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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 같아?

ㅇㅇ |2016.05.29 00:52
조회 829 |추천 0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사이가 좋지 않았어 5살 즈음 어떤 날은 아빠가 동생과 내 놀이방에 있던 가구들을 전부 때려 부수고 던졌었어 나는 그걸 보고 엄마 품에 안겨서 계속 울기만 했고 아직도 그게 생생해 엄마는 나에게 항상 아빠의 욕을 하셨고 나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 철 없었던 7살 쯤에는 아빠한테 웬수라며 욕을 한 적도 있었어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에는 엄마가 체벌을 시작하셨어 처음에는 효자손이나 먼지털이로 엉덩이를 때리셨어 덕분에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니까 효자손과 먼지털이를 보면 몸을 움츠리며 방어하는 습관이 생겨버렸어.

7살 때 나는 손톱을 깨물어 찢고 손을 빠는 습관이 있었어 그거 때문인지 어느 날에 갑자기 거실에 누워있는데 배가 엄청나게 아프더라 그래서 병원에 갔는데 맹장염이라면서 맹장수술을 했어 그 후로 엄마는 내가 손을 입에다 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어 여기부터는 조금 수치스러워서 쓰기 싫은데 그래도 써야할 것 같아서 쓸게 나는 초등학교에 올라와서 손톱을 깨물어 찢는 습관이 다시 생겼어.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그 습관을 다시 고치려고 노력하셨어. 하지만 나는 절제가 되지를 않았고 엄마는 참다못해 집에 있는 천의 길이를 재는 쇠 자로 나를 때리셨어 그래도 고쳐지지 않자 앞으로 한 번만 더 깨물면 옷을 다 벗겨서 밖으로 쫓아내버린다고 그러는거야 그런 말을 들어도 어린 나는 고치지를 못했어 결국 또 손톱을 깨물었고 엄마는 진짜로 내 바지와 속옷을 억지로 벗기고 아파트 복도를 걷게 시켰어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면 프라이팬으로 때리려고 위협했고 나는 복도를 걸었어. 그게 엄청 트라우마가 돼서 엄마가 없을 때만 철저히 손톱을 깨물었어.

그러다가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자연스럽게 없어졌어. 하지만 중학교 1학년인가 어느 날 집에 가니 엄마가 동생과 나에게 아빠랑 이혼해도 괜찮겠냐는 이야기를 꺼내셨어. 나는 그게 너무 싫어서 동생과 함께 훌쩍거리면서 울었어 그 날 밤은 울다가 잠이 들었고.

그 후로 다시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생겼어. 손톱을 찢지는 않고 엄마가 보지 못하게 티가 안 나도록 그냥 손톱을 잘근잘근 씹기만 했어. 엄마는 내가 손톱을 물고 있는 걸 수 차례 봤고 내가 몸이 좀 컸으니까 이제 머리를 잡고 때리고 발로 차고 손으로 때리고 소리 지르면서 때렸어. 이건 체벌도 아니고 그냥 폭행이라는 느낌이었어. 너무 힘들어서 손목도 그어봤는데 너무 아프고 피가 나면 상처가 남아 친구들이 어떻게 볼지 몰라서 그만 뒀어.

엄마는 동생을 더 좋아했어. 공부든 몸을 쓰는 일이든 뭐든지 내가 더 나았는데 엄마는 동생을 더 좋아했어. 동생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던 아빠는 일 하시느라 잘 오지 않으셔. 지금의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와 많이 달라. 친절하시고 다정하셔. 완전히 달라지신 건 아니지만 많이 달라지셨어. 아 어쨌든 엄마는 내가 동생이 싸우면 항상 나더러 네가 언니니까 참아라, 언니가 돼서 동생한테 이거 하나도 양보 못 하냐 이렇게 양보라는 역할을 언니라는 이유로 나한테 떠맡겼어. 내가 엄마한테 혼나서 울고 있으면 동생은 항상 엄마가 지나가는 등 뒤에서 나를 보면서 웃고 있었어. 엄마는 동생과 내가 무슨 일이 있으면 동생이 우선이고 동생 말을 믿어줘. 동생은 내가 무슨 잘못을 하거나 학교나 학원 같은 사회적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무조건 엄마한테 일러바쳤어. 내가 혼나고 있어서 동생에게 도와달라고 울면서 얘기하면 동생은 내가 없는 사람인 척 하던 휴대폰을 계속 무심하게 했어. 그래서 나는 엄마와 동생한테는 어느 말도 하지 않았어. 가족이라고 말 하기도 싫었어. 왜 나만 이런 가족이랑 살아야 하는건지 생각하기도 싫었어.

나는 이런 일들을 주변 어떤 사람에게도 얘기하지 않았어. 그래서 내 친구들이든 누구든 이 일을 아무도 모르고 그냥 우리 가족이 행복한 줄로만 알아. 그래서 하소연 할 사람도 없었어. 나는 지금 중학교 3학년이야. 엄마와 아빠는 이제 아예 둘이 일절 말을 하지 않으셔. 지금은 살만 해. 비록 가정 형편이 좋지 않긴 하지만.

가정 형편은 어려워. 어느 주말 낮까지 늦잠 자는데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어. 방에서 몰래 자는 척 그 소리를 들어보는데 어떤 남자분이 우리 집에 와서 엄마와 어떤 얘기를 하고 있었어. 다 들어보니 우리 집 빚이 8백인가 그렇다는 거야. 아니 8천인가. 엄마는 그 아저씨가 가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고 나는 자는 척 하다가 늦게 일어나서 냉장고를 무심결에 봤는데 흰 배경에 빨간 색 글씨로 뭔가가 적혀있는 스티커가 붙어있더라. 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 까지는 형편이 어렵지 않았는데 아빠가 고모한테서 빚을 내고 그걸 갚기 위해서 집을 팔고 작은 월세 아파트로 이사한 이후로부터 형편이 어려워졌어. 아빠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게 점점 더 악화되어갔고.

내 친구 중에 의학 정신학에 관심이 엄청 많고 그 쪽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있어. 아마 그냥 성인 일반인보다 잘 알거야. 그 친구가 나를 유심히 관찰하더니 하는 소리가 뭔지 알아? 너 애정결핍이냐고 물어보는거야. 그래서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 했는데 그 친구가 '쓰니 애정결핍이니까 잘해줘~' 라며 같이 다니는 친구들에게 말하는 걸 듣고 상처를 받았어. 그게 자꾸 기억에 남았어. 점점 내가 애정결핍 이라는 생각이 상기됐어.

올해에 남자친구가 생겼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 처음으로 사귀어본 남자친구라 더 좋아했어. 오늘 남자친구랑 만나서 스킨십을 엄청 많이 했어. 그렇다고 진도를 많이 뺀 건 아니야. 그럴 생각도 없어. 남자친구보다 내가 더 스킨십 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다 참고 있어. 오늘 그렇게 사이 좋게 헤어지고 집 와서 남자친구랑 톡을 하는데 괜히 짜증이 갑자기 나고 남자친구가 장난으로 삐지면 울음이 나오려고 하는거야.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했는데도 그게 안 되고 나는 톡을 몇 십 분 동안이나 씹었어. 남자친구는 나한테 너 오늘 이상하다고 그랬어. 미안하다고 내가 지금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 인터넷에 애정결핍 자가진단을 쳐봤더니 10개의 항목이 나오더라. 거기중에서 9개가 해당 돼. 나 애정결핍이면 어떡하지? 애정결핍이 사회생활에 크게 문제가 될까? 사실 방금 울었어. 왠지는 모르겠지만 울 것 같아서 울었어. 중2병이 늦게 찾아온거라고 생각하고 싶어.


진짜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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