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27살에 가까운 여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생각의 딜레마만 갖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제 이야기를 통해 아들이 있으신 분들께 묻고 싶어요.
아들이 이런 신부를 데리고 오면 결혼시키실 수 있는지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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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이 있었던건 13살입니다.
그날 기억나는건 마루에 나오다가 엄마를 바라보면서 쓰러졌다는 거에요.
눈을 떠보니 응급실이었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펑펑 울면서 통증을 호소했지만 달라지는건 없었죠.
위액을 토하며 하루종일 울다가 잠이 들었고, 갑작스러운 일에 부모님도 당황하셨어요.
이후 이어진 뇌파검사, MRI.
결론은 '간질' 종류 중 하나라더구요.
유전은 아니되, 스트레스 및 수면부족, 그 외의 알 수 없는 요인들로 인해 발작을 일으키는거.
그로 인해 약을 먹게 되었고, 정기적으로 뇌파검사를 하면서 약 수치를 조절하고,
부모님은 늘 걱정하셔야했어요.
여러 통제들이 생겼고, 부모님의 걱정을 알기에 늘 지키려고 노력했구요.
그러다가, 10대 후반에 들어설즈음 고민이 생겼어요.
'간질'이 유전이 아니라고는 하나,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혹여 제가 나중에 결혼해서 애를 낳거든, 혹여라도 유전되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거든요.
일 년에 3-4번 연례행사 마냥 쓰러졌고, (보통 새벽시간대에 집에서 일으켜요.)
주변에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고, 매 년 담임이었던 선생님들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죠.
대학교 때도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 안했어요.
그것이 약점이 될 것만 같아서.
취업을 할 때도 대기업은 생각조차 안했구요.
혹여라도 병력 이력때매 문제가 될까봐 처음부터 중소기업을 알아보았고,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 상태로 취업했어요.
현재까지 거쳐간 팀 동료들도 몰라요.
아직까지 왜 면허를 안따냐고 주변에서 물어볼 때는 그냥 웃으면서 시간이 없다고 답하지만,
병원에 가서 면허는 따도 되냐고 물었을 때 의사의 반응 때문에 안 따고 있는거구요.
['사람 여럿 죽일일 있냐-'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면허만이라도 딸거에요.
대신 운전은 못하죠... ]
비록 이 분야에서는 약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늘 머릿속에는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강박관념으로
매일 약을 먹고, 긴장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은,
최근 3년 간은 쓰러진 적은 없어요. 하지만 몸이 민감하기에 깊은 피로를 느끼면 바로 몸에서 느껴지고, 그런 날은 일부러 일찍자요.
술도 마시면 안되는데 (영향이 있어서) 회식 때 티내면 안되니까 적당히 마시구요.
이래저래 스트레스도 받고, 의사가 하지 말라는 것들을 전부 지킬 수 없다보니까,
이번에 약수치도 늘리게되었네요.
참고로 약은 예방차원에서 먹어요.
평생 먹어야해요. 약을 먹는 와중에도 쓰러질 수도 있으니까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거구요.
최근 2년간 쓰러진 적은 없지만 완치된건 아니죠.
저도 알아요.
연애는 몰라도 결혼을 위해서는 내 미래의 배우자에게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걸요.
혹여 프로포즈를 받거든 같이 손을 잡고 병원에가서
의사한테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 병명과 특징, 그리고 그 외의 것들을 설명해달라고 할거에요.
그런데 그 과정이 무서워요.
제가 부모라도, 아무리 미래의 애한테 영향이 없다고해도,
내 자식을 과연 조금이라도 뭔가가 있는 사람과 결혼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혼자살아야하는 운명인가 싶다가도,
이 정도면 특이사항은 아니잖아.. 일상 생활은 잘하잖아..라는 생각으로 애써 지우려 해요.
14년 간 늘 머릿속의 고민이었고, 스트레스였고,
과거 일기만 봐도 일기장을 거의 도배할만큼
제게 있어서 늘상 고민이에요. 그래서 다른 분들 생각을 묻고 싶어요.
여러분들이라면 이 정도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며느리를 받아들이실 수 있으신가요?
있는 그대로 말씀 부탁드려요..
* 참고로 나머지는 평범합니다. 일반적인 가정에 서울 중상위권 대학 나왔고, 외모적으로는 좋은 편이라고 이야기를 들어요.
제가 궁금한건 위의 이력에 대한거라..
솔직한 말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