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저희 아버지의 억울함을 들어주세요

꼬뇽앤 |2016.06.26 21:10
조회 342 |추천 0

친정 아버지의 이야기 이기에 염치불구하고 결시친 채널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 삼우제를 지내고 가슴이 답답하여 뭐라도 해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저희 아버지는 50년생으로 71년~73년까지 월남파병을 다녀오신 월남참전 용사 이십니다.

지난 2016년 6월 22일 별세 하시고 호국원 안장을 신청 하였지만, 결격사유가 있어 불가 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알아보니 70년도에 교통사고가 나서 징역 3개월을 다녀오신 것 이 문제라고 합니다.

지금이야 보험이 잘되어있어 어떤 사고가 나더라도 수월하게 처리가 되지만

그 시대에는 돈 없고 빽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하는 암울한 시대였습니다.

결혼도 하기 전이었고, 군대도 가기 전이었습니다.

6.25둥이로 태어나 어릴 적 배우지도 못하고 생존만을 위한 고생으로 찌든 삶이었습니다.

12남매의 둘째로 가족들 부양을 위해 돈 벌려고 애쓰시다 의도치 않은 사고로,

돈 없고 빽 없어 옥살이 한 것도 억울해 죽겠는 판국에,

전후사정 보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호국원 안장이 불가라니요.

군대도 가기 전에 먹고 살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 애쓰시다 사고가 난 것인데,

국가유공자 자격일 당시 사고가 나서 명예를 훼손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국가유공자 타이틀은 군대 제대하자마자 국가가 알아서 턱하니 준 것도 아니고,

60세도 훨씬 넘어 참전용사들과 함께 투쟁 하시어 겨우 얻은 것입니다.

그 젊고 힘든 시절 두 주먹으로 살아오시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다시는 회생불가능 한 무서운 병까지 얻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셨고,

그 아픈 몸을 이끌며 이리뛰고 저리뛰고 누구하나 도와주는 이 없이 장애등급을 신청하러 다니셨지만, 정해놓은 등급기준에 맞는 병명이 아니라며 기준미달로 고엽제 후유의증을 받으셨습니다. 우리가족은 억울하고 화가 났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내 한몸 거둬주는 국가가 있어 든든 하시다며 원망 한번 하지 않으셨고, 딸자식 하나있는 당신이 믿을 곳은 이 국가뿐이라며 원망하는 저를 오히려 꾸짖으셨습니다.

그나마도 심사가 오래 걸려 국가에서 주는 연금도

겨우 3-4개월 받아 보셨습니다.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여 사망 후 미망인에게 상속되는 연금 또한 해당사항이 없어 60평생을 주부로 살아오신 어머니도 앞으로의 날이 막막하기만 하십니다.

백세시대라고들 하는 요즘에 겨우 66세의 짧은 생을 고통 속에서 눈물로 마감 하셨습니다.

이제 편하게 사셔도 되는데, 그렇게 좋은 날 한번 맞아보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게 안타깝고 아깝고 억울하게 돌아 가셨는데, 보상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도 못한

저희 아버지께, 보훈처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큰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 한 것입니까?

막말로 강도짓을 해서 사람을 때려죽인 것도 아니고, 파렴치하게 대국민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먹고살기 위해 트럭운전으로 돈 벌어 보겠다고 스무살의 청년이 아등바등 죽을힘을 다해 노력한 것이 무슨 그리 큰 범죄입니까.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이 심사와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이 맞습니까.

저희 아버지가 죄가 있으시다면 그 시절 가난하고 돈 없고 빽 없고

나라를 위해 타국에 가서 총알받이 한 것이 죄라면 죄일 것입니다.

국가에서 알아주지도 않는 그 40여년의 세월을 원망 없이 살아오신 그 순수함과 무지함이 죄라면 죄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가시는 길이 이리도 억울할 줄 알았더라면,

다시 시간을 돌려 그때의 아버지를 만날 수만 있다면,

그 위험한곳에 목숨을 내놓고 국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지 마시라고 피를 토하고 피눈물을 흘리며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보훈처에서는 재심사를 올려 주겠다고 합니다.

2-3개월의 시간이 걸리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저는 단 2-3일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생전에 호국원을 다녀오며 내가 이곳에 올 거라고 말씀하시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져 미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라를 믿고 사랑하셨는데 결국 돌아오는 건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공무원들의 컴퓨터 심사일 뿐인 차가운 외면과, 숭고한 희생정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서류 몇 장으로 판단되어지는 슬프고 기막힌 현실입니다.

현재 임시로 화장터 납골당에 계신 아버지는 죽어서도,

호국원으로 가기위해 거쳐야 하는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편하게 눈감지 못하셨을 겁니다.

아버지를 보내 드리는 마지막 날. 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아버지의 통한의 눈물 이었을 겁니다. 아버지는 바보같이 나라가 나를 돌봐 줄 거라고 믿고 또 믿으셨겠지요.

저희 유가족은 아버지의 억울함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 드려야겠습니다.

재심사를 거치면 잘 될 수도 있다고 말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쉽게 말하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고, 기관에서 주는 확답도 아닙니다.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릴 수만 있다면 미친년처럼 옷 벗고 춤추는 것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당기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부디 이 나라에 목숨 바쳐 희생하신 저희 아버지를,

한낱 말 뿐인, 서류 한 장의 국가유공자가 아니라,

진정으로 나라를 아끼고 사랑했던 한 사람의

국가유공자로써 예우를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갈 곳 잃은 아버지의 슬픈 영혼을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를 믿고 있던 노병의 넋을 안타까워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아버지만의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누구나 다양한 사고의 주인공이

되며 살아갔을 것입니다.

보훈처가 말하는 결격사유의 종류를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조금 더 디테일한 범위로 법을 개정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에 천명 만명이 신청하는 것도 아닐 텐데,

고인의 발자취를 조금 더 자세하게 따라가 봐주시길

희망합니다.

그래야 저희 아버지처럼 억울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지요.

앞으로 안장을 기다리는 분들께 또는 유가족들께

상처주지 마시길 바랍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