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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자 맞는데... 남자 아닌데....

나두여자다. |2004.01.13 14:58
조회 508 |추천 0

제가 22살을 마무리 하던 그 해.

한참 유행했던 인터넷상의 동창찾기 사이트 아이러브 **을 통해 저역시 어릴 적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수했을 때 만났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10년만에 보아도 어릴 때처럼 금방 어색함을 잊을 수 있었지요. 

서로가 남녀라는 이성의 감정이 없었기에.....

술이라는 동지가 있었기에.....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서 술마시고 마신 뒤 또 마시고 그러다 쓰러질 때까지 마시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제2의 우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의 만남도 시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의 결혼.  이성의 감정.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항상 만남을 주도하던 친구가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었죠.   녀석은 사라지기 얼마 전부터 뭔가 고민이 있는 사람처럼 항상 술에 취해 있었고.  저도 그런 녀석이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술을 사주며 이유를 듣고 싶었지만 저에게 술만 몇번 얻어 먹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는 얼마 후 사라져버렸습니다.  정말 잠수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거 같았습니다.

   그렇게 현실에 적응하며 1년이란 시간이 지나 우리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생각하며 각자의 삶에 충실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달콤한 잠에 취해 파라다이스가 여기려니 생각하며 깊은 잠에 들어있는데..."띵띵띵띵 띵띵딩띠띵딩......." 어디서 요란한 휴대폰이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제거 였습니다.  흘린 침을 스윽 닦으며 "여보세요"  상대방 짧게 "내다".  "니가 누군데" "내라니까" "그래 니가 누군데" "내 OO이다." 그렇습니다.  일년 전 증발해버린 그 녀석이었습니다. 그 녀석 일년동안 아무 소식 없더니 갑자기 전화와서 우리집  앞이라며 나오랍니다. 것두 새벽2시 반에.... 저야 뭐 반가운 마음에 복장 신경 안쓰고 나갔죠.  녀석 정말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으로 우리는 몇마디로 일년동안의 일을 묻고 답했죠.  "뭐했노?"   "그냥"   "살아 있었네?"   "어"....그렇게 우리는 아주 함축적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주무시던 우리 할매 새벽에 남자가 여자 불러낸다며 잠옷차림으로 나오셔 그 녀석에게 호통 치십니다.   그리고는 우리는 아주 짧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지요.

  그 뒤 녀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만나고 예전처럼 지냈죠.

  특히 저는 집이 같은 동네라는 이유로 녀석을 더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의 단짝인 또 다른 녀석과 함께 우리는 술이 한잔 고프다 싶으면 셋이서 또는 친구에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 단골 술집에서 술을 한잔씩했죠.  그럼 기분이 좋아 녀석이 한마디하죠  "OO야 니는 내가 딱 니 이상형이제?"  저는 정말 별 생각 없이 "어"  녀석 " 그럼 우리 30살이 되서도 둘다 결혼 못하면 우리 둘이 결혼하자."  그렇게 우리는 결혼까지 하자 말자 할 정도로 허물없는 이성친구가 되었지요.  또 녀석은 남자들 앞에서도 섹스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여자는 저밖에 없다며 저보고 여자가 맞냐는 핀잔도 주기도 했죠.  우리는 정말 사이 좋은 이성 친구 였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성의 감정으로 대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진짜 몰랐습니다.   제가 그 녀석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지를요.

  작년 제 생일 그 사건을 계기로 저는 그 녀석도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작년 제 생일 저는 이른 아침부터 자격증시험을 치고 (참고로 60문제 중에 3문제 아는 문제고 57문제 처음 보는 문제였습니다. 결과는 뻔하지요) 생일이라는 들뜬 마음에 친구들에게 하나 둘 연락을 했죠.    "이씨 뭐해? 놀자?" 이씨 "나 시험공부해 다음에 보자"  "최씨 뭐해? 놀자?"  최씨 " 나 오빠랑 등산하는데(물론 친오빠 아닙니다. 애인입니다.)"  "김씨 뭐해? 놀자"  김씨 " 뭐할건데?"  김씨는 나올 의사가 있는거 같아 신나는 마음에  "그건 잘 모르겠는데. 등산이라도 할까?" 김씨 "아 나 OO이랑 영화 보기로 했는데."

그럴거면 왜 뭐할거냐고 물어봅니까. 이래 저래 바람 맞고 인생은 어차피 혼자 와서 혼자 간다는 것을 깨달으며 맥주 3병과 아이스크림 한통 사서 그냥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냥 술마시고 술기운에 자버리려고  단숨에 맥주 3병을 다 마셨습니다.  그리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어찌나 서글픈지  마지막으로 그 녀석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뭐하노?"  녀석 "집이다 놀자."  그 녀석이 저보고 먼저 놀자고 합니다.  저는 어찌나 기쁜지 내가 점심까지 사준다며 만났습니다.  녀석 차를 가지고 왔더군요.  기름 없다며 기름 넣어다랍니다.  기쁜 마음에 넣어줬습니다.  시외로 나가 아는 동생이 하는 고기집으로 갔습니다.  녀석에게 고기 먹였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녀석과 단둘이 보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녀석이랑 그렇게 자주 만나면서도 단둘이 시간을 보내본게 처음이라는 것을요....

  그날 자연스러운 스킨쉽도 싫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생각했지요.   술기운이다.  낮에 먹은 술이 덜 깨서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음날이 되었는데. 저도 모르게 그 녀석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뒤에 우리는 예전처럼 만났지만 저는 그 녀석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내색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친구였거든요.  그 녀석에게 저는 친구고 저에게도 그 녀석은 친구니까.  하지만 아니다 아니다 부정 할 수록 사람 마음이 더 그 쪽으로 가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얼마전 그 녀석을 만났습니다.  자주 가는 포장마차.  녀석 혼자 먼저 와서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어디서 벌써 술을 한잔하고 왔나봅니다.  제가 가기 전 무슨 얘기를 했는지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가 저에게 대뜸 "동창은 여자가 아니란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녀석 " 야(저)는 진짜 여자도 아니라니까 완전히 남자라니까." 그럽니다.  저야 뭐 평소에 늘 듣던 말이라 그냥 미소로 답합니다. 

  그날 녀석 무슨 일이 있었는지 꽤 진지하게 자신의 인생관을 막 연설합니다.  자기는 결혼을 일찍 하고 싶었다는 둥. 어떤 여자가 자기를 좋아하겠냐는 둥. 자기는 자기 좋다는 여자는 무조건 좋다는 둥.  평소 녀석답지 않게 꽤나 진지하게 포장마차 아주머니와 얘기를 하더군요.  그러자 포장마차 아주머니 저를 가르키며 "저기 있네" 그럽니다.  그러자 녀석 "야도 저 안좋아합니다.." 그러네요.  저는 농담처럼 "아니다 내 니 좋아한다." 그렇게 한마디 했죠.  그러자 녀석 저보고 손한번 잡아 보잡니다.  그리고는 제 손을 꼭 잡아쥡니다.  그리고 난 후 녀석 "여자 손을 잡았는데도 와이리 아무 느낌이 없노."

   머리 속에 스팀이 펄펄 끓고 있었지만 저야 뭐 평소처럼 미소로 짧게 대답하고 말았지요.

   녀석에게는 저는 그저 여자가 아닌 동창.  이성이 아닌 동성 같은 친구.  가능성 있는 여자친구가 아닌

그저 편안한 친구 였다는 것을 그 날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평소 녀석이 저를 항상 남자같이 대하는 것을 저도 알았습니다.  그때는 저도 남자친구들이 저를 그냥 동성처럼 대해주는게 더 편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 녀석에게 저두 여자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는 우리는 그냥 친구로 지내야 할 사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비록 제가 평소 화장기 없는 얼굴에 트레이닝복 복장으로 다니기는 하지만 사실 저두 여자가 맞습니다.   저의 그런 겉모습때문에 녀석이 저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1%의 가능성도 생각해보겠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그런거때문은 아닌거 같습니다.  우리는 너무 자연스러운 친구였기때문에....

    전 지금도 생각은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녀석 생각은 많이 납니다.  하지만 요즘은 잘 만나지 않습니다.  연락도 자주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러워질 감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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