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둘인 휴학생입니다.이제 스무 살인 남동생을 가지고 있구요.
평소 남동생과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어요. 평소 하는 말이라고는 저한테 지방대 간 게 얼마나 쪽팔리느냐, 나는 인서울할테고 영어성적도 좋은데 너는 뭐 내세울게 있느냐, 부모님께 미안하지 않느냐, 토익 점수 칠 팔백은 나와야 학원 다니는 보람이라도 있을텐데 그냥 환불해라, 그 몸매로 남자친구는 사귀어 봤냐 등 사람 속 긁어 놓는 소리만 합니다. 화가 나서 받아쳐도 오히려 의기양양해서는 더 심한 말을 퍼붓습니다.부모님도 아십니다. 그런데 터치를 더 이상 안 하세요.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아시니까요.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발단은 제가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부터였습니다. 늦게 일어난 동생이 자기 약속있다고 나가야 한다며 먼저 씻겠다 그러더군요. 흔쾌히 양보해줬습니다. 얼마 안 되어서 나오길래 들어가 씻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머리 말린다고 화장실 안에 연결된 드라이기를 사용하면서 자꾸 문을 열더라구요. 안 그래도 추운데 저도 열 받아서 코드를 뺐어요. 그렇게 문을 열고 코드를 뽑고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아예 문을 열어 놓고 나가려 하더라고요. 저도 화가나서 거품이 묻은 타월을 던졌어요. 동생 허리 부근에 묻었는데 그 때 화장실로 들어오더니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머리를 잡아채더라구요. 저도 똑같이 잡아챘는데 동생이 아팠는지 놓으라고 소리를 질렀고 저도 똑같이 소리를 질렀죠. 동생이 먼저 놓길래 저도 금방 놓았습니다. 그런데 놓았더니 자기가 머리를 다시 잡아채더니 벽에다 박더라구요. 저는 물을 틀어서 다 젖게 만들었고 동생은 더 빡친 듯한 제스처를 취하더니 윗옷을 벗고 아예 욕조 안으로 들어와서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집에는 물을 아끼려고 샤워했던 물을 받아놓는 커다란 통이 두 개 있습니다. 거기에 받아놓은 물을 퍼붓더니 그대로 머리에 씌워 또 때렸습니다. 저도 똑같이 물 퍼붓고 빈 통 던졌습니다. 그러다가 목을 잡더니 아예 숨을 못 쉬게 조르더라구요. 드라마에서 목 졸릴 때 왜 끅끅대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숨이 안 쉬어지면 소리조차 못 냅니다. 그렇게 수 십 초간 제가 저항을 못 하니까 이번엔 좀 풀어주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내리꽂더라구요. 욕조가 좁아서 그 사이에 끼어 저는 아예 버둥대지도 못했습니다. 힘은 다 빠지고 실오라기 하나 걸친 것도 없는데 진짜 죽겠구나 싶었어요. 동생이 나가니까 저도 정신차리고 화장실 정리하고 제 방으로 와서 문을 잠갔습니다.
동생은 먼저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가 저 년을 또 때렸다, 저 년이 나중에 또 피해자 코스프레할테니까 편들던지 마음대로 하라고, 나는 떳떳하다고 그러곤 이번엔친구와 전화를 하면서 다 들리게 신발년 썅년 제 욕하면서 나갔습니다. 저는 수치심과 아픔에 방안에서 계속 울었구요.
사실 동생이 절 때린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예전에도 사소한 일이 발단이 되어서 동생이 절 일방적으로 폭행한 적이 있어요. 그땐 지금처럼 맞서서 저항하지도 못했고 그냥 맞고만 있다가 제 방으로 가서 울기만 했어요. 근데 이번에 발가벗은 채 맞으니 저도 가만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려고 갔습니다.
처음에 형사과 들어가려고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화장실에서 좀 울었습니다. 우는 것 때문에 말이 잘 안 나올까봐서요. 형사과 갔다가 가정폭력관련 부서로 옮겨갔는데 여경분이 안 계셔서 남자경찰분과 얘기를 했는데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이니까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다만, 친가족이니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오라고 하셔서 그냥 집에 왔습니다.
저는 한 번도 동생에게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160대 초반이고 동생은 180에 가깝고 덩치고 큽니다. 늘 거친 말이나 폭력으로 절 눌러왔어요. 밖에선 이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인들 평판은 좋은 편이죠. 아는 형들한테 존댓말 잘 쓰고 잘 따르고 여자애들이랑도 잘 놀고 예의도 바르고 겉모습도 좋습니다. 그러나 집 안에만 오면 다른 사람으로 변해요엄마는 늘 동생은 보통사람과 달리 욱하는데에 있어 특별한 애니까 제가 참아야 한다고 동생을 감싸고 돕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아직까지 저러한데 저는 언제까지 참아야하는 걸까요.
동생은 모레에 대학때문에 충남지역 대학 기숙사로 내려갑니다. 한 동안 얼굴은 안 보고 살겠지만 정말 평생 모르는 사람으로 연 끊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제 인생에 도움이 된 적이 없는데 왜 친동생이니까를 이유로 참아야하는지 모르겠네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는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