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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17

|2015.09.17 15:43
조회 2,950 |추천 31


점심식사는 맛있게 하셨는지 오후도 잘 보내고 계신지 궁금해 집니다.

저는 오전에 열심히 일을하고 점심먹고 들어와서 조금 또 일 하다가 지금는 농땡이 중입니다. 오전보다는 일을 좀 해놓고 쓰는게 마음이 편한 것 같아서 오후에 씁니다. 기다리셨다면 죄송해요.

어제는 밖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제가 칼퇴를 하고 일찍 갈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애인한테 빨리 오라고 해놓고는 차가 밀려서 애인을 꽤 오래 기다리게 했습니다. 통화할땐 그냥 알았다고 천천히 오라더니..ㅋ 여기다 제 흉을 봤더라고요..ㅋ

덕분에 저녁도 배불리 먹고. 욕도 배불리 먹고. 어제 먹은 욕이 아직까지 배부른 기분입니다.ㅋ 잔소리에 대해서도 엄청 뭐라고 하더라고요.ㅋ 어제 글에 잔소리라는 말을 썼다가. 잠들기 전까지. 아니 오늘 아침까지 잔소리를 들었어요.. 참 배부르네요..

그래서 오늘은 어제의 잔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애인은 원래 잔소리꾼이 아니었거든요. 그냥 거의 믿고 맡기는 편인데. 근데 자기 말로는 저 때문에 자기가 점점 잔소리꾼이 되는거 같다고 하더라고요.ㅋ

어제도 제가 빨리 갈수 있다고 빨리 오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밀리더라고요. 게다가 늦을 거같아서 길을 바꿔 가려고 틀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결국은 더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통화할땐 늦을거 같다고 미안하다 했더니. 아니라고 운전 조심히 천천히 오라고 하길래. 아 괜찮은가보다 했거든요.ㅋ

주차 하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저를 보더니. 상밑에서 발로 제 정강이를 탁 차더라고요.ㅋ 내가 잔소리 안하게 생겼냐. 부터 시작해서 러시아워면 당연히 차 밀릴거 계산 하고. 몇시 도착이라고 해야지 아무 생각 없이 기다리게 하는게 몇번이냐고..

애인은 당연히 차 밀릴걸 계산 하고. 천천히 어디좀 들러서 뭐좀 사고. 그러고 오려고 했었대요. 근데 제가 무조건 빨리 갈수 있겠다고 하니까. 자기도 마음이 급해서 식당에 먼저 도착 했는데. 거의 한시간을 기다렸으니. 오죽 했겠어요..

잔소리는 거기서 끝난게 아닙니다.ㅋ 식사를 하는데 제가 원래 블랙 올리브를 안먹어요. 그냥 그거는 먹기가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돌도 씹어먹게 생겨놓고는 제가 진짜 딱. 개고기랑 블랙올리브만 안먹어요. 못먹겠어요.

근데 초딩도 아니고 그걸 왜 자꾸 골라놓냐고. 원랜 안먹는거 아니까 그냥 자기가 골라서 더 먹어주거나 하거든요. 근데 어젠 진짜 늦어서 그랬는지 폭풍 잔소리..ㅋㅋ

그리고 집에 가면서 애인이 슈퍼들려야 된다고. 세번 얘기 했는데 제가 그냥 까먹고 곧장 집으로 차를 댄거죠. 정신 어따두냐고 또 폭풍.. 어제 왜그랬지 나..

여차저차해서 집까지 잘 들어갔는데. 평소엔 한번도 그러지 않더니. 이거봐 이거봐. 하더라고요. 그래서 울고싶은 마음으로 왜 또.. 하면서 쳐다보니까. 신발도 그냥 막 벗어놓고 제가 옷도 벗어서 아무데나 던져놨더라고요. 저도 어제 처음 알았어요.

그동안 제가 신발도 아무렇게나 벗고. 옷도 아무데나 벗어 놓으면. 애인이 말 없이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주고. 옷도 주워서 정리하고 제대로 옷걸이에 걸어주고 제 뒤치다꺼리를 해 줬던 거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못 느꼈던거고요.

아무말 없이 반성을 하면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또 한숨을 한번 쉬더니 욕실로 들어가서. 제가 샤워하고 나온 욕실을 싹 정리하고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머리를 털고 던져놓은 수건까지 빨래통에 집어 넣는걸 보고 나서야.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 자세로..

자기가 최대한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않게끔 하려고. 말을 아꼈대요. 왜냐면 제가 예전에 잔소리를 엄청 심하게 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밥 먹었냐 약 먹었냐 어디냐. 병원갔냐. 옷 따듯하게 입었냐. 몇시에 오냐. 누구랑 있냐. 뭐를 먹어라. 뭐는 먹으면 안된다. 어디를 가라 마라. 듣다 보니 저는 관심 이라고 생각해서 했던 말이 전부 잔소리로 들렸을 수도 있었겠다 싶더라고요.

알아서 어련히 잘 하는데도. 제가 두번 세번 같은 말을 반복하면. 좋은 소리도 삼세번 이라고. 자기도 짜증이 났었는데. 그래도 자기를 위해서 챙겨주고 하는거라 생각해서. 아무말 안했었대요. 근데 저는 저를 걱정해 주는 말을 해줘도 잔소리라고 하니까. 나름 속상했나 보더라고요.

사실 제가 좀 허당이라. 잔소리 들을 짓을 많이 하긴 합니다.. 근데 진짜 생각해 보면 애인은 잔소리가 아니라. 전부 제가 걱정되서 하는 말이었더라고요. 술에 관해서 하는 말. 운전에 관해서 하는 말. 건강에 관해서 하는 말. 전부 다 제 걱정으로 해주는 말 이었고. 정작 제 버릇이나 나쁜 습관에 대해서는. 자기가 알게 모르게 챙겨주면서. 고쳐지길 바라고 있었더라고요.

욕실을 치우면서 애인이 너는 나 없으면 어떡할래? 라고 우스갯 소리를 하는데. 그 말이 뭔가 쿵 하는거 같더라고요. 진짜 이제는 우리 엄마보다 더 나를 잘 알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 모든걸 챙겨주는 얘 없이 내가 어떻게 살지. 그런 생각도 들고.. 잔소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밤 이었습니다.

근데 인간이 망각의 동물? 이라고.. 아침에 나오면서 또 한소리 들었어요. 잘때 입은 옷 아무데나 던져놨다고..ㅋ 어지르는 사람 따로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있냐고..

지금 문득 든 생각인데 지난번에 한번 퇴근 후에 애인집에서 저는 밥 다먹고 누워서 티비보고. 애인은 집안 정리를 하면서. 아 나도 일하고 오면 힘든데.. 라고 했던게 갑자기 기억나는데.. 지금 그 말이 무슨뜻인지 알고 나니까 엄청 미안해 지네요..

이래서 같이살면 더 힘들게 만드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제가 좀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제 반성의 글 이네요.ㅋ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리고 낚시갔을때 모기얘기랑. 떡밥... 얘긴ㅋ 제가 일부러 뺀건 아닙니다. 정말이예요. 믿어주세요.ㅋ

아까 보니까 바람이 많이 불더라고요. 예전에 애인이 많이 아플때 바람이 불면 그렇게 싱숭생숭 하다면서. 괜히 울적해 하던게 생각이 났었는데. 그래서 점심에 통화하면서 바람 많이 분다고 기분 어떠냐고 했더니. 시원해서 좋다고 주말에 산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이런 기분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하게 주고 받은 말 한마디에도 안도하게 되는 것. 안심이 된다는 것. 이상하게 오늘 여러모로 고맙고 미안해 지네요.

늘 거기있어서. 잘 모르고 못느꼈던 고마움과 소중함을. 저처럼 다시한번 느끼시고 감사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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