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판에 처음으로 쓰는 여자사람입니다.
신입생들에 대해 봄학기가 가을학기에 비해 군기 잡는 것에 대해 얘기가 많아, 지금 제가 신입생이었을때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스무살이었을때, 저는 지방 사립 모 대학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과 특성상 공대였고, 여자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여총모임이 정말 여자들끼리 군기 잡는 모임이었죠.
학교마다 그리고 과마다 다르겠지만, 여총모임은 보통 여자들끼리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선배님들이랑 후배님들하고 같이 친해지는 자리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과는 여총모임이 있다고 하면 항상 혼내는 자리가 되거나, 회식 자리가 되거나 아니면 과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 뽑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여총회장(여자)이 신입생들 여자만 다 모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가봤습니다.
알고보니, 신입생 여자 중 두 세명이 잘못한 것 때문에 저희 여자 동기들이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몇일 후 또 여총회장이 신입생들 여자만 불렀습니다.
또 그 같은 동기 여자들의 잘못으로 여자 동기들이 혼났습니다.
여총회장이 다음에 또 부르게 되면 그땐 기합 받는다고 으름장을 내놓았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또 불렀습니다.
이번에는 큰 강의실 빌려서 책상과 의자를 다 뒤로 치우고 여자 동기들이 기합을 받았습니다.
물론 저도 같이 해서요, 저는 기합을 받으면서 제가 왜 이 기합을 받아야 되는지 그리고 그 친구들의 무엇 때문에 우리들이 혼나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기합을 토끼뜀, 주먹쥐고 엎드리기, 머리 박고 엎드리기,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났다가 하기 등등...정말 오랫동안 기합 받았습니다.
억울했지만, 참았습니다. 신입생이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왜 기합을 받아야 하는지 봤더니 일부 여자들이 2~3살 차이 나는 오빠들하고 언니들한테 대하는 태도가 싸가지가 없어서 혼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동기들까지 혼냈던 이유는 왜 동기들 관리를 그렇게 하냐고 해서 혼났습니다.
기합을 받고, 알이 베겼습니다.
한 5일 정도면 알이 빠져나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알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소변을 보면, 소변색이 콜라색으로 나오고, 가끔 피 색에 가까운 색도 나왔습니다.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의사가 말했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횡문근 융해증으로 인한 급성 신부전증으로 쓰러졌을 거라고....왜 이제 왔냐고.... 저한테 의사선생님이 혼내셨습니다
그리고 간 수치도 정상인의 4배 이상이 되어 당장 병원에 입원을 하여, 투석까지 해야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연대의식으로 동기들 관리를 못해 생긴 결과가 횡문근 융해증과 올라간 간 수치입니다.
저는 좀 억울했습니다.
제가 잘못해서 이런 결과를 받았으면, 제 책임이라고 반성할텐데 .. 단지 동기들 관리를 못했단 이유로 이런 기합을 받는 게 정말 억울했습니다.
저에게 이런 병을 준 그 여총회장과 학회장은 병문안 조차도 안왔고, 전화상으로 괜찮냐고만 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사람들 번호 저장을 안해서 그냥 발신 번호로 받았는데, 그 사람들은 왜 자기네들 번호 저장 안했냐고 오히려 저한테 화를 냈습니다.
아니, 저보고 덜 혼나서 그런거라고 더 혼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난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게 저는 그때 병원에서 입원중이었고, 장난이라고 하기엔 단지 전화번호 저장 안했다는 이유로 혼나야 된다는 말이 너무 기분이 나빴거든요.
부모님도 당연히 기합을 준 여총회장 뿐만 아니라 학회장까지도 화냈습니다.
비싼 등록금 들여서 학교 보냈는데 이게 머냐고 .. 집에서도 이러지 않는데 ..그렇지만 저희 부모님은 총장이나 학과장한테 얘기하지 않고 그냥 나 한 사람으로만 끝내고 다음번엔 다른 학생이 저처럼 이런 병 안 생기게끔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따끔한 충고로 끝났습니다.
제가 이 학교를 떠나고 나중에 동기 친구랑 만났을때 물어봤습니다, 아직도 그 여총회장이 심하게 여자애들 잡냐고...여전히 군기는 잡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몇 개월 더 다니고 이 학교를 떠났습니다. 물론, 이 학교 졸업은 안했습니다.
그 후, 지방 국립대로 가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졸업을 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며 석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신입생들 기합주는 대학교 선배들 얘기 나오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를 기합 준 그 여자 선배....저랑 나이차이도 두 살 밖에 안나는데 참...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여자 후배들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것 같습니다.
학교는 졸업하면 그만이지만, 제가 가진 상처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보니 참.. 그렇게 후배들 기합 주는 시간에 영어 공부라도 하는 게 더 생산적인 일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제 의견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문화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그리고 과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