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보고싶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쉽게 내뱉었던 말들.
나는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야
널 탓하려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랬냐고 묻고 싶지도 않아
나를 만나면서도 외롭다던 너를 알아
너를 이해해보려고 해봤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
왜 잘못했다고 울고 불고 매달리면서도 그 남자들을 만나는 걸까.
너와 난 뭐지? 친구? 연인? 여자인데 사귀는?
9년이야.
거의 10년동안 너를 만났어.
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없었어
기억하니 겨울인가 가을인가 헷갈리네.
암튼 꽤 추운 날이었어.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를 넌 아마 알았겠지.
안그래도 작은 바지 주머니에 손까지 낑겨넣으니까 꽤 불편하더라.
그런 내 손을 빼서 네 외투주머니에 넣어주던 너.
그 상태로 시내를 돌아다녔지.
주위의 시선 같은 건 아무 상관 없었어.
난 너랑 잡은 두 손이 너무 따뜻해서 좋았고 네가 정말로 내 애인 같아서 기뻤어.
그래. 아마 그때 넌 차가운 내 손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
여자끼리 이상한 짓 한다는 수군거림보다. 네 외로움보다.
넌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또 그런 일도 있었지.
네 무릎을 베고 누운 날 가만히 내려다보던 너.
그때 햇살이 너무 좋았어.
정말, 봄 날씨 같았어. 난 그게 영화같아서 아직도 기억이 나.
입을 몇 번이고 맞췄지.
너무 행복했어. 난 우리가 영원할 줄 알았어.
일본으로의 여행. 겨울이면 꼭 들리던 강원도. 제주도.
여름에는 부산, 경주.. 우린 세계여행도 자주 갔잖아.
인도, 유럽일주, 베트남, 호주..
내 이십대 여행의 대부분은 너와 함께였지.
왜 너는 나와 같을 수 없을까. 왜 나만 너를 사랑할까.
9년동안 연애했지만 나는 늘 짝사랑중이었어.
단 한번도 네게 받은 사랑이 넘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
사랑하면서도 외로웠던 건 나도 마찬가지야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다투는 이유의 대부분이 네 바람이었던 것은.
뒤로 만나던 남자들. 그 중 몇몇은 너와 내 관계를 눈치채기까지 했지.
난 왜 처음 그 순간에 너와 헤어지지 못했던 걸까.
내 눈으로 너와 그 남자를 확인했는데도 왜.
반복될 거란 걸 알고 있었어. 나는 직감했었어 그때.
정으로 만난 걸까.
네가 내 일상과 같아서..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이 너여서, 없으면 허전하니까.
그래서 헤어지지 못한 걸까.
결국 어제 말했지 너한테.
화나지 않았어. 너한테 화내고 싶지 않았어.
넌 봐도봐도 애틋하고 좋아. 그래서 짜증도 안나더라.
그런데 다시 반복되고 싶진 않더라.
기억해? 너랑 싸우면서도 한 번도 헤어지자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
내가 그렇게 말하면 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러자고 할 것 같았어.
곧 떠날 사람처럼, 그렇게 행동했으니까..
너한테 매달린 적도 없었어. 네가 다시 온 거였어.
난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이리저리 오가는 건 늘 너였어.
그래, 우리는 그 정도였지.
네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그런 관계. 네 멋대로 뒤흔들 수 있는, 그런 관계
이제 끝내자.
어제 그렇게 우는 너를 달래고 싶지가 않더라.
미웠나봐 나도 모르게.
다시 만나지 말자. 보고싶어도 보고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돼버렸네 서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