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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19

|2015.09.20 22:38
조회 14,173 |추천 36


안녕하세요 무씨 애인입니다

저번에 글 썼을때 무 애인입니다 했더니
왜 반말하냐고 뭐라 하길래
무씨라고 썼어요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저희는 바빴어요

금요일엔 저녁먹고 영화보고 맥주마셨고
어젠 왠일로 먼저 대청소를 하자고 하길래
이때다 싶어 고생을 좀 시켰더니
오늘 등산은 커녕 에효 늙었어요 우리형

가까운 산에 가긴 했는데 너무 피곤해 하길래
조금 산책 겸 올라 가다가 내려와서 파전에
막걸리를 맛있다고 혼자 두병이나 먹더니
집에 와서 씻고 내내 자더라구요

실컷 자더니 일어나서 좀비처럼 계속
밥 먹자고 눈 뜨자마자 밥 타령 해서 줬더니
왠일로 설거지랑 빨래도 해주겠다고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짧게라도 주말 잘 보내셨냐고
안부 드리고 싶어서 왔어요

모두 잘 보내셨어요?

인사만 드리고가긴 그러니까 짧게
지난번 댓글에서 본 이야길 해드릴게요
형을 좋아하게 된 걸 어떻게 느꼈냐던 질문요

워낙 사람 자체가 다정해요 자긴 아니라는데
공감 능력이 좋아서 무슨 얘길하면 정말
자기 일처럼 들어주고 걱정해주고
제가 많이 아플때도 그렇고

사람이 몸이든 맘이든 아프면 외로운 법인데
항상 마음 써주고 하는게 느껴지니까요
저도 모르게 자꾸 기대게 되고

근데 계기가 형이 아마
기억 할런지는 모르겠는데요

제가 가끔 앓던 질환중에
증상이 유난히 심할때가 있었어요

가끔 갑자기 그럴때가 있었는데
형이 한번은 꽉 진짜 쎄게 안아주고
괜찮아 질때까지 등이고 머리고
쓰다듬어 줬었는데

워낙 어릴때 부터 봐 와서 저를 약간
애기 취급 할때가 있거든요

근데 진짜 그땐 자기도 제가 그런걸
처음 봐서 그런지 딱 봐도 놀래보이는데
저를 더 챙기고 진정시키려고 하더라구요

한번 증상이 오면 아무것도 진짜
아 정말 정말로 무섭고 힘들거든요
근데 형이 그렇게 안아주는데 그냥 막
서러울 정도로 안심이 되고 괜찮더라구요

그러고 나서는 계속 더 의지하게 되고
저도 자꾸 형이 잘해줘서 좋아지는건가
착각하지 말자 생각도 하고 마음도 자꾸
다른데로 돌려 보려고도 했는데 잘 안됐어요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안되더라고요
어느날 부터는 안보면 안될정도로
많이 의지하고 많이 좋아하게 됐더라구요

그냥 그렇게 스스로 느끼고 나니까
안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겁났었어요
형은 원래 이쪽도 아니고 그저 의리땜에
저를 돌봐주는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저한테 유일한 가족같은 사람이라
멀어질 일 만들지 말자 싶어서 일부러
마음 정리하려고 멀리도 해보고 피해도보고
계속 겉돌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형이랑 제대로 사귄 뒤로도 혼자 많이
고민도하고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랬었어요

예전에 제가 중삼때 제 성향에 대해
처음 느끼고 나서 진짜 겁이 났었거든요

스스로 부정도 해보고 아닐거라고
일부러 여자친구도 사귀어보고
어떻게든 받아들일수가 없어서
피하고 외면하고 그랬었는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게 아닌데
나는 왜 이런가 원망도 많았었어요

흔히들 말하잖아요 동성연애는 정신병이라고
차라리 진짜 병이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어요
병이면 정말 고치기라도 하면 되니까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정말
남들과 다를거 없이 살고싶었으니까요
근데 이게 안되더라구요 마음대로

내 마음인데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되요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어느것 하나
마음대로 되질 않더라구요

형하고도 좋게든 나쁘게든 엮이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결국은 만나게 됐고
오늘까지 왔네요 이게 참 신기해요

제 맘을 알게되고 스스로 정리하려고
그렇게 피해도 피해지지 않았었고
홧김에 고백했는데도 나를 달래주던
그랬던 좋은 사람이

이제는 제 애인이라는게
가끔 정말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고 그래요

그래서 늘 마음 한켠엔 보내줘야지 하는
그런 마음도 있었거든요

넘치게 받아봤으니까 이걸로 됐다
평생에 한번 이런 사랑 해본걸로
나는 만족 한다 라는 그런
자기연민에 빠져 있었던거 같아요

그것 또한 형한텐 상처가 된다는걸
늦게 늦게 알게 되고 나니까 그냥 이제는
다른 생각 다 버리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매일 매일에 충실하고 살자는 마인드에요

이야기가 좀 샌거 아닌가 싶은데
암튼 형을 좋아하게된 계기는 그랬었어요

운명 같은건 안 믿지만
인연이었으면 하는 생각은 많이 했었어요
우리가 인연이라고 그래서 이 인연이
후생에도 이어졌으면 해서요

다시 태어 난다면 그때는 서로 가장 평범한
그래서 정말 평범하고 지극히 보통의 삶을
한번만 더 함께 살아보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뭐 지금도 행복하긴 하지만요..

말을 하다보니 길어졌는데
암튼 그랬어요

살다보면 연애 뿐만 아니라
왜 사람일이 그렇잖아요
뜻대로 되지 않는거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일은 안되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일은
어떻게든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주어진대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좋은 날이 꼭 오긴 오는것 같아요

우리 둘뿐이었던 연애에
이런 큰 추억을 만들어 주고
우리의 추억 한편에 함께 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정말로 많이 감사해요

쓰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됐어요
좋은밤 되시구요 안녕히 주무세요

감사합니다.

추천수36
반대수5
베플ㅇㅇ|2015.09.20 23:40
우리는 그냥 누군가의 사랑얘기구나 하고 보면서 좋아할지 모르지만 사실 당사자들은 많은 어려움과 힘듬 아픔을 겪고 나서야 이렇게 웃을수 있었다는걸 이야기 하는게 느껴져서 항상 글을 읽고나면 맘이 정말 먹먹하고 그렇기에 더 많이 행복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무님도 그렇지만 애인분이 무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게 많이 느껴져요 두분이 정말로 행복만 하셨으면 합니다. 그 추억에 함께할수 있다는게 영광이에요, 늘 좋은 가르침 좋은 생각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도 좋은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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