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친구들과 치킨집에 갔다가 정말 어이없는 일을 목격해서 집에 오자마자 부랴부랴 글 남김.
나원, 진상도 그런 진상이 있을까 싶음.
북가좌삼거리에 위치한 나름 괜찮은 치킨 체인점이 있음.
다른 체인에 비해 바삭바삭 맛있게 구워주셔서 일부러 친구들과 그곳을 가곤 함.
무튼간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 주말저녁인데도 손님이라곤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던 초등학생 남자애
한 명이 전부였음. 덩치가 컸는데 대충 4~6학년 정도?
치킨을 시켜서 맛있게 먹고 있는데 뚱뚱한 아줌마가 씩씩거리며 가게로 들어옴.
카운터에 있는 여자 알바생을 붙잡고 얘기하다가 대화가 안된다며 주방의 사장님을 불러냄.
아줌마가 화가 나며 다다다 쏘아붙이는 얘기를 듣자하니,
아마 전화로 미리 주문해놓고, 초등학생 남자애에게 직접 가게에 들러서 치킨을 받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킨 듯함.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오질 않아서 무슨 일인가 싶어 매장에 찾아왔던 것임.
사장님 말하길, 실수로 주문이 잘못 들어가서 초등학생 아이에게 주문하신 올바른 메뉴로 치킨을 다시 구워야하는데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아이에게 양해를 구했고, 으레 남자애들이 그렇듯, 그 무심한 초등학생도 네 대답하고 계속 기다렸다고 함.
자초지종을 들은 아줌마가 화가 나서 그러면 자기한테 얘기를 했어야지 왜 아무것도 모르는 애기(??)
한테 그런 얘기를 하냐고 함. 이 어린애(?)가 뭘 아느냐고. 추운데 우리 아이 계속 기다리며 떨게
했다고. (매장 내 온풍기 빵빵해서 더웠는데... -_-;)
전화기에 발신번호 있을텐데 부모한테 물어봤어야 하지 않느냐고 큰 소리를 내다가 정 그러면 콜라라도 서비스로 달라고 요구함.
그런데 사장님이 요구를 거부하셨음.
그냥 캔 콜라가 아니고 뚜껑을 따는 1.5리터 콜라였는데, 사실 요구대로 그냥 줄 수도 있었겠지만
따지고 드는 아줌마 말투가 너무 얄미워서 거부하신 듯함.
내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일일이 대화를 글로 쓰기 애매한데, 아줌마 말이 도가 지나쳤음.
나같아도 주기 싫었을 듯. 사장님은 침착한 목소리로 끝까지 차분히 응대하심.
화가 난 아줌마는 주문을 취소하겠다 말하고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매장을 나가버림.
친구들과 나는 별 사람이 다 있다며 그 아줌마를 욕하며 계속 치킨을 먹음.
그런데 사장님이 오시더니 조금 전 손님이 취소하신 메뉴인데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비싼 메뉴를
그냥 주셨음.
우리는 별 진상이 다 있다고 힘내시라고 웃으며 말씀드리고 감사히 잘 먹겠다고 인사를 드렸음.
이게 끝이 아님 -_-;; 한 10분쯤 지났나? 아까 그 뚱뚱한 아줌마와 남편이 함께 찾아옴.
하... 남편을 끼고 기세 등등한 아줌마가 다시 주방의 사장님을 불러내더니, 주문을 실수로 받아놓고
사과 한 마디 없고 눈을 부라리고 노려보면서 주먹을 들고 자기를 때리려고 했다고 남편에게
고자질을 함.
듣던 우리는 진짜 어이가 없었음. 아까 사장님은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으셨고 카운터에 서서 조용히
응대하셨음. 심지어 두 손을 얌전히 포갠 채로.
한참 큰 소리를 내다 부인은 먼저 가버리고, 남편은 부인의 거짓말만 믿고는 똑같이 당해봐야 안다며
사장님을 카운터에 세워놓고는 죽일듯이 한참을 노려보다 감.
우리까지 끼어들면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어쩌나 어쩌나 하고 카운터의 사장님을 보는데 왠 걸.
가만히 계시던 사장님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냅킨같은 걸로 눈물을 쓱 닦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심.
그리고 다시 뵙지 못함. 하아...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워서 내가 다 눈물이 날 뻔.
그 주변이 죄다 아파트단지인데 동네장사라 아줌마들 입김이 세서 영업방해로 신고를 할 수도 없다고
함.
아무튼 식사를 다 마치고 계산하는 알바생에게 맛있게 잘 먹었다고, 힘내시라고 사장님께 전해달라
하고 가게를 나섰음.
슬쩍 눈물을 닦던 사장님의 씁쓸한 모습이 잊혀지지 않음..
요즘 참 세상 먹고 살기가 힘드네요.
직장인인 나도 한 달 벌어 보름 살고 남은 보름은 빚으로 사는데, 자영업자들은 오죽할까 싶어요.
마음을 조금만 넓게 가지면 서로 웃고 보듬으며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이리 세상이 팍팍해졌는지.
자영업자 사장님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