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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이혼하자고 했다고 한 글 후기입니다.

ㅇㅇ |2016.06.01 22:54
조회 586,075 |추천 1,056

 

후기... 글 올리고 난 뒤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 아예 정리 자체가 안 되서

올릴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오늘 휴가를 내서 혼자 방 안에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니 대충 정리가 되어, 제마음도 정리할 겸

이렇게 글을 남겨 봅니다.

 

남편하고 심하게 언쟁하고 다음 주 주말쯤 제가 남편에게

이혼 얘기를 꺼냈습니다. 사실 남편은 진짜 말을 잘 해요.

제가 듣다가 아,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을 정도로 잘 합니다.

그런 남편과의 대화에서 늘 자괴감과 고통만 받았기 때문에

저는 길게 얘기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최대한 간결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남편이 그리 두질 않거든요. 남편은

육하원칙과 이야기의 외면적 뜻, 내면적 함의까지 다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남편에게 우리 서로 잘 맞지도 않고, 무엇보다 당신이

요구하는 사항을 내가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혼했으면 한다.

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얼굴이 시뻘개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쥐어짜는

목소리로 "그러니까 네 잘못을 인정한다는 거지?" 라더군요.

그래서 제가 인정한다, 합리성 여부를 떠나서 네가 나에게 요구하는

걸 못 채워주고 있고 앞으로도 못 채울 게 사실이니 이제 그만하자.

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난 네가 그 말 하기를 바랬다." 라고 하더군요.

이혼하자고 하길 바랬다고? 하니까, 제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본인에게 잘 못한다는 걸 인정하길 바랬다고 합니다.

 

남편 말에 의하면, 제가 야근 때문에 저녁밥을 못해주면 '저녁

못해줘서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반찬이랑

밥 해놨으니까 직접 네가 차려 먹어라. 라고 했다고 합니다. 본인 생각에는

그건 미안해야 하는 것인데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대요.

 

나머지도 다 그런 식이었습니다. 집안일, 며느리노릇, 남편 뒷바라지는

다 아내의 몫인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돈을 버니까 덜 해도 된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게 싫었다고

합니다.

 

제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다시 말했습니다. "여보, 그 모든 게 여자일이란

건 내가 집안일을 전업으로 할 때 이야기야. 같이 일해서 돈을 버니까

내가 100% 케어해주지 못하는 걸 미안하게 생각할 건 없다고봐."

라고 하니까, 바로 그런 태도가 잘못되었대요.

 

없는 집에 시집와서, 남자 외벌이로 살기에 뻔히 힘든 사정 알면서

우리 둘을 위해 맞벌이를 하는 것인데, 마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우리 둘 모두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남편의 무능때문에 일하는 것으로

치환되어버리고, 그걸 핑계로 아내의 소임을 다하지 않으려는 심뽀가

고약하다는 거죠. 저는 그제야 남편이 왜 그렇게 매번 저에게 화를 내고

게으르고 방만하다고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돈이 없어서 맞벌이를

해야 하는 건 결혼전에 이미 양해, 합의된 사항이니 그걸 가지고 가사를

나눠서 하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야근이 없는 파트타임 일로 직종을 바꾸고 집안일을 하겠다

했을 때는 왜 반대했냐고 물으니, 파트타임으로 100을 벌겠냐 200을 벌겠냐며

원래 벌던 돈과 비슷하거나 더 벌 자신이 있으면 몰라도 왜 돈을 줄이려고

하냐는 겁니다. 한마디로 제가 무능해서 야근하는 것을 가지고 가사일을

못한다고 핑계를 대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는 애초에 이 남자의 머릿속에서 남자=바깥일/ 여자=집안일의 공식을

쫒아낼 수 없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습니다. 수당 없는 야근 철야에

고객사 담당자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해도, 동종업계에서 그나마 연봉 많이 준다는

지금 회사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 모두 우리 부부의 경제적인 사정을

조금이나마 낫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남편은 그것은 여자가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고 하네요. 돈을 더 벌려고 노력하고 아둥바둥 하는 것은 남자의 일이고

여자는 어떻게하면 회사일을 집안일에 피해가 가지 않게 조절할까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집의 사정에 제가 돈을 덜 버는 것도 안 되고요.

버는 돈은 지금이 최하향선이고, 지금 벌이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회사일을

하지 말라는 게 남편의 요구였네요.

 

남자와 여자는 애초에 동등할 수가 없고, 우월이 있지는 않지만 아예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문화적으로도 생물학적으로도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결혼전에 분명 남편이 집안일을 돕겠다는 이야기를 한 걸 기억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집안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회사일을 줄이는

모습을 보여줄 때(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해준다는 소리였다고......

 

여기까지 듣고 나자 너무 지쳐서 더 이상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저를 지도하는 코치나 선생님, 부모님, 상사 등과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배우자와 살고 싶었던 것인데 그게 안 되니까...

 

남편의 입장은 현대의 성관념과 너무나도 다르지만, 본인은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바꿀 수도 없을 거였고요.

 

결국 저는 이혼을 하자고 확실하게 다시 말했고, 시부모님께는 당신이 가서

말씀드리고 친정에는 제가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어떻게 이혼 소리를 꺼낼 수 있냐고 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이혼 소리를 꺼낸 것은 어떻게든 잘해보려는 마음이 있어서 강한

자극을 주려고 한 것이고, 진심이 아니며, 따라서 문제가 안 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저는 진심으로 이혼하려고 하는 것이니 잘못했다고 합니다.

 

줄줄 쓰다보니 제 하소연이 너무 길었네요.

그냥 제가 남자를 잘못 보아서, 저와 너무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살아나가려고 했던 게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좋은 소리는 못 들었으나

곁가지 이야기같으니 이 부분은 그냥 줄일게요.

저와 남편의 이야기로도 이미 정말 긴 글이 되어버려서...

 

저번 주말에 이혼을 끝까지 반대하면 이혼 소송을 할 것이다.

당신이 나에게 폭언을 하고 부당한 대우를 한 것에 대해서

관련 문자, 메일 등이 있다. (전화는 녹음하지 못했네요.)

내가 마음이 확고하니 이제 포기해라. 라고 말해놓았습니다.

 

여러분도 결혼 전에 나이 찼다고, 괜찮은 사람처럼 보인다고

바로 결정하지 마시고, 남편의 가치관과 인생관, 성격 등을

정확히 검증해보시고 결혼하세요. 제가 그 부분이 부족하여

오늘 이런 꼴을 당하게 된 것 같습니다.

 

긴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1,056
반대수29
베플남자Aa|2016.06.01 23:07
님이 결혼한 그 남자는 완전체입니다.
베플ㅋㅋ|2016.06.01 23:02
와 진짜 미친놈이네,.,, 말도 안되는걸 그냥 그럴듯해보이게하면서 그딴식으로 살아왔나보네 진짜 미친놈이다
베플ㅎㅎㅎ|2016.06.01 23:15
이제 남편 똥줄 타는거지 ㅋㅋㅋㅋ 그럴듯하게 구워 삶을 줄 알았는데 실패하고 이혼하자하니 아쉽게 되었고만 아마 끈질기게 붙을듯 설교하면서 그리고 안먹히면 선심쓰듯 양보하듯 자기가 이해한다할듯
베플|2016.06.01 23:04
와 글읽는데 내가 홧병 날 것 같다..... 집에서 어떻게 가르치면 저런새끼로 자라지?
베플ㅇㅇ|2016.06.01 23:54
남녀의 포지션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스스로 한사람의 몫을 못해내서 아내가 그걸 나눠한다는걸 알고있다는 얘긴데 왜 그에대한 고마움은 전혀 없는건지 이해가 안되네요 말은 번지르르 논리적인척 하지만 사실은 지편한대로 주둥이 놀리는 궤변가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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