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이들 재워놓고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 센치한 마음에 주절거려봅니다... 모바일이라 오타있을 수 있어요.
며칠 전 별에서 온 동서? 라는 판을 읽었는데 우리 동서 생각나데요. 집안좋고 이쁘고 눈치도 있고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보이는 사람이에요.
저희 친정이나 시댁은 그다지 넉넉한 집이 아니에요. 친정은 빚은 없지만 재산도 별로 없는 그저 그런 형편이고... 시댁 사정도 비슷해요. 동서네는 많이 잘 사는 편인 것 같아요.
제가 학생때 나름 공부를 잘 했어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학교에 들어갔는데 서울대 갈 점수는 안되고 국립대로 낮춰가기엔 아까운 점수라 무리해서라도 사립으로 학교를 다녔어요. 부모님이 3학기는 학비를 대주셨지만 그 후부터는 동생도 대학에 가야되고 돈 들어갈 일이 많아서 제가 벌어서 냈어요. 학기 중에 알바뛰어봤자 학비 낼 돈은 택도 없고 용돈 벌이 정도나 되더라고요. 그걸로 용돈 충당하고 방학땐 직장인마냥 계속 돈 버는데도 학비가 워낙 비싸니까 점점 감당이 안되서 학자금 대출도 받아야 했어요. 다행히 졸업하고 빨리 취직이 되었지만 그렇게 많은 연봉 받는 직종은 아니고 또 신랑도 학자금 대출이 있어서 결혼하고 한동안 학자금에 결혼비용 갚아나갔네요.
도련님 결혼하신다 해서 동서될 사람에 대해 들어보니 저랑 같은 학교 졸업했더라구요. 다른과 다른학번이지만... 그런데 부잣집은 역시 다른건지 알바 할 필요 없이 여유롭게 용돈 받아 학교다니다 방학땐 해외여행 다니고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중간에는 한 학기 휴학하고 아예 유럽인 호주니 미국이니 다 돌아다니며 제대로 세상구경 하기도 하고 했더라고요. 정말정말 부러웠어요... 전 신혼여행때 해외 처음 나가봤거든요.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고도 저희는 맞벌이 해야하니 애들 맡겨놓고 일할 수 밖에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나마 저는 주말출근 없고 특별한 일 아니면 야근없는 직종이라 남들은 부러워해요. 그런데 동서는 아이 임신하고부터 바로 회사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향했어요. 알고보니까 자기 이름으로 된 주거용 오피스텔이 한 채 있어서 거기서 월세 나오는 게 있대요. 부모님이 주셨겠죠... 그래서 자기 취미생활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정말 부럽더라고요. 전업주부 주제에 애들 맡겨놓고 팽팽 놀러다닌다고 까는게 아니라 정말 뭐든지 부러워요. 어릴때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애들 두 살 반까지 어린이집같은데 안보내고 일부러 끼고 키우더라고요. 같이 문화센터니 오감놀이하는데니 이런데 데리고 다니면서 놀아주고요... 정말 미치게 부러웠어요. 우리 애들은 3개월때부터 어린이집 갔어요. 퇴근하고 데리러 가면 대부분 다른애들은 다 집에갔고 한 둘 만 덩그러니 남아서 엄마 기다리는데 절 보면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이런 이쁜 애기들 한창 이쁠때 한번 더 못 안아주고 내가 뭣 땜에 이렇게 일하고 돈 벌어서 사는지 우울해요.
우리 시댁은 좋아요. 시부모님 두 분 다 인품도 좋으시고 동서랑 저랑 이렇게 차이나는 집인데 절대 한번도 대놓고 비교하거나 눈치 주신 적도 없어요. 그런데 동서는 더 이쁜짓만 해요. 처음에 저한테 시부모님 용돈 드리냐 해서 용돈 드릴 형편이 아니라 못 드린다고... 명절때랑 생신때만 챙겨드린다 했더니 액수를 물어보더라고요. 자기들도 똑같이 맞추겠다고요. 저희는 예단 예물 다 생략하고 커플링 하나만 했는데 동서네도 그렇게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시댁 형편 생각해서 그랬겠죠. 저희 시댁은 명절이나 제사때 큰 집에 가서 지내서 일이 많이 없어요. 각자 음식 맡아서 해오는 분위기인데 큰집으로 모이면 식구가 많은데도 음식은 많이 안하는 편이에요. 싸갈 것 없게 그냥 명절에 먹으면 끝일 정도요. 보통 저희 시어머니가 전이나 부침개 3가지를 맡으시거든요? 다른 집들이 또 생선이니 전이니 적이니 이런식으로 나눠 맡고요. 처음에 들었을때 전 3가지면 일 별로 없겠다고 안심했어요. 첫 제사 지내는 데 점심때 지나서 오면 된다시길래 도착해서 같이 시장보고 재료손질하고 전 부쳤어요. 시어머니 시아버님 신랑 다 같이요. 그러니까 재료 손질부터 한 세시간이면 다 끝나더라고요. 그리고 그 다음번에는 추석이 있었어요. 전날 오후에 오면 된다고 하시길래 내려갔지요. 그랬더니 진짜 전 2가지랑 부침개 1가지를 주먹만큼씩만 남겨놓으시고 이미 다 해놓으신거에요. 전 제가 뭐 잘못해서 화나셨나 했어요. 알고보니까 얼마 되지도 않는거 시어머님 아버님 두 분이서 후딱 해도 금방 끝나지만 제사지내는 집이라 갑자기 무슨 일 생기더라도 자식들이 할 줄은 알아야 되니까 까먹지나 말으라고 그냥 조금씩 남겨두신 거였어요. 이미 뒷정리도 다 해놓으시고요. 신랑이랑 둘이 부쳤더니 20분만에 끝났어요. 그리고 시어머님이 신랑한테 나는 낮잠 잘거니까 저 데리고 나가서 영화라도 보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놀고 오라고 내쫓으셨어요 ㅋㅋㅋ
동서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때도 저처럼 하셨고요 ㅎㅎ 여우짓도 안하고 시어머님이 나가 놀아라 하면 네~ 하고 놀다와요. 생신때도 동서네랑 어디 모시고 갈까 이야기하고 다같이 소갈비집에 갔는데 저희 두 가족이 나눠냈거든요. 아참 형제 둘뿐인 집이에요. 암튼 그래서 어머님이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본인은 돼지갈비도 맛있다고 하시는데 동서가 어머님 아니에요~ 저희도 소갈비 먹고 싶어요~ 하는데 말도 참 이쁘게 하는 거 있죠.
제가 사실 요즘 동서 인스타를 염탐해요... 외식 한 번 해도 비싼데만 다니고 자기 친정모임 있을땐 대부분 특급 호텔 식당에서 모이더라구요. 그런 사진들 보면 한껏 차려입고 우아하게 코스요리 먹는데 시댁에서 같이 모일때 보면 수수하게 입고와서 상추쌈 우걱우걱 싸먹고 오이 쌈장 푹푹 찍어먹는데 정말 다른 사람 같으면서도 이뻐 죽겠어요.
시댁 일이라면 뭐든지 저한테 먼저 상의하고... 더 나서지도, 그렇다고 안하지도 않고 제가 하는 만큼만 해요. 저는 동서가 절 배려해서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암튼 쓰다보니 시댁 자랑까지 이어졌는데...
저는 늘 돈 복은 없어도 내가 사람복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어제 직장에서 속상한 일도 있고 애들이 유치원에서 감기 걸려와서 애들 챙기느라 힘들고... 나도 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 하다가 동서 인스타그램 좀 보다보니 또 동서가 참 부러우면서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네요. 스스로 비교하면서 나를 깎아내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동서 인스타를 보고 있어요. 마약 같아요 내가 꿈꿀 수 없는 동화속 세상을 계속 동경하는 것처럼요.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한푼두푼 조금씩 돈도 모아가면서 뿌듯할때도 있지만 동서 인스타보면 한순간에 기분이 다운되요.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껴야 하는데 요즘엔 참 쉽지 않네요. 인스타 염탐 그만해야겠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