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보일 수 없는 호구같은 혼잣말 여기에라도 적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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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린채 떠나간지 9개월, 널 원망하면서도 자꾸만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해.
타지에서 홀로 올라온 대학교 신입생때 만나 휴학 포함한 졸업까지 5년. 그 긴 시간동안 함께 했던 내 청춘과도 같은 사람이니까.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전히 마음을 줬고, 내 모든걸 보일 수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
대학교 1학년, 동방에서 얼굴에 윗옷을 덮고 자고 있을 때, 너가 그 위에다 슬며시 뽀뽀해준게 너무 좋았고
훈련소 때 너가 일부러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고 내가 오해하고 있을 적에 포상전화로 그렇지 않다고, 기회될때마다 매일 편지쓰고 있었다고 울먹이던 네 목소리가 마음 아프면서 또 사랑스러웠고
네 첫 휴가 복귀 전 날, 데이트 후에 널 보내기 싫다고 한참 울다 집으로 돌아와 우울해하고 있을 때... 마지막 내 모습이 눈에 밟힌다며 새벽 중에 기차타고 몰래 찾아오려다가 깜빡 잠들어 다음 역까지 갔다 내게 온 너의 마음이 너무 기특하고 예뻤고
내게 전화하기 위해 훈련소 때부터 궂은일을 나서 하고, 전역 때까지 꼬박꼬박 새벽근무하는 짬까지 내어가며 전화해주던 너의 정성이 고마웠고
너의 마음속에 나라는 큰집이 있어서 너는 절대 나가지 않을거라던 편지 속의 네 말을 믿었고
내가 발시려워 잠 못들고 있을 때 데워준다고 이불 속에서 부벼주던 네 발의 온기가 너무 따뜻했고
...
전부다 너가 내게 해준거니까. 그랬던 너가 더 이상 나를 사랑의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는걸 받아들이는게 너무 힘들었어.
분명 우리 마지막쯤엔 권태의 시간이 꽤 길었지. 제대 후 나보다 다른 사람들과 노는 걸 더 즐기던 너가 서운해서 잔소리가 늘어갔고, 넌 나를 귀찮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예쁘게 함께 한 2년간의 군화곰신 시절도 생색낸다며 얘기하길 꺼리기 시작했어. 그렇게 자주 주고받던 편지도, 여행도, 함께 찍는 사진도, 점점 줄어만 갔고. 서로 맞지 않는 지점에 부딪힐 때마다 함께 대화로 해결하기보다는 서로 다르다며 비난과 원망만 하게 되고. 내가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끝냈던 2014년의 마지막날, 너는 내게 이별통보를 했지. 같은 과였고, 학교 옆 자취방에서 같이 살다시피 했으니까 못했던 걸 기다렸다는 듯이.
스무 살 타지에서 생활한 이후 난 항상 너랑 함께였기 때문에 너가 없는 삶은 거짓 같았다. 너가 날 버릴리 없다고, 한달만 더 생각할 시간을 갖자 부탁했고 넌 알았다고 했지. 이후로 두달간 부던히 애썼어. 다행히 너도 완전 마음이 떠난건 아니었는지 몇번 함께 술도하고, 영화도 보고, 매년 마다 같은 시기에 갔던 여행도 갔고. 발렌타인 데이도 함께 했어. 조금씩 희망이 보이나 했지만 너와 함께 보낸 하루 뒤엔 늘 다시 넌 냉정해져버렸지. 내가 너무 매달려서 질리는구나 깨달았어. 분명 너에게도 시간이 필요했을텐데. 그래서 몇달간의 냉각기를 두고, 너가 싫어하던 습관들 하나하나 고치고 운동도 하며 날 가꿨어. 동시에 잊으려고도 노력해봤어.
정말 매분 매초 심장이 타들어가는듯 아픈 시간들이었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겪는걸 이제서야 겪어보는 거라고, 몇달 지나면 다른 이별하는 연인들처럼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었지만 하나도 괜찮지가 않았어. 약 두달 후 늘 나랑 함께 있었던 그 학교, 그 집에서 혼자 있어 보는건 처음일테니까, 조금은 내 빈자리를 그리워 하고 있을거라 착각하고 너에게 편지를 주러 찾아갔어.
그런데 편지를 붙이던 네 자취방 안엔 다른 여자가 있었고, 알고보니 이별을 꺼낸지 일주일도 안 된 1월 초 이미 학교 후배에게 넌 고백하고 사귀고있었더라. 나랑 함께 여행 가고, 발렌타인날 밤 나와 정을 나누고 있을 때도 이미 넌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었던거더라.
너가 나랑 함께했던 그 학교, 그 집, 수 없이 함께 한 데이트 장소에서 아무도 모르게 학교 후배와 사귀며, 같은 과라 수없이 나와 겹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내게 어처구니 없이 적반하장으로 보냈던 잔인한 말들은 정을 떼고도 남아야 하는 것들이었지만 너와 함께 했던 5년의 기억들이 너무 강렬해서 충분히 떼내었는데도 미련하게 정이 남아있었어.
사실이 밝혀지고 그 후배랑 모든게 끝났을 때, 나에게 미안하다며 먼저 용서빌며 돌아올 줄 알았다.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면 한번의 실수였다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넌 오지 않았고,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라고 내가 미련하게 다시 다가갔지. 정으로 모든걸 되돌리려 무던히 애썼어. 덕분에 너랑 다시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친한 사이로까지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휴학중이라 바람과 관련된 아무 소문도 듣지 못한 채 널 위로해주던 또 다른 후배에게 넌 마음이 뺏겨있었다.
그렇게 됐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다시 시작해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널 보며 다시 너와 멀어지는 것을 택했어.
그리고 이렇게, 미치도록 길다 생각했던 이년 간의 군대보다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기다림을 혼자하고있네. 그때와는 달리 언제 끝날지 몰라 디데이도 셀 수 없고,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올 사람이 없는 기다림. 이것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그게 언제일지 아직 나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들 오년이면 충분히 했다, 잘했다고 하지만, 나에겐 너와 함께하기에 너무 짧았다. 영화 속 연인들 처럼 예쁘게, 첫 사람인 너와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었는데 확실히 영화와 현실은 다르구나.
너 같이 나쁜 놈은 잊어야하는데,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널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