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 산다는 건 사람을 외롭게 만듭니다.
특히 각박한 현실 속에 살다 보면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거나 위로해 주지 않고 온통 적으로 둘러 싸여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있습니다.
요즘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라는 표현으로 직장인들의 단명과 치열한 경쟁을 말 할 때면 주변의 동료들이 모두 자신의 경쟁자이며 적으로 자신을 옭 죄어 올 수가 있습니다.
하기야 서로를 옭 죌 수 밖에 없는 그 동료들이 이해가 됩니다.
누군가가 떠나야 자신이 살아 남을 수 있으니까요..
한 직장인이 있습니다.
이제 그는 직장 생활을 만으로 십 년을 꽉 채우던 날에
새로운 직장 생활의 십 년을 계획하기 보다는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는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사실 계산적으로 따지고 보면 그냥 이대로 있는 것이 편하고 안정적 입니다.
일은 이미 익숙해서 별로 어려울 것은 없었고, 관계되는 부서의 사람들과 안면도 많이 터놓은지라 그럭저럭 생활에는 불편함도 없습니다.
하지만 떠나야만 합니다. 굳이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말하라면 그것은 이렇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해마다 반복되는 인원감축 문제 입니다.
오십 명에서 시작된 부서 생활은 어느덧 열 여섯 명 만이 남았습니다.
IMF때부터 시작된 인원감축은 이제 연례 행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올해 추석 때에도 세 명의 동료가 부서를 떠났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명퇴금을 받거나 위로금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퇴직금만을 달랑 받고 떠났을 뿐 입니다.
차라리 명퇴를 받거나 정리해고를 하는 회사는 그래도 인간적인 회사입니다.
회사는 아예 그 돈 마져도 아까워 그가 나가게 끔 유도를 합니다.
전혀 낯선 곳으로 전배 발령을 하거나 보직을 변경 합니다.
그 정도 불편함을 주고 눈치를 주면 알아서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버티며 더 험한 꼴 보기 싫은 마음 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때문에라도 포기하게 됩니다.
항상 인원감축 이야기만 나오면 부서 분위기가 어수선 합니다.
어째 건 자기 자신은 살아 남아야 하기에 은근히 누군가가 나가기를 바라는 추잡한 눈치 경쟁이 시작 됩니다.
게다가 간부들은 이런 상황이 된 것을 부서원들에게 미안해 하기 보다는 은근히 즐기는 눈치 입니다.
마치 앞으로 더 말을 잘 들어야만 당신을 이번에 살려 주겠다는 태도 입니다.
부서원들과 인원감축에 대한 개별 면담이라도 하게 되면 그 동안 사원들에게 쌓인 불만을 늘어 놓습니다.
앞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살려 주겠다는 뜻을 넌지시 건네며 충성을 맹세 받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누군가가 밀려 나가면 동료들은 그가 나가서 내가 살아 남았다는 부끄러움을 느끼기 보다는 나 자신은 살아 남았다는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 내리는 것이 고작 입니다.
새해에도 삼십대 직장인인 그가 있는 부서는 세 명의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공포의 수건 돌리기는 도대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런 눈치 전쟁 속에 이제는 지칠 만큼 지쳤습니다.
올해의 인원감축을 또 다시 견뎌 낸다고 해도 내년에는 그 후년에는 어떻게 버텨 낼 것인가..
이제 더 이상은 버텨 낼 자신이 없습니다.
차라리 이제 그만 이런 비굴한 날들을 끝내고 싶어 집니다.
주위 사람들은 말 합니다.
그것이 직장 생활이고 더러워도 참아야 한다고 말 합니다.
맞습니다. 더러워도 참고 힘들어도 참아야 합니다.
그것이 먹고 사는 것 입니다.
그 소중함을 그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참아도 언젠가 자기 자신 역시도 밀려 나가야 할 때가 올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기에
더 이상 매달려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받아야 할 잔이라면 차라리 한살이라도 젊고 건강 할 때 먼저 받는 것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더 나이가 들면 더더욱 자신감도 없어지고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적응이 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자기 자신을 믿기에 새로운 시작을 꿈꿔 봅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은 선배들을 보며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 합니다.
그러나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새로운 세상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더더욱 분명한 것은 결국엔 떠나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분명히 지금의 회사에서 정년 퇴직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것이 자의 건 아니면 타의 건 간에...
그래서 이렇게 실직이라는 궁지에 내몰려 혼자 고민하는 직장인을 미운 오리새끼라고 표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동료들 간에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경계심으로 겉돌며 그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는 외로운 처지....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했지만
정작 그가 외롭고 힘겨운 순간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가 그들을 위해 흘려 준 눈물만큼 그들은 그와 함께 해 주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원래 이런 것인지 모릅니다.
누구에게 감사하기 보다는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 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항상 거기에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변명이 따릅니다.
어쩌면 그런 변명이라도 하는 사람은 그래도 괜찮은 사람 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마져도 거부하거나 당연하다고 생각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과 세상에 대해 한탄만 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미운 오리 새끼가 하얀 백조로 변해 힘찬 날개 짓을 하는 그 순간을 기약하며
다시 일어서야 겠지요..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직장인들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그 날까지..
하늘을 나는 그 날을 위해..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일어 서야죠..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