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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겪는 스물일곱 남자의 푸념.

tender is... |2015.10.13 02:23
조회 289 |추천 0

아버지, 어머니의 종교.

할아버지, 할머니의 종교.

내가 종교를 갖는다는 것.

적어도 지금까지 살아온 내 가치관은 종교는 자유로운 것이라고 말한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3대가 교회를 다니면 더없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한다.

지금 나에게 3대가 교회를 다닌다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가끔 교회의 예배당 뒤편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자유의지를 상실하고 코마를 먹으면서 환경에 순응해버린 사람들이 떠오른다.


나는 어머니 뱃속부터 교회를 다녔다.

내가 부모님의 자식인 것처럼 교회는 나에게 당연한 것이었고,

가랑비에 젖는 옷깃처럼 교회는 나에게 스며들었다.

어린 시절 악몽을 꾼 뒤면 어김없이 화장실에서 구역질을 하던 나는

누구인지 잘 모르는 하나님을 외쳤다.

그런 모습을 보시던 부모님은 흐뭇하셨을까?

그렇게 나에게 절대적이었던 하나님은 왜 나를 이렇게 만드셨을까?

그냥 닥치고 하나님을 믿는 로봇으로 만드시지 그러셨어요.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그냥 그저 주는 대로 잘 쳐먹는 그런 돼지로 만드시지 그러셨어요.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부모님과 떨어져 대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와 멀어져갔다.

이유를 따지자면 글로는 도저히 설명을 못하겠다.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 내 가치관 때문인 것 같다.

내 가치관은 부모님이 보실 때 교회에서 말하는 사탄마귀와 같은 것 일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성인이 된 나는 교회와 그리 가까운 삶을 살지 않았고

온 세상에 퍼져있는 사탄마귀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내 가치관이 사탄마귀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는 나만의 길을 걷고 걸으며 내 마음속의 나무에 물을 주었고

그 형태가 어찌됐든

나무는 점점 자라나 열매도 생기고 또 다른 나무가 자라나 숲이 되고 있다.

이 숲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나는 스스로를 믿는다. 내 자신을 사랑한다.

내 가치관을 부정하는 것은 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종교적인 부분에서 내 가치관과 부모님의 가치관의 교집합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부모님께선 학생 때 사귀는 여자친구는 그저 친한 이성친구이고

직장인이 만나는 여자친구는 애인이라고 표현하신다.

여자친구는 몰라도 애인은 애초에 사랑을 시작할 때 적절한 이해관계가 수반되어야 하고

그것을 따질 줄 아는 안목을 갖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씀하신다.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그 관계가 발전하는 것은

서로를 배려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함께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친구를 처음 본 순간 머릿속이 하애지고 왼쪽가슴이 쫘악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대학교가 어디인지, 그녀의 다리가 예쁜지, 그런 것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보면서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었고, 나는 그냥 그게 좋았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좋아서 오랫동안 옆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뿐이었다.


얼마 전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

오늘 어머니는 나에게 그녀와 아직까지 헤어지지 않았냐고 다그치셨다.

내가 이런 말을 어머니한테 듣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그것보다 어머니가 이런 생각을 하고계신다는 사실이 참 충격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당사자가 결정하는 문제 아니었던가...

제 3자가, 물론 부모님이라고 해도 이것까지 관여하고 이별을 종용한다는 것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모자식을 떠나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있는 법인데...

나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 법인데...

어머니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아닌 것은 아니다.’

‘헤어지기 어려워진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정 때문에 만나는 것이다.’

‘좋게 좋게 이별하는 것도 경험이다.’

확고하신 어머니의 말에 발끈해버렸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대처하고 말았다.

‘종교? 좃까라 그래 나는 사람 볼 때 종교가 아닌 사람 됨됨이를 먼저 봐.’

아무리 감정이 격해지더라도 부모님께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해버렸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이제 더 이상 애처럼 굴지 말아야겠다.

아버지는 아빠가 아닌 아버지, 어머니는 엄마가 아닌 어머니다.


홧김에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지만

어머니께 1500일을 함께한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리고 비꼬는 말투로 좋냐고 물어봤다.

어머니는 좋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좋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좋다고 말씀하셨다.

한동안 멍하니 가로등 불빛을 바라봤다. 불빛이 점점 흐려졌다.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는 금세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부모님께는 더 중요한 게 있고, 이제 아들도 취직했으니 아들 만나는 사람 더 진지하게 생각 하실 거고 네게 말씀 하실 거 예상하고 있었어. 나도 다 알고 있으니까 혼자 속 끓이고 고민 하지마.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거랑 네가 생각하는 것은 다르니까...부모님은 많은걸 고려해서 말씀하신거야. 어쩔 수 없는 거다.’


이런 사람인데.

아들이 만나고 있는 사람이 이런 사람인데.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쓸데없는 말만 지껄였고, 부모님께선 그녀를 다르게 판단하셨나보다.

그녀의 종교 때문이 아니고,

건강 때문이 아니고,

집안사정이 어떤지 그런 것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병신같이 말을 못해서,

부모님께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표현하지 못해서

부모님 마음에 그녀가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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