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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보내고싶은 추석편지

secretsw |2015.09.27 03:38
조회 458 |추천 1

안녕?

추석이 되고보니까 니 생각이 참 많이 난다.
사실 내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올해 추석 쯤에는 늘 도망만 다녔던

너희 어머님 아버님을 찾아봬서 결혼을 허락받으려고 생각했었지

몇 달 전 니 여동생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너희 어머님이 종종 내 얘기를 하신다는걸 듣고
그게 참 웃기기도 하고 어머님께 죄송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어
곱기 키운 딸내미 못난 남자친구 밥 한번 사주고싶으셔서 몇번을 만나자고 말씀을 하셨었는데
그때 난 그게 뭐가 그렇게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는지..

그때 어머님하고 밥 한끼 하고서 어머님과의 관계가 좀 더 좋았더라면
어쩌면 지금 이렇게 널 그리면서 뭔가 끄적여보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또 어쩌면 새벽 두시가 넘은 이 시간 너랑 카톡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랬을지도 모르는, 있었으면 하고 간절이 바랐던 순간 순간들이

왜 이렇게 그리운건지 나는 알 수가 없다.

 

헤어진지 이제 일년하고도 한달이 훌쩍 지났네.
이래저래 니 소식은 많이 듣고, 또 몰래 몰래 찾아다녔단다. 
올해만큼은 공무원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정말 필사적으로 공부했었는데,

그래서 시험 합격하고 한번만 더 너를 잡아보고싶어서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 한문제를 맞추질 못한 내가 얼마나 한심했던지, 불합격이라는 세 글자를 보고서 무너지는

억장을 어떻게 부여잡았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

같이 공부하던 형 동생들하고 종종 니 얘기를 할 때 혹시라도 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건 올해가 마지막일거라고 했던 이야기들이 스쳐지나가더라.
그리고는...음, 뭔가 포기하게 됐어. 지금 이상태로 내가 어찌 너를 찾아가서 다시 돌아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허허

대학 졸업하고서 한참을 방황했고 넌 그 한참을 기다렸지. 생각해보면 그 시간동안 넌 계속 내게 기회를 줬던거 같아.
얼른 정신차리라고, 빨리 정신차리고 좋은 직장 가져서 갈수록 흔들리는 널 잡아달라고.

어쨌건 절망적이었던 결과가 나오고서 난 한달 반정도 넋을 놨었고 이제는 좀 정신차리고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있어.
겨우겨우 맞춰놨던 토익점수도 유효기간이 끝난 마당에 사실 이제 내가 걸어볼수 있는건 지금 준비하는 이것밖에 없어. 하하

뭔가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야 다시금 네 목소리를 한번 들어볼 자격이라도 생길 것 같은데.
아직은 한참 무리가 있는것 같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4년 하고도 4개월이었어.

워낙 군 전역과 복학시기가 맞물렸던 나는 아직도 군인 머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너는 사실 다른 눈에 띄는 신입생은 아니었지.

2010년 개강총회 뒷풀이 때

거의 처음 만나는거나 다름없는 술취한 니 동기를 챙기는 모습에 괜히 맘 설레고
또 은근히 질투 났던 걸 넌 알런지 잘 모르겠다.
허세 가득한 복학생이라서 괜히 남자애한테만 한소리 하고나서 뒤로 돌아가지고는

우리 동기들한테  쟤 참 맘 쓰는게 이쁘다. 요즘 스무살 같지가 않네~ 하고 담배를 물었던 것도

기억이 나.

엠티 둘째날 원더걸스 텔미 춤을 추던 네 모습도 생각이 나네.

메인에 네가 서있었던 건 아니지만 왠지 너한테만 눈이 갔던거,

지나가며 우스갯소리로 종종 했었지만 정말이었어. 그때 너 참 예쁘고 귀여웠거든.
그러고서는 한참 밤이 되어 너는 너네 방, 나는 우리 방에서 얼큰하게 취하곤 중앙 복도에서 만나서 쓸데없는 헛소리를 나눴던 것도.

털많은 그 동기놈이 빌려준 패딩 입히고 둘이서 달빛데이트 했던것도 생각이 난다.
갓 복학한 복학생이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떨렸을지 넌 짐작도 잘 안될거야 ㅋㅋ

이제는 헤어진 너랑 나지만 동기들하고 가끔 네 얘기가 나올때면 털쟁이 이놈은 아직도 그 얘기를 꺼내. 자기덕분이라고 ㅋㅋ.맞는말이야 사실!

 

돌이켜보면 우린 참 다사다난한 커플이었어.

연애 초반에는 바람아닌 바람도 피고(넌 그걸로 4년을 날 갈궜지만 다시 이 이야기를 너랑 하게 되는 날이 온대도 그건 바람이 아니었어 ㅋㅋ-)
사귄지 한달도 안되서 헤어질뻔 하기도 하고, 또 싸우기도 엄청나게 싸워댔지.

시간이 지나며 헤어진 연인들이 으레 그렇듯 나도 싸웠던 일들,

널 힘들게 했던 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

 

울 단대 건물 앞에서 내가 그날 주웠던 우산 땅에다 매다꽂으며 화냈던거 기억나니.
사실 그거 그렇게까지 크게 화낼일이 아니었는데,

너 기억나는지 모르겠는데 그 일은 다 우리 전산실 뒤에 있던 그 니 동기때문이야 ㅋㅋ
서로 살짝 짜증나가지고 티격태격거리는데 뒤에서 히죽거리면서 깝죽대던게 어찌나 열받던지...
내 화 돋구는데 걔가 한몫 했었어.

사실 지금도 내가 우리과 추억 돌이키면서 내가 젤 싫어하는건 그년이야ㅋㅋ...

걔땜에 너한테 진짜 큰 상처를 줬응게,

너네 집 앞 벤치에 앉아서 엉엉 우는 너를 달랠때 니가 그랬잖아.
얼마전에 오빠가 나한테 욕하면서 화내는 꿈 꿨었다고, 너무 무서웠는데 꿈 깨고서 울 착한 오빠가 그럴리가 없지, 라고 생각하고 개꿈이야~ 하고 넘겼다고 그랬던거,

 

눈물 뚝뚝 흘리면서 서럽게 그 말을 하던 네 모습에 내 가슴이 얼마나 아팠었는지, 얼마나 미안했었는지, 다시는 화 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지키진 못했지만..하하..

 

만난지 3년 반쯤 됐었나? 야구 보고 오던 날 기억나니. 아쉽게 우리가 응원하던 팀이 지고서 뭔가 둘다 기분이 뚱해서 버스타고 오는 길에 넌 말 한마디 없었잖아.
그게 너무 답답해서 화를 내고 내고 하다가, 결국에는 크게 사고도 치고 네가 깜짝 놀랬던게 기억이 난다. 철없이 야구진게 그렇게 짜증이 나냐라고 윽박질렀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잖아.

 

순천에 꽃구경이 그렇게 가고싶다고 나한테 얘기를 수어번 했었는데,

맨날 가자 가자, 알았다 말만 하고선 그자리에서 까먹고..

오빤 왜 맨날 기대만 시키게 하냐고, 기대만 잔뜩 하게 하고 맨날 실망만 시킨다고 했던 네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아. 진짜 미안한 일 꼽자면 이 일 역시 세손가락 안에는 들어가는 것 같네.


근데 사실 있잖아. 내가 너한테 제일 미안했던 일은 뭔 줄 아니?
우리 호주 여행 했을때야.
시드니에서 머물던 와중에 우리 왜 같이 온 두 친구는 걔들끼리, 우리는 우리 둘이서 하루 데이트 하는 날이 있었잖아.
저녁에 7시 쯤 되면 오페라 하우스에서 만나기로 하고 오전에 따로 떨어져서 되게 재밌게 놀고

그랬었지.

그러고 저녁쯤 호주 가기 한참 전부터 네가 책에서, 또 인터넷에서 찾아놨던 팬케잌집 갔었잖아. 어설픈 영어로 초코아이스크림하고 견과류 들어간걸로 주문하고ㅋㅋ

 

근데 하필 그날 가게엔 사람이 넘 많았구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밖에서 대기했지.
어느새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7시가 다 돼가고 나는 괜히 급한 맘에 너한테 짜증 참 많이냈었는데.

우여곡절끝에 팬케잌이 나오고 그거 기념하고싶었던 너는 행복한 표정에 사진을 찍으려 했었는데,
내가 거기다가 대곤 면박이란 면박은 다줬잖아.
지금 사진 찍을 시간이 있냐고, 지금 몇신줄 아냐고, 애들 기다린다고,

그냥 빨리 입안에 집어넣으라고,

 

막 눈치보면서 맛도 제대로 못보고 허겁지겁 먹는 너를 보고 왜 그땐 그게 미안한줄 몰랐을까.
오페라 하우스 도착해서 일행들이 없다는걸 확인했을 때 또 짜증이란 짜증은 다 부리고,

그리고 숙소 도착했을때 애초에 오페라 하우스는 가지도 않았다고, 못만날거 같아서

그냥 먼저 들어왔다고 천연덕스럽게 하하 웃고 말던 그놈들...

너무 미안한 맘에 눈물이 나가지고 혼자 옥상올라가서 흑흑 거렸던게 기억난다. 넌 그때도 바보같이 괜찮다고 괜찮다고 안아주고 다독여주고..ㅋㅋ 바보야..

 

사실 난 있잖아. 혹시나 너랑 나랑 결혼 하게 된다면,

그래서 소녀같던 너에게 프로포즈를 한다면 꼭 호주에서 하고싶었어.

평생 또 갈일 없는 호주지~ 하고 둘이서 이야기 하곤 했지만 난 그날 그 팬케잌 집에 가서,

이제는 능숙해진 영어로 멋있게 주문을 하곤,

미리 부탁해놓은 반지를 너한테 끼워주는, 그런 멋진 프로포즈를 하고싶었어.

너도 알겠지만 내가 이벤트 욕심이 좀 있잖니 ^^

 

혹여나 소녀같으면서도 현실적이고 어른스러운 네가 기여코 호주만은 가지 않겠다고 하면, 외국 어디든 빵집! 가서 너한테 프로포즈를 하고싶었단다.
한번도 제대로 이야기 한적 없지만 나는 그렇게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트라우마 같은것,

혹은 너도 갖고 있을지 모를 그 트라우마를 그렇게 함께 치료하고 싶었어.

근데 이젠 그렇게 할 수 없지. 하하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흘러서 누군가 내게 살면서 못해본 일, 그래서 한이 남는 일이 뭐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난 이 일이라고 당당하게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하.

 

 

끄적끄적 하다보니까 세시가 넘었다. 사실 나 요즘 불면증이 좀 많이 심해 ㅋㅋ 항상 잠이 부족해. 이것땜에 진짜 큰일이야 ㅠㅠ.
후..ㅋㅋ..

음...있잖아, 사실 난 요즘 만나는 사람이 생겼어.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데, 진짜 좋은 사람이야.
아직 사귀는건 아니고, 그 뭐야, 썸?? 뭐ㅋ 그런건데..
원래 아는사람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우연히 만나고선 연락도 자주하고 있고, 종종 결혼얘기도 하고, 이야기도 참 잘 맞아.
그리구 연상이다보니까 좀 적극적이기도 하고, 둔하디 둔한 내가 그게 느껴지니까-

아마 나도 그사람도 서로에게 호감이 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근데 있잖아, 사실 난 잘 모르겟어. 네가 정리가 잘 안되거든.
이제는 다른 사람 여자인 것도 사실 알고 있고, 어쩌면 그 사람이랑 너랑 결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고있고,
이제 너랑 나는 다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자꾸 네가 걸리적 거린다-표현이 좀 과격한가? : -.
그래서 내가 가지는 이 분에 대한 호감하고 너한테 남은 지질한 미련이 뒤섞여서 머릿속이 참

복잡해 ㅋㅋ. 이런 맘으론 그분하고 잘될수도, 잘되려고 하는것도 나쁜거잖아.

 

 

얼마전에 페이스북에서 첫사랑이랑 관련된 짧은 만화를 봤어.
첫사랑은 자기가 처음 사랑한 상대가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정리가

안되는 사람, 그사람이 첫사랑이라고 하더라.
난 내가 첫사랑이 있다고 생각을 늘 해왔는데, 이 말대로라면 아마 내 첫사랑은 넌가 싶다.

아직도 정리가 잘 안돼.
그리고 사실 앞으로도 정리가 될 거란 생각은 잘 안해. 그래서 그냥 이대로 두려고.

너도, 그리고 지금 연락하는 이분도 네이트 판이랑은 워낙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까, 사실 나도 네이트 가입하고 판에다가는 글 첨 써보고,
매일, 혹은 하루에도 몇번 씩 하는 이 생각들 이렇게 한번 싸질러 놓으면 이젠 좀 덜 할까,

이 글에다가 좀 다 버리고 갈 수 있을까..하고 바라.

 

있지, 웅탁아. 난 아직도 네가 참 보고싶어. 미안했던 일만 구구절절 적어놨지만, 너랑 함께 했던 4년은 정말 내겐 다신 오지 못할 봄 같은거였거든.

호주, 내일로, 캄보디아, 서울. 모두 다 예쁜 추억이거든 나한테는 ^^..


그래서 참 고마워. 고맙고 미안해. 더 잘해주지 못해서, 졸업식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이도 세살이나 많았는데 끝까지 철없어서 미안하고,

어쩌면 네가 언젠간 이 글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것도 미안해지네!
끝까지 미안하다 ㅋㅋㅋ.

 

진짜 네가 행복하길 바라. 너를 만나던 순간에도, 지금 다른 사람 연인이 된 이순간에도 정말이야.
이젠 함께 할 수 없지만, 어쩜 다신 볼 일 없겠지만 그래도 니가 행복하길 바랄게.

그리곤 진짜 너 인제 잊을게.

먼 훗날에 누군가로부터 네가 너 닮은 딸하나 아들 하나 낳고서 예쁘게 잘 산다는 말 같은거

들었을때 잘됐네 하고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을만큼 .

 

열심히 살게. 왜 넌 항상 내가 욕심이 너무 없다고 뭐라하곤 했었잖아.
요즘엔 욕심 많이 내면서 살아. 먹고살기가 힘들거든 ㅋㅋ..열심히 살거야.

나중에 네가 내 소식 들었을 때, 오 제법 잘 살고 있구나, 쪼~금은 후회가 되네, 할만큼.

 

 

에구 ㅋㅋ 이 글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될질 잘 모르겠다..내 편지 기억나지? 늘 마무리가 이상했잖아 ㅋㅋㅋㅋ오늘도 이렇다ㅋㅋㅋ.

 

 여튼 잘 지내. 언젠가 먼 훗날에 웃으며 만날 날이 있길 바랄게.

 

안녕 내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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