주변 사람들과 만나기 싫어하는 것도
단 한번도 내사진으로 프로필을 하지 않은것도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아 날 몇시간씩 기다리게 하는것도
내가 하고 싶어하는 걸 함께 해주지 않는것도
나보다 레고에 더 큰 관심을 쓰던 것도
사소한 것 투성이였다.
근데 돌이켜보니 그건 내 욕심이였구나 싶다.
그냥 넌 넌데.. 너로, 너하나로 충분한건데.
너라서, 너니까. 넌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까.
근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너나 나나 그걸 잊었었나보다.
비록 행복하지 않은 결말이지만 서로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했던 시간이였으리라 믿는다.
2년이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동안 내 모든 걸
다해 널 좋아할 수 있게 해줘 고마웠다.
우리가 함께하며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만 간직하며
살아가게 될 것 같다.
훗날 네 기억속 나란 사람도 좋은 이미지이길 바란다.
진짜 많이 사랑했고 아꼈었고 너랑 남은 평생 함께하고 싶었었고, 또 진심으로 너가 돌아오길 바랐다.
이제 되돌리기에 늦었다는 걸 깨닫고 나도 정리하려고 노력중이다.
먼 발치에서 네 행복을 빌어줄게.
부디 행복해라. 진심이다. 꼭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예쁘게 잘 만나라.
(물론 나도 언젠간 그럴거고.)
이제 진짜 끝,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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