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애화(哀話) 제 3 화-

연화 |2004.01.13 21:34
조회 625 |추천 0

 

 

 

이른새벽, 청운은 아침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세안부터 하고는 가볍게 몸을 풀기

위해 뒷산으로 올라갔다. 동트기 전이라 주위는 아직 어둑했기 때문에 누구에게

들키지 않고 자신만의 훈련을 할 수가 있었다. 그는 일년전부터 자신의 일을 하

면서 현영이 수련하던 모습들을 몰래 지켜보고는 저녁이 되면 머릿속에 주입한

것을 되뇌어 스스로를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한번씩 승하인 대감이 오는날이면

그날은 현영만을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청운 또한 특별한 가르침을 받을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런 일이 잘 흔치 않아 청운은 그런날은 모든일을 만사제쳐

놓고 훈련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어제 그만 한낱 노비가 대장부의 검술훈련

을 흉내 내었고 몰래 훔쳐 본걸 들켰기 때문에  그 댓가로 자신의 목숨을 내주

어야 할 터였다.

아직 청운은 자신의 어머니 상주댁에게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릴때부터 지금

까지 자신 때문에 숱한 곤욕을 많이 겪은터라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같이 혀를

깨물고 죽자고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였다.

이미 모든 것은 엎질어진 물이였다. 다시 주워 담을수도 없는 일이기에 청운은 한숨을 쉬

고 체념을 한 듯 다시 일어나서 검술훈련을 하였다.

 

 

“상대의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어찌 적진의 정통을 꿰뚫수 있겠느냐. 내가 아

 

비로 지금 보이느냐. 나는 지금 너의 목을 베로 온 적군의 장수이니라”

 

우레같은 목소리로 현영을 다그친 승하인이 그의 아들을 향해 사정없이 검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현영이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된다면 정말로 그는 자신의 아버지

에게 화를 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챙.-

 

 

-챙...챙- 


 

잠시뒤 현영은 자신의 아버지 승하인의 검을 힘겹게 막아내느라 잠시 주춤거렸고 그때를

틈타 대하인은 다시한번 강하게 내리쳤고 그러자 현영의 검이 날아가 그의 뒤쪽에 박혀

버렸다.

곧 주위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사병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고 승하인이 손을 들어 모두에게

조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 보아라. 상대는 허점이 여러군데 있었다. 빈틈이란 치명적인 약점에 해당한다는걸 알

 

아야 할 것이다. 모두들 일제히 스스로의 약점을 메우도록..”

 

오늘 승하인의 훈련은 여기에서 끝이났다.

곧 사병들은 일제히 흩어져  검술을 연마하기 시작했고 잠시뒤 어느 사병하나가 기다렸다

는 듯이 재빨리 현영에게 다가갔다. 현영의 졸개 방앗간아들 한석 이였다. 지난 봄 억지로

그의 아버지에게 끌려와 몸에 맞지 않는 검술훈련을 배우고 있었는데 무엇을 가르쳐주어

도 목불식정(目不識丁낫놓고 기역자도 모를만큼 무식함)할 따름이였다.

 

 

 


“와~도련님도 잘 하시는데요. 대감님의 검을 막아내.....”

 

“비켜라”

 

현영은 한석의  말을 무시하고 스스로에게 화가 난 듯 뒤뜰로 홱 나가버렸고 머쓱해진 한

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괜히 이쪽저쪽 어슬렁 걸었다.

 

 


청운은 반나절가량 자신의 어미 상주댁에게 모진 잔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청운은 묵묵히

자신의 앞에 있는 짚으로 새끼줄을 꼬고만 있었다.

 

“이녀석아, 허구헌날 칼질이여. 이 에미가 어릴쩍부터 말하지 않았냐. 종놈은 종놈답게

 

남보다 마당이나 더 쓸던지 아니믄 풀이라도 더 베던지.. 칼 잡아서 ...”

 

“칼 잡아서 망나니라도 되고 싶어서 그런거여?   그러믄 이 에미 볼생각 하지 말아라.....

 

흐훗.”

 

“에이 이 섞을놈..”

 

청운이 뒷말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상주댁의 뒷말을 이어 말을 했다. 그가 처음

나무검을 잡을때부터 듣던 말이였던 것이였다.

 

“운아.. ”

 

한숨을 푹 쉰 상주댁이 거의 포기하다 싶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 에미는 말이여. 너 하나만 믿는당께.”

 

상주댁은 말을 잊자마자 바로 뒤돌아 앉아 옷고름은로 자신의 눈가를 찍어냈다. 몇일전

방앗간 안동댁 여편네랑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면서 서러웠던 생각이 나서였다. 그날따

라 왜 그렇게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그리웠는지...

 

“어머니.. 걱정시키는 행동은 안하겠습니다. 이 소자 믿으십시오.”

 

“그려 내가 내 아들을 안 믿으면 누굴 믿겄냐”.

 

그날따라 자신의 어머니 상주댁이 더욱 작고 초라해 보이는 청운은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걸 느꼈다. 청운이 갓 태어나자마자 선천적으로 체질이 약했던 자신의 아버지는 천연두로

세상을 떠나버렸고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억척스럽게 자신을 키워온 어머니였던 것이였

다.

어머니가 말은 비록 그렇게 하여도 항상 자신의 아들이 하는 일을 믿는다는걸 청운은 알

고 있었다.


“청운 여기 있어?”

 

잠시 문밖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들려오자 상주댁의 말소리도 중단되었고 바로 문을 열고

내밖을 내다보았다.

 

“아이고, 우리 연화애기씨.. 왠일이디요?”

 

상주댁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누구인지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솔직히 상주

댁에게는 연화가 그리 고이 보일 리가 없었다. 항상 청운에게 일이 터지면 연화와 관계된

일이였기 때문에 모습자체가 편할 리가 없었다.

 

“청운 있나요.”

 

“아 그게말이여...”

 

“저 여기 있습니다.”

 

상동댁이 미처 다 말을 하기전에 청운이 밖으로 걸을을 내딛었다.

 

‘이 섞을놈.. 귀만 쳐 밝아가지고’ 상동댁은 괜한 헛기침을 하고는 아들 청운을 바라보며

 

한마디 하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얼른 들어오랑께. 오늘 새끼줄 마저 꼬아야 한단 말이여”

 

“네 어머니”

 

연화는 일단 앞장서서 걸음을 내딛었고 뒤따라 청운이 곧바로 뒤를 따랐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쪽으로 일부러 걸어간 연화는 곧 두리번 두리번 사방을 살펴보았다.

 

“청운..그 말이 사실인거야?”

 

“무슨 말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청운은 고개를 갸르뚱 거렸다.

 

“너 한달뒤 아버님의 사병과 대결한다는게 진짜야?”

 

“...”

 

“아버님이 오라버니에게 하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단 말야.”

 

연화의 눈은 금새 뿌연 눈물로 뒤덮히고 있었다.

 

“음..그게...”

 

마음이 약한 연화에게 어찌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이 사항을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대

략 난감할 따름이였다.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여린 연화의 마음이 상할까 심히 걱정이 되

어서였다.

 

“애기씨.  나으리가 어린 저에게 한수 가르쳐 주기 위해 그런것입니다. 애기씨가 걱정안

 

하셔도 됩니다.”

 

눈물이 글썽글썽 하던 연화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청운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뿐이였다.

 

“그것 뿐인거야. 청운은 정말 다치기 않는거야.?”

 

“네. 약조하지요. 하루 온 나절동안 애기씨 찾아다 업어와야하고 애기씨 좋아하는 유밀과

 

와 엿가락도 사다주어야하는데 청운이 다치면 누가 하겠습니까?”

 

“칫.. 다큰 처녀에게 못하는 소리도 없어”

 

“크큭”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청운을 보자 연화는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일부러 그늘진

곳을 찾아가 붉어진 자신의 뺨을 감추었다.

 

“하여튼 단순한 놀음 이라해도 난 위험한건 싫어.”

 

“절대 연화애기씨 슬프게 하는거 하지 않을겁니다.”

 

순간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자뭇 진지하게 연화를 보며 청운이 말을 하였다.

 

“애기씨 그만 들어가보시지요. 여기 있다 누군가에게 보이면...애기씨에게 누가 될겁니

 

다.”

 

“알았어. 청운”.

 

그의 말에 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돌아 가더니 잠시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다시 되돌

아와 청운을 바라보았다.

 

“아 참, 좀있다가 김서방아저씨가 널 찾아갈 거야. 얼핏 얘기를 들었는데.. 뭐라더라.

 

음...아버님이 앞으로 너 사병들 훈련할 때 다른 일 하지말고 사병장좀 지켜보다가 소일꺼

리 시키면 바로 할수있게 대기하라고 하는 것 같던데..“

 

순간 청운은 그녀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인가 하고 약간 어리둥절하게 있었는데 곧 바로 그

말의 뜻을 이해하게 할수 있었다. 승하인은 그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배울수 있는 기회를

준것이였다. . 사병장에 소일꺼리란 하찮은 잡일이나 심부름 따위를 하는것밖에 없었는데

사실상 청운이 할만한 일은 없던 것이였다.  청운은 이제 숨어서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생각에  한달후의 대결에 대한 한시름을 조금이나마 놓게 되었다.


 

(^^장금이 보러 갈시간이네염~~즐건 밤되세염)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