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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설화(雪化)

sOda |2004.01.12 00:24
조회 152 |추천 0

 

설화(雪化)


 

31 정략혼인

사태는 심각해졌다.

계루부 국경근처에서 달나미들이 병사를 죽였다는 이유로 부여에서는 계루부의 짓이라고
주장하며 조여들어왔다. 물론 달나미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세명의 달나미는 결의 명령을 받아 어디론가 몸을 숨겼고, 다친 비조와 담이만이 남았다.

내성에 머물러 있던 휘도 급하게 내려왔다.


“대체 무슨일이야?”

“......”

“내성에서도 부여에 나타난 자객과 계집을 찾으라는 명령이 떨어졌어. 달나미인거지?
달나미가 외부에 얼굴을 드러내다니... 거기다 담이는 왜 보낸거냐! 이건 부여와
가우리(고구려)의 문제로 커지고 있단 말이다!”

“부여는 관노부와 손을 잡으려 했다.”

“뭐라고?”

“부여는 관노부의 일부 관료들과 손을 잡고 내성까지 넘보려 했다.”

“그걸 어떻게...”

“담이 아비가 찾아낸 것이다. 관노부의 관료들은 부여와 내통하며 조세로 군사를 늘리기
시작했다. 조세가 어디서 새서, 어디로 흘러들어가는지 담이 아비가 알아낸 것이고, 그래서
죽임을 당한거다.”

“담이도 아는 사실인거냐?”

“...그래. 담이는... 원수를 갚는거지.”

“아무리 그렇대도...! 왜 내게 말하지 않았어! 내성에 알리고 제가들을 모았어야지!”

“그랬다면 시간이 더 걸렸겠지. 적은 빠르고 정확하게 쳐내는거야. 내 방식이지.”

“거기에 담이를 이용한거지! 나쁜녀석...!”

“뜻밖에 달나미의 정체를 파고 들어오려고 하니, 먼저 수를 써야겠다.”

“무슨 수? 달나미들을 없애기라도 할 참이냐? 그럼, 담이도?”

“...절노부와의 혼인을 서둘러야겠다.”

“...!”

“절노부와 손만 잡으면 다른 부족이나 부여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는 못할거다.”

“정말이냐...?”

“다른 좋은 방법이라도?”

“......”




“무록, 비조는 괜찮을까요?”

“워낙 기골이 좋은 청년이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왼손을
쓰는데 조금 불편하겠군요.”

“얼마나요?”

“예전만큼 검을 쓰지는 못할겁니다.”

“무사가... 칼을 다루지 못한다는건...”

“예. 하지만 여기까지 무사히 돌아온것만 해도 기적이니까요.”


문득 담이의 팔을 잡는 비조의 손이 느껴졌다.


“난... 이제 괜찮습니다.”

“아, 비조... 깨어났군요.”

“......”


비조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움직였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하녀의 목소리에 다시 입을
닫았다.


“형께서 담이를 찾으십니다.”

“...올것이 왔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후계자는, 담이와 달나미가 돌아온 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임무를 실패했다는 것만 보고받았을 뿐, 비조와 담이가 다친것도, 예정보다 늦게
돌아온것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담이는 크게 다친곳이 없어 하루 이틀만에 체력이 회복되었다.

마침 처소로 가던 담이는 기다리고 있었던 듯 보이는 강술을 만났다.


“이제 몸은 괜찮으십니까?”

“날도 추운데 여기서 뭐하세요?”

“아가씨를 기다렸습니다.”


강술은 보로 싸인 길다란 것을 건네주었다.


“마을 대장간을 빌려 만든 것입니다. 재료는 썩 좋은 것이 아니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것
같아서...”

“혹시...”

“아가씨 검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든 검이 주인곁을 떠났다고 우는 것은 처음 보았
습니다. 분명히... 그랬습니다. 제가 단검을 잡았을때... 이건 검을 만든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거랍니다.”

“아저씨...!”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서도 드리는 겁니다. 부디 자신을 지키는데에 써주시길 바랍니다
.”

“고마워요... 이렇게 훌륭한 검을 받게 되다니... 전 드릴게 없는데...”

“전 댓가를 받고 검을 만든적은 없습니다. 그저... 자격이 있는 분께 드리는 것이 저의
보람입니다.”


강술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짐을 꾸린걸 보니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참인 듯 했다.

담이는 칼을 안은채 강술의 뒷 모습을 보며 한참을 배웅했다.


“담입니다.”


담이는 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해야했다.

결이 화내는건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달나미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결은 무슨 생각엔가 골몰해 있었다.


“결이님... 이번 임무가 실패한건...”

“몸은 어떠냐?”

“괜찮습니다. 단지 비조가...”

“비조 상태는 들었다.”

“어떡하실건가요? 이제 더 이상 무사로서의 생활은 못할 것 같은데...”

“후우... 지금 네가 비조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들었느냐? 이젠 부여에서도 너를
찾고있다.”

“...네. 만약 제가 있는 것이 곤란하다 하시면 언제든지 저는...”

“이젠 되지 않았느냐?”

“...?”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일 말이다. 서로 내통하려던 부여와 관노부 관료들의 대부분이
죽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으냐?”

“하지만, 살아있는 자들도 있죠.”

“더이상은 무리다.”

“저는... 그만 둘 수 없습니다. 차라리 떠나라고 해주십시오.”

“...잊었느냐? 일년 후 노비가 되기로 한것을.”

“그럼 그 전까지 떠나 있겠습니다.”


참다못한 결이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대체 너란 아이는...! 네가 원수를 갚는답시고 돌아다니면 목숨이 온전할 듯 싶으냐?
1년후 약속한 기일이 되면 너의 시신이나 수습하라는 것이야?”

“제 아버지의 원수가, 가우리의 역적들이 아닌가요? 계루부에서도 손해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결은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조만간 관노부 족장의 딸들중 하나와 내가 혼례를 치를것이다.”

“......?!”

“부여에 갔던일이 문제가 되고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니 자숙하고 있어라.”

“......”

“혼례를 치르고 이 일이 조용히 마무리 되면 그 때 내보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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