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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여자의 호주 워킹홀리데이 도전기!!!

초이 |2015.08.20 23:01
조회 1,642 |추천 5

 

 

 

작년 2월,

27살 흔녀의 흔하지 않은 세계일주 도전기!!! 

http://pann.nate.com/talk/321094373

라는 제목의 글로 판에 올라갔던 헤이즈리다. 이름을 바꿔서 1년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당시 글을 올리게 된 건 준비하던 세계일주 강연회의 홍보 목적으로 팀장님이 시켜서 약간의 거짓을 섞어 27살에 여행을 떠난 것으로 꾸며졌고 (여행 내용은 진짜다)

댓글들을 보니 여행팁에 대해 묻던 사람,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 등 글에 대한 약간의 책임감을 느껴이번엔 진짜 내 얘기를 올려볼까 한다.




앞으로 올라올 글들은

2011년 9월 21일부터 2012년 8월 18일까지, 

지금은 28살이지만 당시엔 24살이었던 나의

약 11개월간 호주-뉴질랜드-홍콩을 거치고 돌아온 느리고 긴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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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은 간단했다.

캐나다에 가려고 마음 먹었을 때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며칠동안 인터넷을 검색한 후 

거금 9만원을 내고 '한국워킹홀리데이협회'라는 곳에다가 비자 대행을 맡겼다.

 


(나중에 알고보니 진짜 협회가 아니라 그냥 유학원 같은 곳이었지만 9만원은 이미 떠난 후였다.)


moon_and_james-61


 

쨌든 두번이나 캐나다로 도전을 했지만 실패하는 바람에 목적지를 호주로 바꿨고, 

한국워킹홀리데이협회에서 비자진행을 해준 덕에 비자부터 왕복 비행기, 핸드폰 구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참고로 왕복비행기는 멜번 IN-멜번 OUT 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바보같은 결정이었는 지는 후에 알게된다.

 

 

 

원래 꼼꼼한 성격이 아니어서 출국 3일 전에도 아무생각 없이 있다가 

해외 체류 경험이 많은 사촌언니에게 한소리 듣고서야 출국 이틀 전 부랴부랴 숙소 예약,

출국 당일 날 아침에야 짐을 다 쌌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향수병이 올 때를 대비해서 찍어둔 집 사진이다.

짐도 미리 안싸놓으면서 쓸데없는 거에 준비성이 철저하다 ㅋㅋㅋ


 

 

 

(딸래미 먼 길 떠난다고 강원도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태워주신 부모님께

"잘있어 갔다올게" 한마디 휙 던지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버렸는데,

귀국 후 알고보니 그날 강원도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엄마가 엄청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철없던 24살의 난 마냥 들뜬 마음으로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호주는 담배가 비싸다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들어서 면세점 담배도 사고 (후에 쏠쏠한 용돈이 된다, 꼭 사길)

그 좋다던 시세이도 뷰러도 괜히 하나 사보며 천천히 탑승장으로 향했다.

 

 

 

 

케세이퍼시픽을 이용했기 때문에 홍콩, 애들레이드를 거쳐 멜번으로 가는 경로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한국의 야경은 정말 예뻤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떠올리며, 

그러고보니 엄마아빠랑 떨어져서 낯선 곳으로 가는 내가 바로 치히로같기도 하고 

마침 기내 승무원 중 유일하게 한국인이었던 오빠가 하쿠라고 생각하며 혼자 애틋ㅋㅋㅋㅋㅋㅋㅋ

잘생기면 다 오빠다.

 

 


 

홍콩까지는 금방 도착했다. 

경유 시간이 정말 짧기 때문에 거의 뛰다시피 애들레이드행 탑승장으로 갔다.

탑승장 위치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우르르 가는쪽으로 무조건 따라가면 된다.


 

 

 

이번엔 탑승장 입구에 금발 외국인 승무원이 있었고 그 언니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중동 사람 한 명이 배낭도, 손가방도, 하다못해 지갑도 없이 맨몸으로 내 앞에 떡하니 줄을 서 있었다.

처음엔 그냥 호주로 가는 사람인가보다 싶었는데 승무원 언니가 자꾸만 힐끔거리더니

급기야 중동사람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며 여행가는거냐, 혹시 도착하면 친구가 있냐, 

호주는 처음 가는거냐 하며 말을 거는 것이다.

 

 

 

 

물론 미소를 띠며 친절하게, 하지만 끊임없이 말을 거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고 있자니 

머리속엔 딱 두 단어가 떠올랐다.


 

 

 

 

중동, 911


 

 

 


 

분명히 의심스러웠다. 수하물은 이미 부쳤다 쳐도 어떻게 저렇게 맨몸일 수가 있지 싶기도 하고

'아 어떡하지, 비행기를 타지 말까, 일단 지갑은 갖고 있으니까 홍콩에서 며칠 지낼정도의 여비는 있고, 어렸을 때 티비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 보면 꼭 비행기 타기 직전에 어떤 계기로 탑승을 포기하던데 지금이 그 기회인건가, 내가 괜한 사람을 의심하는거면 어떡하지, 그렇다고 괜히 탔다가 무슨 일 나면 어떡하지, 그냥 홍콩 여행이나 하고 갈까, 아니면 다음 비행기를 알아볼까'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짧은 시간동안 가장 많은 고민을 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는 사이 탑승시간이 다가왔고 어영부영 하다가 비행기를 타버렸다.

비행기 입구에 서 계신 기장님과 인사를 하는 순간 눈으로 살려달라고 말했는데 알아들으셨는 지 모르겠다.

 

 

 

 

내 옆에 인도인이 앉았는데 갑자기 나에게 자기 일행이랑 자리 좀 바꿔줄 수 없겠냐고 부탁을 하길래

흔쾌히(라고 쓰고 쫄았다고 읽는다) 바꿔주고, 

새로 옮긴자리 옆에는 백인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안되는 영어로 몇마디 짧게 소개를 한 후, 아까의 테러 걱정은 어디 갔는 지 내내 졸다가

중간에 나오는 두 번의 기내식을 꼬박 챙겨먹으며 

(자다가 깜빡하면 옆에 할아버지가 그렇게 밥먹으라고~ 먹으라고~ 깰때까지 흔들어주셨다ㅋㅋㅋㅋ)

여차저차 무사히 애들레이드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리는 순간 중동분에게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는 겉모습만 보고 의심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도 하며


 

 

 

그리고 바로 환승해서 멜번으로 가면 되는 간단한 얘긴데, 여기서 또 일이 생긴다.

탑승권을 잃어버린 것이다.

한참을 찾아도 도저히 못찾겠어서 울먹이는 얼굴로 승무원 언니한테 손짓발짓 다 섞어가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쿨한 미소로 "아 괜찮아, 그런 일 종종 있어. 내가 다시 발급해줄게."

 

 

천사가 웃는 모습을 본다면 바로 그런 웃음이지 않을까.

 

 

 

그렇게 새 탑승권을 받고 탑승대기줄로 갔는데, 

탑승권이

 

 

 

 

 

 

 


 

 

 

사라진 것이다. 


 

 


 

james_special-29


 

 

아무리 머리를 뜯어봐도 생각이 안났다. 

그 짧은 시간에 두번이나 탑승권을 잃어버린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같았다가 아니라 바보다.

 

 

 

한참을 멘붕에빠져 온 몸을 셀프수색하다가 결국 아까 그 승무원언니에게 가서

"음,,,,익스큐즈 미, 탑승권을 또 잃어버렸네요? 하핫!"

 

 

 

 

천사가 정색하는 모습을 본다면 바로 그런 얼굴이지 않을까.


 

 

 

멜번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간신히 탔는데 그 백인할아버지가 내 자리로 찾아오셨다.

젤리 좋아하냐며 가방에서 주섬주섬 젤리를 꺼내주는데 포장이 뜯겨있다.

먹어보니 맛이 별로였다. 짐작이 가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멜번 공항에 도착했다. 

착륙하는 순간 바라본 멜번의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멜번 내 온라인 한인 커뮤니티의 이름이 멜번의 하늘인가.

 

 

 

 

수하물을 찾고 입국게이트로 나가면서 한국에서 뽑아온 숙소 지도를 들고 '이제 어떻게 가나' 하는 순간

구세주처럼 백인 할아버지가 어떻게 갈거냐며 나를 찾아왔다. 

지도를 보더니 자기 숙소랑 비슷한 위치라고 택시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호주 가는 길에만 천사를 두 번 봤다.


 


 

 

택시 안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택시는 멜번시티로 진입했고,

하얏트호텔 앞에서 할아버지가 먼저 내리면서 "앞으로 5불정도가 더 나올테니 그건 니가 내라"하고는

나에게 65불 중 60불을 주고 내렸다.

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물건너온 예의바른 한국인이다.

이대로 할아버지를 보낼 수 없어서 정중하게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제서야 할아버지가 품속에서 주섬주섬 명함을 꺼내더니 내게 주고는

그럼 오늘 저녁에 자기가 연락할테니 나오라고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얼결에 번호를 넘기고, 정말정말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멜번시티 La Trobe St. 가장자리에 있는 스페이스 호텔이었다.

인터넷으로 뒤적거리다 그냥 막 예약한 것 치고는 시설이 참 괜찮은 곳이었다.


 


 

 

 

 

 


 

 

친절하게 한국어로 인터넷 카페라고 쓰여있다.

 

 

 

카운터에서 직원이 "하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제서야 한국에서 택배로 보낸 정신이 막 도착했고

방금 전까지 도움을 받아 무사히 숙소에 도착한 나는 현실의 혼자인 내가 되어 있었다.

reservation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생각이ㅋㅋㅋㅋㅋ 안나서 결국 전자사전을 찾아봤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예약을 booking이라고 표현한다.)

 

 

 

 

 

 

한국에서 예약한 방은 8인 1실 Mixed dorm이었고,

호텔 직원으로부터 "니가 지낼 방은 남자 7명에 여자는 너 혼자야, 괜찮겠니? 

하지만 다른 방은 없고 방을 옮기려면 내일은 가능해"라는 말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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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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