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는 맛있게 챙기셨어요? 날이 점점 좋아지네요. 완연한 가을인가 봅니다.
어제 친구들 만나러 갔던 애인을 늦게 데리러 갔었는데. 집에 오는길에 좀 걷자고 하더라고요. 모임 중에 오고 간 대화 주제가 무거웠는지 기분이 좋아보이진 않더라고요.
나이가 나이니 만큼 취업이다 결혼이다 벌써부터 노후까지 이야길 하고. 그 사이에서 애인은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대요.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친구도 있었고. 결혼을 앞두고 이런 저런 문제가 많아 걱정하는 친구도 있었고. 이미 장가 간 친구가 하나 있는데 가장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친구도 있었고. 어제는 각자 고민을 터놓느라 술자리가 우울했다고 하더라고요.
취업 못한 친구는 취업한 친구를 부러워 하고. 취업한 친구는 결혼한 친구를 부러워 하고. 결혼한 친구는 결혼 안한 친구를 부러워 하고.
그중에서 가장 속 편해 보이는게 자기 였대요. 친구들이 내내 ㅇㅇ이 부럽다고 적당히 취직도 하고. 독신주의라 뭐 모으고 챙기고 할것도 없지 않냐면서 계속 그런 이야길 하는데. 오랜 친구들인데도 어제 처음으로 그렇게 불편했다고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애들이 모두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 하는데 나도 내 고민을 얘길 해버릴까 하면서. 흔들리기도 하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간단한 술자리였는데 내내 그냥 혼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대요. 내가 사실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 애인이 있는데 그게 니들이 아는 우리형 친구라고 말을 하면 친구들은 뭐라고 할까. 그리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 꿈을 갖고 있는 친구들을 보니 제 생각도 나고 뭔가 미안한 마음도 들었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냥 우울해 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기분도 그렇고 그래서 데리러 오라고 한거였고요..
그래도 예전같으면 혼자 울적해 하고 속앓이 했을텐데. 어제같은 경우는 저한테 기댈줄도 알고 어리광도 하고 스스로 울적함을 빨리 털고 싶어 하기도 하고 그래서 대견한 생각이 들고 고맙더라고요.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문제로 한번 싸운적이 있었는데 그 얘길 해드릴까 합니다.
되게 오래된 일인데 그날이 주말이었고 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티비였나 뭐였나 헷갈리는데 아마 티비였나봐요. 결혼 관련된게 나왔었을거예요. 주인공이 재벌인가 뭔가였고 하여튼 뭐 사랑해서 보내준다. 이런 내용이었나본데. 제가 그냥 밥 먹다가 웃었거든요 막장이라고.
근데 애인이 진지해 지더니 갑자기 자긴 사랑해서 보내준다는 말 이해가 간다는 겁니다. 그럴 상황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너무 진지하게 말을 하니까 저도 당황스럽더라고요. 그날 뭐먹었는지도 기억나는게. 집에서 처음 닭도리탕을 해먹어서 그거 만들면서 둘이 엄청 웃겨서 웃고 분위기 좋았었거든요.
근데 밥 잘 먹다가 뜬금없이 그런소릴 하니까. 저도 그냥 넘어가면 됐었는데 그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농담으로 그럼 내가 다른 좋은사람 생겨서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너는 언제든지 나 보내 줄라고? 하면서 그냥 웃었는데. 응 이라고 대답 하더라고요.
기가 막히더라고요. 아니 그게 지금사귀고 있는 사람한테 할소린가 싶기도 하고. 나는 그동안 얘랑 뭐를 한거지 라는 생각도 들고. 그 순간에 뭔지 모를 짜증이 확 나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한번 욱 하면 화가 멈추질 않거든요. 기분 좋게 밥먹는데 그런소릴 시작하니까 짜증도 나고 애인이 그냥 덤덤하게 말 하는데 그게 더 화가 나더라고요.
연애 초라서 업다운이 심할때고 거기에 맞춰주다 보니까 저도 그날은 참아지지가 않았나봐요. 말 잘했다고 그러면 너는 나 왜 좋다고 했냐고. 아무때나 좋은여자 생기고 평범하게 결혼해서 애 낳고 살게 보내줄거면 왜 좋냐고 했냐고. 진짜 몰아세우듯이 말을 했더니. 애인도 욱 했는지 저를 쳐다 보더라고요.
제가 애인보고 맨날 말 밉게한다고 마음이랑 반대로 한다고 그랬는데. 사실 그거 다 저 보고 배운걸지도 모르거든요. 제가 진짜 수틀리면 말을 제어 못하고 막 내뱉는 사람이라.. 지금은 많이 고쳤지만.
거기서 그냥 조용히 했어야 됐는데 제가 거기다 대놓고 뭘 쳐다보냐고 왜 또 울게? 라고 비아냥.. 아 제가 네 맞아요.. 전 쓰레기였네요.. 미안 다시한번 미안 애인아.
애인이 고개를 바로 숙이더니 가라고 그냥 보기싫으니까 가라는 식으로 말 하더라고요. 제가 열받아서 가라고? 그래 간다 하면서 욕까지 내뱉고 무작정 나왔어요. 근데 나와서 보니까 손에 숟가락을 꽉 쥐고 그대로 나온거예요.
다른때 같으면 웃었을 텐데 이게 지금 뭐하는건가싶고 밥 잘 먹다가 뭔 웃기지도 않은 상황인가 싶어서 허탈해 하고있는데. 그냥 저도 너무 서운하고 서럽더라고요. 지금에야 애인이 저런말 하면 그냥 미안해서 하는 소린가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저때는 저도 애인 좋아하는 마음이 넘치게 생겨나던 때고 나름대로 연애 초반에는 서로 마음 인정받고 싶고 그렇잖아요.
근데 진짜 너무 서운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갑이고 차키고 다 두고나왔는데. 할것도 없고 해서 슬리퍼에 숟가락 쥐고 동네 공원에 가서 앉아있다가 혼자 생각해보니까 반성이 들더라고요.
밥먹다 티비보다 그럴수도 있는거고 애인이 미안해 한다는걸 돌려 말한 거 일텐데 아니라고 나 믿으라고 해주면 되는걸. 또 속좁게 같이 싸웠구나 하고 제가 저 혼자 냅두면 반성도 잘 하거든요. 그렇게 혼자 반성하고 다시 집에 들어갔죠.
근데 보니까 애인은 아까 그 상태로 티비앞에 밥상 놓인자리에 앉아있던 그대로 앉아서. 현관에서 들어서면 뒷모습이 보이는 자린데 고개 숙이고 그대로 있었더라고요. 못해도 한시간은 넘은 시간이었을텐데.
그 모습을 보니까 또 속상하고 미안하고. 옆에 가서 앉아서 무조건 미안하다고 했죠. 내가 밴댕이라 속이 좁아터져서 그랬다 미안하다. 근데 나는 이해 안간다. 사랑하면 어떻게든 함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했어요.
지금도 저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사랑해서 보내준다는거 어떤 마음인지는 알겠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기 보다는 더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 같은 마음이라면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지켜내야한다고요.
들고 나갔던 밥숟가락을 애인 얼굴에 들이 대면서 나 나가서 보니까 숟가락 쥐고 있었다고. 혼자 웃었더니 애인이 그제서야 눈을 비비고 웃더라고요.
지금은 우는일이 많이 없지만. 예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픈게. 우리 애인은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차라리 펑펑 못생기게 울면 덜 안쓰러울텐데 항상 소리도 없이 혼자 참으면서 우니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얼굴을 손으로 닦아주고 머리카락도 쓸어 주면서 이렇게 내가 집 밖에만 나가도 울거면서 어딜 보내주긴 보내주냐고 허세부리지 말라고. 하면서 놀렸더니 자기도 웃긴지 웃더라고요. 그렇게 서로 웃고 그날은 잘 풀었어요.
저희도 때로는 외부적인 이유로 가슴 졸이거나 불안해 할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사회생활 하다보면 난처한 질문을 받을때가 종종 있거든요. 우리의 연애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겐 평범하지 않은 일이라는것도 알고요.
하지만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건 제가 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거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절대 죄의식이나 미안한 마음은 전혀 없어요. 애인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주변에 말하지 못하고 숨겨야 하는것에 첫번째 애인에게 미안하고. 두번째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 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그게 미안할 뿐이죠.
우리에게도 언젠가 끝이 올지도 모른다는거 저도 압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아서 마음이 변해서 마음이 끝나버려서 나는 끝이 아닌이상. 외부적인 이유로 어떤 다른 이유들로 절대 헤어질 일 없을거라고 그리고 그런 이유로 멀어지지 말자고 그날 약속을 했었습니다.
혼자 지켜내는 마음이었다면. 지치고 힘들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함께 지켜냈기에 오늘까지 올수 있지 않았나 싶은 마음도 들어요. 앞으로도 서로 지금처럼만 믿어주고 의지한다면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행복할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드디어 금요일 이네요. 금요일은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ㅋ 모두 남은 하루도 화이팅 하시고 좋은 금요일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함께해 주셔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