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차 주부입니다.
저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모든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자랐어요.
특히 저희 엄마는 동네는 물론 시에서(지방이긴 하지만요..) 알아주는 치마바람으로 유명했었구요...저는 공부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고...사람들 앞에 나서는걸 싫어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회장 선거 등등 매년 빠짐없이 나갔어야 했구요....고3 때 까지 엄마에게 맞으면서 공부했었네요...새벽 3시까지 저는 제 방에서 불을 켜놓고 공부를 하면,엄마는 그때까지 자지 않고 제 책상이 보이는 위치에 쇼파를 배치해 제가 잠들때까지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셨었어요.....
덕분에 대학은 서울로 오게 되었고..동시에 쟤는 튀는 아이, 나서는걸 좋아하는 아이, 관심받기 좋아하는 아이 등등의 오명도 늘 제게 붙어다녔었죠....이후 유학을 가게 되었고, 그 때 엄마와 떨어져서 생활하면서, 또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 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저 자신을 조금 찾았던 것 같아요..
제가 찾은 제 자신은요... 이제껏 저였던 사람이랑은 180도 다른 사람이더라구요..
저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관심받는게 싫었으며, 민족문제와 철학에 관한 공부에 관심을 가졌으며, 자전거나 하이킹 등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이전까지 저희 엄마가 만든 저는 발랄하고, 늘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으며, 외국어와 경영학 혹은 경제학을 공부하는(소위 말해 잘 팔리는 과에 재학중인 사람, 실제로 저희 엄마는 제 친구 중 철학과에 다니는 친구들을 아주 무시했었습니다. 공부 못한다고..) 명품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자전거나 하이킹은 넘어지면 다리에 상처 생긴다고.... 절대 하도록 허락해주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지금 남편을 만났고, 결혼을 서둘렀어요.엄마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지금 내가 찾은 내 편한 모습 그대로의 삶을 유지하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엄마가 남편을 마음에 들어 하셨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결혼 후에는 저에 대한 관심이 남편으로 점차 옮겨가는 듯 하더니, 결국 저에게로 다시 돌아오더라구요...
저희 엄마는 엄마가 짜놓은 시나리오 내에서 제가 조금만 벗어나도 굉장히 불안해하시고, 세상이 끝난 것 처럼 아파하십니다...
예를 들어,결혼 전 엄마가 저를 본인 지인의 지인 아들과 중매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듣기로는 그 남자분이 몇백억대 자산가의 아들이라고 하더라구요...전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고요...그 분이 제 고향이 살고 계셔서 전 서울서 고향에 내려갔어야 했는데, 엄마가 전날 전화와서는"엄마가 좋아하는 옷 알지? 그거 입구와" 하셨어요근데 그날 일이 너무 바쁘고 오래 야근을 하는 바람에 그 말을 까먹고 그냥 제가 알아서 옷을 챙겨갔었죠..그냥 깔끔한 까만색 정장 원피스였습니다..고향 가서 제 슈트케이스를 여는 순간 엄마 눈빛이 변하더라구요"내가 가져오라고 한 옷은????" 해서 제가 "아 맞다 깜빡했네" 했더니그 순간 소리를 지르고 본인 분에 못이겨 가슴을 치고 저를 때리고....왜 그 옷 안 입고 왔냐고... 넌 그 옷을 입어야 예쁜데 왜 그 옷을 안입고 왔냐며....진짜 미친 사람처럼....부엌에서 홍두깨를 들고와서 저를 마구 때렸습니다....그리고는 갑자기 또 자기 분에 못이겨서 소리지르고 방방 뛰더니 쓰러지시고....이걸 한 4시간을 반복을 하며....."왜 내 말을 안듣니..... 내가 미친년이야.. 내가 죽일년이야" 하시는데.....하.. 무섭더라구요... 분노조절장애가 있으신듯 보였어요....
또 다른 예를 들자면,제 예전 직장에는 싸이코 상사가 한 명 있었는데...그 사람이 제가 임신을 했을 때, 뒤에서 아기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주와 이간질, 중상모략을 했었었어요... (당시 그 여자도 임신중이었음.... 제가 자기랑 동시에 임신한게 싫었다네요... 아직도 이해는 안가요.. 아 물론 그 사람은 저를 2년 동안 같은 방법으로 괴롭혔습니다. 제 실적을 2년동안 가로채서 승진도 했었죠.) 결국 그 때문인지 아기가 유산이 되었구요...저는 그 여자와 단 하루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퇴사를 결심했으나엄마는 제가 회사를 퇴사한다는 말을 듣고는 "퇴사하지마라, 니가 참아라"하고 저를 회유하더라구요..
제가 말을 듣지 않자 결국은 스트레스로 입원까지 하셨습니다....그리고 제가 입원실에 찾아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너 내가 입원까지 했는데도 그만둘거야?? 너가 이렇게 고집이 세니까 그 여자가 너를 싫어하지!!! 세상 사람들 모두 너를 싫어하게 될거야!!" 하면서 악담을 퍼붓더라구요.....그때 전 유산 후 저 역시도 몸이고 정신이고 온전치 않을 때였는데도요...왜 그렇게 그 회사에 집착하는지 물어봤더니.... 주변 사람들 모두 제가 좋은 회사에 다니고, 결혼해서도 커리어를 유지해나가는 거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부러워하는데 너가 그만두냐고...네... 엄마는 외국계 회사 다니는 딸의 타이틀을 놓기가 싫으셨던 것입니다....
엄마의 이런 압박은 자잘한 일에서도 계속됩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전날 2시간 밖에 자지 못한 상태로 새벽 일찍부터 일하는 바람에 일을 어느정도 마무리 해놓고 낮잠을 잤어요...
그 때 엄마가 전화를 거셨고, 제 졸린 목소리를 듣더니"너 지금 자니?????????" 하고 먼 전쟁 난 듯 깜짝 놀라며 물으시더라구요"응 나 피곤해서 좀 잘라구.." 했더니
진짜 또 당장 쓰러져갈것 같은 목소리로"지금 대낮에 자면 어떡해...? 일해야지... 그래. 알겠다.... 하....." 하곤 끊으시네요이게 제가 글로 쓰니까 톤이 안사네요....마치 제가 죽을병 걸렸다는 선고를 받은 사람같은 목소리 톤 입니다...마치 모든 인생이 끝났고 나는 죽어버려야겠다 이런 목소리 톤이요....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는 32년을 이렇게 살아와서 그런지...이제는 엄마의 저런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없는 분노가 차오릅니다.너무너무 싫고 답답하고 마치 저를 조종하려 드는 것 같아서 화가 나요.....솔직히 연을 끊고 살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엄마는 자기 인생이 없고 제 인생만 있는 사람이라 그럼 정말 무슨 일이 날 것 같아 그러질 못하게 있네요...
그러면서 저도 마음에 병이 들어갑니다...저는 제 인생을 살고 싶어요..제발 제 인생에서 엄마가 그만 개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물론 이런 제 마음을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부모가 자식 인생 나몰라라 하면 그게 부모니??" 란 말로 그냥 끝나버려요....
이제 아기 낳으면 자기가 데려가서 키울거라네요...자기가 잘 키울 줄 안다고... 너희는 열심히 돈만 벌라고.. 돈이 있어야 한다고....
끔찍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