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서론 읽는걸 안좋아하는지라
짧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께요.
건강상태 때문에 일을 잠깐 쉬고 있는데
한가해지니 자꾸 그 아이 생각이 나네요.
머리에 맴도는걸 글로 쏟아내니
도움이 되는것 같아서 써요.
재미는 없을꺼에요 전 진지충이라 ㅋㅋ
옛날 일이지만 기록해둔게 꽤 있어서 정확하긴 한데
대화를 영어로 한 부분도 있어서 그건 통역해서 쓴거니
좀 부자연스럽게 읽혀도 이해하세요. ㅎㅎ
캐나다로 유학 생활 한지 5년째.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던 해에
처음 그 아이와 알게 되었어요.
편의상 민이라고 칭할께요.
저희 학교에선 한국인 학생들 끼린 대부분 서로 알고 있지만
저랑 민은 다니는 무리도 다르고 여기선 고등학교때도 대학 강의처럼
매 수업마다 이동 하니까 같은 반이여서 친해질 계기도 없었죠.
1학기가 마무리 지어질 무렵
우중충 했던 기분으로부터 좀 홀가분한 마음이 들어서였나,
방과 후 학생들이 무리져 담배 피는 곳이 있지만
전 원래 혼자 피는걸 좋아해서 안가는데
그날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하고 싶고 해서 갔어요.
다 아는 애들이라 5-6명이 같이 대화를 하고 있었죠.
근데 거기 민이 있었어요.
담배도 안피고 친구 옆에 서서 그 친구를 기다리는듯 했어요.
친구랑 조근조근 이야기 하며 웃는데
그때 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어요.
학교에서 지나다닐때 몇번 봤는데
그때마다 굽있는 신발에 긴 앞머리가 한눈을 가리고 화장도 짙게 해서 차갑게 보였는데
그날은 화장을 연하게 해서 그런지 눈도 약간 처지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아이 같더라고요.
무엇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말투가 다정한걸 듣고
착한애 같네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 제가 착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저한텐 사람 볼 때 제일 중요한 기준이에요.
제 자신이 냉철하고 비인간적이라 느껴서 그런지
순수하고 투명한 그런 사람들을 보면
보존 받아야 할 존재? ㅋㅋ
뭐 그런 의무감 비슷한게 들어요.
그게 처음으로 민을 인식 한 날이었어요.
그날 나눈 말은,
“갈께.”
“잘가.” 뿐이였네요.
물론 서로에게만 한게 아니라 무리에게 한 말이었지만요.
그 후로 방학 하기 한 일주일간 매일 그곳에 갔어요.
딱히 민때문에 간거라 할 순 없었는데
민도 매일 오더라고요.
있는걸 보니까 왠지 좋더라고요.
그래서 방학하기 마지막 날 말을 걸었어요.
저를 유라고 칭할께요.
유 안녕 이름이 뭐야? 난 유야.
민 안녕. 민이야.
유 왜 담배 안피는데 맨날 와?
민이는 수줍은듯 웃었어요.
민 그냥. 얘기 하려고.
유 펴볼래?
장난으로 담배를 건냈어요.
그랬더니 담배를 가져가며,
민 어떻게 해?
전 당황해서 담배를 빼앗었죠.
유 왜 그래. 진짜 필려고?
민 아니.
그렇게 말하며 웃었는데 그때 문득 친해지면 좋겠네란 생각이 들었던것 같아요.
근데 전 그런 생각이 들어도 행동으로 옮기는 타입이 아니라 그냥 넘어갔어요.
나중에 알게된건 민이가 거길 간 이유가 저랑 이야기 하려고였대요. ㅎㅎ
친구따라 가끔 가긴 했는데 담배 냄세가 싫어서 안가려고 했다가
그날 갔는데 절 보고 제가 계속 올까싶어 간거래요.
방학이 오고 sns로 민이 말을 걸어서 대화를 몇번 했는데
전 sns하는거 귀찮아서 하다 말았어요.
그랬더니 민이 제가 sns 자주 안들어오는것 같다며 번호를 달란 메세지를 보내놨어요.
번호 교환 하고 2학기 수업에 대해 얘기 하는데 같은 수업이 하나 있는거에요.
그게 과학 수업이라 파너트가 필요했어요.
파트너로 수업 듣다보니 이야기 할 기회도 많았기에 어느정도 친해졌어요.
민은 놀자는 말을 몇번 했는데 전 그럴때마다 “그래 언제 한번 놀자” 라며 그냥 넘겼어요.
저도 친해지고 싶긴 했는데 그때 다시 우울한 시기가 찾아와
전 제 안을 들여다 보느라 주위에 신경을 써줄 여력이 없었어요.
그리고 전 그때 사람 인연을 좀 하찮게 여겼어요.
친구도 애인도 다 왔다 가는거니까 얘가 가면 쟤가 온다 이런 쿨한? 개념을 갖고 있었죠 ㅋㅋ
그렇게 민이와 한번도 놀지 못 하고 그저 수업 하나 같이 듣는 학우 사이로 남아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뒤돌아보면 민이는 저를 알려고 참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전 이기적으로 행동했죠.
이것에 대해 사과 한적이 있었는데 민이는
네가 힘든 시기에 위로가 못 되어줘서 미안하다 했어요.
좀 멋있죠, 그죠? ㅋㅋㅋ
근데 항상 그랬어요.
그 후에도 저에겐 힘든 시기가 자주 찾아왔고
그때마다 민이의 위로를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제가 허락을 못 해줬어요.
타인과 나 사이 경계가 분명하고
인연 같은건 안믿었는데
그런게 존재하나 생각된 계기가
민이랑 대학가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였어요.
원래 저는 1지망 대학에 합격해서 거기로 가려다
막판에 2지망이었던 곳으로 결정했거든요.
3학년 2학기 대학 합격 통보가 나오던 시기에
민이가 저한테 물어봤어요.
자긴 그 대학 갈껀데 넌 어디가냐고
전 그땐 1지망 학교에 갈것 같아서 거기 간다 말했죠.
그리고 나중에 결정이 났을 땐 민이한테 말하는걸 잊어버렸어요.
대학교 들어와서 개강 첫주에 민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폰번도 바뀌고 민이 연락처도 잃어버려서
sns로 연락해볼까란 생각만 갖고 있었어요.
역시 행동엔 안옮겼고요.
재회 한 날은 이랬어요.
밤 1시쯤 기숙사 앞에 화단 구석쪽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데
어떤 여자애가 핸드폰을 보며 걸어오다 길가 턱에 걸려 철푸덕 넘어지는거에요.
저랑 몇발치 떨어진 곳이라 모르는척 해줄까 했는데
그 아이가 웃으며 일어나 무릎을 비비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괜찮냐고 웃으며 물었죠.
괜찮다고 고맙다 말하면서 제쪽을 보는데 민인거에요.
순간 반가움과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인연이란게 있나 싶어서.
근데 인연이 있다면 단 한 사람과의 연을 말하는 걸까요?
좋은 인연은 여러번 찾아 올 수 있다 믿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럼 그 중 가장 특별하게 느껴진 사람을 놓치면
그 후에 만나는 괜찮은 사람들을 인연이라 느낄 수 있을까요?
민이 기숙사도 바로 맞은편이라
자주 연락하고 밥도 같이 먹으며 고등학교때보다 더 친해졌어요.
몇주 후 제 방에서 영화 보면서 있는데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나왔어요.
대화 내용은 대략 이랬어요
민이가, 난 너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넌 친구들도 많고 귀찮아 할까봐 못 그랬다.
저는, 나도 너 착한거 같아서 친해지고 싶단 생각은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다 귀찮았다.
이랬더니,
민 무슨 일이 있었어?
유 무슨 일이 있었기도 했고 아무 일 없어도 답답하고 허무하고 그랬던거 같아.
민 힘들었었나보다.
그 말을 듣는데 뭔가 찡하더라고요.
보통 그런 이야기는 사춘기 시절때 한때 격는 열병 같은거다라 치부하고 말잖아요.
아 이 아이랑은 졸업 하고도 연락 하고 지내고 싶다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3-4일이 지났나?
제 룸메가 주말에 집에 가서 민이가 와서 놀다 자기로 했어요.
전 샤워 하러 들어가면서 룸메 침대에 이불을 놓아줬는데
나와보니까 제 침대에 누워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거기가 좋으면 거기서 자라고 하며 룸메 침대로 가니까
민 여기서 같이 자면 안돼?
유 에이 좁아. 자다 떨어져.
민 내가 밖깥쪽에서 잘께.
솔직히 제 침대 아닌곳에서 자기 싫어서 민 옆에 누웠어요.
옆으로 누워서 서로 바라보며 이야기 했는데
진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가족사, 우울증 등.
거의 제 이야기를 들어줬죠.
그러다 이야기가 멈추고 잠이 왔는데
민이가 손을 제 뺨에 올리더니 가볍게 입을 맞췄어요.
그러더니 웃으면서,
민 힘들면 말해줘.
너무 자연스러웠던 것도 있고
입맞춤보다 마지막으로 한 말이 뇌리에 밖혀서
진짜 착하구나 그리고 애정표현을 잘 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저도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고 잤어요.
전 원래 눈치가 없는 아이가 아닌데...
민이랑 초창기엔 둔탱이였네요 ㅋㅋㅋ
오늘은 여기까지 쓸께요.
읽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