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방금 전에 '20대후반 여러분들 통금시간은 몇시인가요?'란 글 읽고
급 하소연하고 싶어 글 올려요. 정말 할 말 많거든요.
글재주가 없으니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화 등 언급하면 결국 본인 손해라 적으셨던데 전 상관없어요.
이렇게라도 써야겠어요.
제 소개를 먼저 해드릴게요.
이제 직장인 4년차...라 하긴 그렇고 프리랜서 4년차, 27살 여자입니다.
20대 중반에 통금은 10시였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펼쳐질 지 상상이 가세요?
전문대를 졸업한 친구들은 직장인이라 만나려면 빨라야 6시 늦으면 8-9시입니다.
대학생인 친구도 알바다 뭐다 하면 결국 저녁 늦게 만나요.
밥만 먹고 오거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와요.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었지만
결론은 일찍 만나라 왜 늦게 만나서 늦게 올라 그러냐였고,
맞벌이신만큼 이해해주실거라 생각하고 말씀드렸지만
밥 먹고 커피 마셨으면 할거 다 했네 였습니다.
집이 서울이긴 하지만 서울 중심부가 아니라
주중에는 홍대, 종로, 건대 등의 장소에서 만나는 건 꿈도 못 꿉니다.
주중에 이런 장소에서 만나면 뮤직비디오 찍어야 할 판이에요. 스치듯 안녕.
영화요? 영화가 끝나면 통금이 넘어가요.
보려면 주말에나 보는데, 몇 번 영화보러가자 해서 갔다가
보고싶은 건 매진에, A열에, 늦은 상영시간대 등 때문에
그냥 나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
그냥 집에서 다운받아 혼자 보거나
주말에 영화부터 미리 예매하고 나머지를 그 시간대에 맞춰서 계획해요.
9시즘에 어디냐 오고잇는 거냐란 확인 전화가 계속 와서
나중엔 친구가 먼저 부모님?, 가야돼지? 묻는게 싫어져서 몇 번 안 받았더니
6-7시부터 언제 들어올거냐는 전화가 왔어요.
친구들이 좀 늦게 8시즘 만나야할 것 같다 싶으면 저는 아예 안 부릅니다.
노래방 정말 좋아하는데 잘 가지도 못 했어요.
그러다 친구가 말해주더군요.
자기 친구도 정말 엄한 집안이었는데 얘가 한 번 마음먹고 막나가니까
부모님이 그렇게도 답답했냐고 오죽했으면 이럴까 싶어 풀어졌다길래
저도 보름정도 노래방도 가고 술도 마시고 했습니다.
그래봐야 자정? 1시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난리가 났었죠.
던지신 물통?에 발을 맞아 퉁퉁 부어 다녔었습니다.
지금은 통금이 11시가 됐어요.
20대 후반이 되서 그런게 아니라
제가 문제 제기하고 싸우다 합의본 거였어요.
저는 논리적으로 싸우는 걸 선호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논리가 막히시기 시작하시면 같은 말 반복입니다.
'그 시각까지 밖에서 뭐하냐?'
'그 시각까지 돌아다니는 네 친구들은 멀쩡한 놈들이냐?'
'난 50년을 살았고 넌 20년을 살았으니 네가 맞추는게 맞다'
..등등 전형적인 부모님 멘트들 아시죠?
통금 11시로 늘려주시고 10시 59분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혼났어요. 왜요?
11시까지 늘려줬다고 옳다구나 10시 59분에 들어온다고요.
11시라 말씀하셨지만 10시 30분에 전화해서 제가 집 근처 아니면 불호령 떨어지십니다.
그리고... 여행 안 좋아하시는 분들 없으시죠?
저 정말 하고 싶습니다. '친구'랑요.
친구랑 여행간 기억이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중학교 수련회/수학여행이요. 그것도 고등학교 때는 못 갔습니다.
다들 대학교 졸업여행이다 배낭여행이다 다녀오는데 저는 꿈도 못 꿉니다.
안 시켜주실거면 무전여행/배낭여행 언급은 안해주셨으면 하지만,
그런 도전적인 경험이 너의 사회생활에 큰 도움된다라 왜 말씀하시는지 의문입니다.
이건 최근 일인데, 삼촌은 더 심하십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뜬금없이 자전거 여행 다녀왔다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친구들이 시간 안 된다, 체력 없다, 너무 덥다 등의 이유로 결국 혼자 다녀왔다고
근데 본인이 직접 가보니 체력이 없는 나도 되고 등등등 다 핑계라고
그리고 결론은 너라면 자전거 여행 가자면 갈 수 있냐? 물어보셨어요.
못 간다고 대답해드렸죠. 너의 못 가는 이유도 들어보자셨어요.
'부모님이 안 보내주세요'
나이가 몇 개인데 그게 이유냐고 비웃으시더라구요.
그 말을 좀 저희 어머니께 전해 달라 신신당부 드렸습니다.
이 대화할 때, 바로 옆에 어머니 계셨었습니다. 딴청 피우고 계시더라구요.
여행은 그렇다 치고..
친구집에서 자는 것도 안되는데 여행이 말이 되겠습니까?
보통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부분이
친구네 집에서 잔다 해놓고 다른데로 샐까봐 그런거 아니였어요?
그래서 친구 부모님께 허락 맡고 가서 부모님과 통화할 수 있게 해 드리겠다.
친구 집에 함께 가셔도 된다 등등 아무것도 안됩니다.
이유는 친구 부모님 불편하시다였어요.
그런데 저희 집에 데리고 오는 건 괜찮다 하셔서
친구 오는거 안 불편하시냐 했더니 괜찮으시대요.
그런데, 저희 집에서 한 번 잔 친구는 다신 안 와요. 오면 훈계하시거든요.
그냥 대화이고 덕담이라 하시지만 제가 듣기에는 훈계.
지난 달에 KBS 안녕하세요 나온 설교 아버지? 빙의되십니다.
아, 이 말을 먼저 썻어야 했네요.
전 친척 집에서 자는 것도 힘들거든요.
이모들이 말씀하셔도 뭐라 나무라셔도 소용없습니다.
사촌언니가 이모(제엄마)한테 정색하면서 말해서 몇 번 자보긴 했어요.
근데 그냥 자러간 적은 없고, 친척 모임 때문에 모였다가
사촌언니가 자고가라해서 안된다 왜 이런 말이 오가다 잔거였어요.
그마저도 2박 3일 자고 오면 불호령 떨어져요.
그렇게 집이 싫으냐 하십니다.
이런 상황에 친구집이요?
웃음밖에 안나오네요.
그래서 그런지 저 가족여행 그만가고 싶어요.
엄마, 아빠, 저 이렇게 셋이 가면 방 셋이 써야 돼요.
정말 불편해요. 가족인데 뭐가 불편하냐 싶을 수 있지만, 저는 불편해요.
저 가기 싫은데 통보 식입니다. 몇월 며칠부터 며칠까지 어디 가기로 했다.
가기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덕분에 쓸데없이 의사표현 분명한 성격으로 자랐습니다.
친구와 여행이 가고 싶어 빌고 빌어 겨우 허락받은 적이 있었어요.
'특정한 조건'아래에서..ㅋㅋㅋㅋ아 정말 말이 안 나오네요.
어머니께서 따라오시겠답니다.
따라오시지만 그림자처럼 죽은 듯이 있을테니 신경쓰지 말고 놀래요.
그냥 안 가겠다 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여행 가고 싶단 말 절대 안 꺼내요.
그래도 저 불쌍했나봐요. 여행 보내주시겠대요. 1박 2일로.
ㅋㅋㅋㅋ 아 죄송한데 저 좀 웃고갈게요ㅋㅋㅋㅋ
정동진 1박 2일ㅋㅋㅋㅋ
저녁 11시? 12시? 기차타고 새벽 4시? 떨어지면
해 뜨는거 보고 올라오면 됩니다.
1박 2일 여행이긴 하죠.
그래도 저는 친구와 놀러간단 사실에 좀 좋았는데
제 친구들은 다들 '정동진..?' 하더라구요.
저 이제 그냥 체념하고 살아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머니가 엄격하시면 아버지가 좀 풀어주시고
아버지가 엄격하시면 어머니가 아버지 막아주시고 그러던데
저희 집은 두분 다 그러시고
아버지는 동창회? 그런거 뭣하러 가냐는 분이시고,
어머니는 친구와 식사약속 했으면 식사만 하고 오시는 분이십니다.
난 식사 약속도 식사만 안 된다. 밥은 혼자 먹어도 된다.
친구와 수다하기 위해 밥을 먹는거다라 해도 뭐... 소 귀의 경읽기.
부모님 성격 보이시나요?
이 세월 겪다보니 제가 수긍하는 게 편하고 빠릅니다.
통금 말고도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줄일게요.
두서 없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