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좀 넘는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벌써 2016년이네요.
징하게 이어지던 약혼 파기(?)가 드디어 끝을 맺을 조짐을 보여서 이전에 남긴 글이 생각나 와봤더니 생각보다 많은 반응에 하나하나 댓글 꼼꼼히 읽었습니다.
욕도 조언도 달갑게 받았어요. 감사드립니다.
글 올리고 나서 본 댓글들 중 옷값 돌려받으라는 말이 참 많았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ㅎㅎ
어떤 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그 집과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 후련하게 털털 털어버리고 싶었어요. 헬게이트?라고 해야 하나요.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댓가 치고는 싸게 먹힌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누(약혼은 파기됐지만 그냥 시누라고 쓸게요)한테 연락도 안했고, 남친과 시댁에서 줄기차게 걸려오는 전화도 다 피하고 있었어요. 폰 번호도 바꿔버렸고요.
근데 정작 남친도 안 찾아오는 제 가게를 시누가 떡하니 찾아왔더라고요.ㅋㅋㅋㅋ 그 때 가게에 있을 때였는데, 시누 얼굴 딱 보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고요. 보통은 아니구나 했어요.
저 보더니 똥 씹은 표정 돼서는 나 좀 봐 올케. 이러더라구요. 아직도 생각남 ㅎㅎ
가게에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확실하게 끝내고 싶어서 근처 카페에서 얘기했는데 참 예상을 뛰어넘는 사고방식??에 다시 한 번 놀랐어요.
시누- 들어오자마자 커피 시키고 한 5분쯤 말 없더니 눈 딱 치켜뜨고 나 노려보면서 말함. 올케, 그 옷 몇 푼 돈이 그렇게 아까워? 시댁에 예단할 거 미리 좀 했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저- 저희 반반 하기로 했었는데요? 그럼 제가 이렇게 미리 예단하면 XX씨(남친)한테도 미리 이정도 예물 받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시누-(벌컥 화냄) 반반 한댔다고 어떻게 딱 반을 가르냐. 한 사람이 손해 볼 수도 있는 거고 이득 볼 수도 있는 거지. 돈 돈 하다가 돈에 뒤통수 맞는다.
저- 그렇게 따지면 반반결혼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럼 XX씨가 제가 원하는 집 해오라고 하세요. 제가 혼수 예단 원하시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시누- 독하다. 우리 집안 들어왔음 큰일날 뻔했다. 나는 내가 처음부터 너무 크게 옷을 가져간 것 같아(??이게 무슨 소린지 아직도 모르겠음. 그럼 처음엔 조금 가져가고 다음엔 왕창 가져간다는 건가;) 조금 미안하기도 해서 만나서 얘기로 풀고 다시 결혼 진행해봐도 좋다고 허락하려고 온거다.
저- (화남) 허락이요? 양가 부모님께서 이미 하신 허락에 왈가왈부하시는 거냐. 그건 상관없는 문제고 저는 엄연한 제 직장에 심지어 아직 가족이 되지도 않은 형님이 오셔서 공짜로 옷을 가져가셨다는 사실이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던 거다. 그리고 그런 사상을 똑같이 가지고 언젠가 저에게도 휘두를 XX씨와 시댁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파혼하게 된 거다. 다시는 안 찾아오셨으면 좋겠다. 여기는 내 직장이다.
시누- (버럭 소리지름) 니가 뭔데 우리 집안 교육을 들먹이냐. 집에 돈 좀 있으면 다 그렇게 자식 키우냐? 이제 더러워서 니네 집 쪽으로는 숟가락도 안 놓겠다.
저- 다시 가게 오시면 영업방해로 신고할 거다.
하고 대화 끝내고 일어났습니다. 이후로 저희 집 근처에서 남자친구가 있다가 저를 붙잡고 니가 원한다면 너를 시댁에 발걸음하지 않게 하겠다. 행사 참여하지 마라. 이렇게 말했지만 아무래도 누나 말이면 저한테 이렇게 말하다가도 누나 앞에서는 꿈쩍 못하는 걸 알기에..ㅋㅋ 널 사랑하지만 너의 가족까지 품을 수 있는 그릇은 아니었나보다. 가족을 감당할 수 있는 여자를 찾길 바란다. 하고 말했습니다.
며칠간 계속 잘하겠다, 결혼은 우리 둘이 하는 것 아니냐 하고 남친이 설득했지만 그때마다 거절했고, 결국은 수긍하고 관계 정리했습니다.
시댁에서 전화하신 건 일체 안 받았고요. 집까지 전화오셨었는데 부모님이 좋게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후기가 많이 심심하죠..ㅎㅎ 판 보면서 당당히 약혼 파기하고 오시는 분들 보면 어떻게 저렇게 강단있게 끊지 하고 신기해했었는데 저도 결혼 파기하고 30살을 맞게 됐네요.ㅎㅎ
1월 1일 되자마자 친구들한테 노처녀 된 거 축하한다고 문자가 잔뜩 오긴 했지만ㅋㅋㅋ
얼굴도 못 본 저를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2년 사귄 세월이 아깝지 않은 건 아니지만 2년 아깝다고 남은 50년을 불구덩이에서 보낼 순 없잖아요.
당분간 연애 말고 가게에 집중하면서 일 하고 살려고 합니다!!ㅎㅎ
톡커님들 이번 년도에 모두 원하시는 거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