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이란 무엇일까? **
만성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이름이 길지만 하나씩 풀어보면, ‘만성’이란 서서히 진행된다는 뜻이고, ‘특발성’이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혈액검사에서 혈소판이 감소한 것이 나타나므로 ‘혈소판 감소성’이라는 말을 붙였으며, 상지와 하지(팔 다리)에 깨알 같은 점상 출혈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반증’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원인은 잘 모르지만 매우 서서히 혈소판 수치가 감소하면서 팔다리에 점상 출혈이 있는 질병’ 이라고 할 수 있다.
*면역반응과 연관이 깊은 병
만성 ITP의 I는 원래 Idiopathic 즉, 잘 모른다는 뜻이었으나, 최근에는 Immune(면역)의 약자로 더 널리 이해되고 있을 정도로 ITP는 면역반응과 연관이 깊다. 혈액 내에는 백혁구, 적혈구와 더불어 혈소판이라는 작은 세포가 떠다닌다. 엄밀히 말하자면 혈소판은 거대한 세포의 조각이다. 골수에서 생성된 거핵세포가 마치 수제비를 뜨듯이 조각조각 뜯겨져 혈액속에 뿌려지기 때문이다. 혈관이 찢어지면 혈관내피세의 외부에 있던 과립에서 폰 빌리브란트 인다가 혈액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며, 응고시스템이 활성화 하여 궁극적으로 섬유소를 만들게 된다. 한편 폰 빌리브란트 인자가 떠다니던 혈소판을 붙들어서 찢어진 혈관의 주변에 부착시키고, 서로의 결합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변에 완성된 섬유소를 끌어다 붙인다. 결국 폰 빌리브란트 인자와 혈소판, 섬유소가 밀가루 반죽처럼 엉겨 붙으면서 찢어진 혈관주변을 감싸 혈관 밖으로 혈액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지혈시스템인 것이다.
*내 몸의 혈소판을 적으로 오해한다
혈소판과 폰 빌리브란트 인자 사이, 혈소판과 혈소판 사이를 연결하는 팔이 삐죽이 기어 나오는데, 이 팔은 당과 단백질이 결합된 형태, 즉 당단백이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 팔에 대하여 항체가 발생한 경우가 ITP다. 이 당단백 역시 내 몸의 일부이건만, 이에 대하여 공격 항체가 생겼다는 것은 혈액속의 모든 혈소판이 곧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일단 항체가 혈소판에 결합하면 그 혈소판은 비장으로 끌려가서 대식세포에 의해 파괴된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해보면 백혈구와 적혈구 수치는 정상이지만, 혈소판의 숫자는 감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인은 급성 ITP 앓을 확률 적어
혈소판 수치가 많이 낮으면 출혈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65세 이상의 환자에서 혈소판 감소증이 발견되면 골수검사를 시행하여 또 다른 골수 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소판 수치 저하에 이은 출혈로 사망할 확률은 약 1% 정도다. 소아들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 된 후 급성으로 ITP가 오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은 급성으로 ITP를 겪을 일이 없다고 보면 맞다. 성인에게 나타나는 만성 ITP의 가장 흔한 원인은 외국에서는 HIV(에이즈) 감염이지만 아직 동양에서는 그렇지 않고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잘 모르는 생약성분과의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어려서부터 먹어왔던 차나 차뿌리, 나무뿌리, 나무껍질 등은 별 문제가 없겠으나, 성인이 된 후에 건강보조식품의 형태로 복용하는 다양한 생약성분은 만성 ITP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딱히 어떤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교과서 혹은 논문보고는 없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을 강화할 수 있는 물질이라면 어느 것이나 자가항체를 생성하여 자신의 혈소판을 깨뜨릴 수 있는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스테로이드 복용과 비장적출술이 최선의 치료법
말초혈액에서 혈소판 수치가 2만/uL(마이크로리터) 미만으로 떨어지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만성 ITP의 치료는 약 40여 년 전의 치료법이 지금도 표준적으로 쓰인다. 하나는 스테로이드이며 다른 하나는 비장적출술이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함으로써 환자의 면역을 억제하여 항체생성을 억제하고, 비장을 떼어냄으로써 혈소판이 파괴되는 장소를 제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70%의 환자만이 구제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 30%의 환자는 낮은 혈소판 수치로 펼생을 살아야 한다. 이미 혈소판이 파괴되기 시작한 후에는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질을 복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 번 격발된 면역반응이 수그러들지 않아 지속적으로, 대개는 평생 혈소판 수치가 낮은 상태로 살아야 한다. 면역 글로블린이라는 것을 임시방편으로 투여할 수도 있다. 효과는 매우 훌륭하며, 궁극적인 치료법으로 이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교량치료다. 최근에는 ‘엘트롬보팩’이라는 신약이 곧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면역체계를 바꾸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골수에서 보다 많은 혈소판이 생성되게 하는 약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위의 두 가지 고전적인 치료법이 가장 믿을 만하다.
*꼼꼼히 혈액검사로 혈소판 수치 확인
만성 ITP라는 질병은 다른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증명한 후 맨 마지막에 남는진단이다. 따라서 혈액학자들이 참으로 싫어하는 질병이다. 왠지 무언가 중요한 질환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찜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얼굴이 붓고 살이 찌는 등 외관상 변화가 너무 뚜렷하여 환자 스스로 약제를 거부하게 되고, 결국 치료 실패로 이어지기 쉬워 치료효과도 매우 실망스럽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혈액검사에서 혈소판 수치가 낮다고 하면 반드시 재검사를 시행하여 검사상의 오류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10중 8명은 정상 혈소판 수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좋은건강) 블랙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