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자꾸 싫어져요. 어떡해요
정
|2016.07.01 01:31
조회 184 |추천 1
제가 학생일 때 엄마랑 사이 좋았어요. 그 때 사정상 집에 엄마랑 저만 살았었어요. 각자 일 끝내고 집에 오면 엄마는 힘들어서 울고 계셨고 저는 매일 엄마 웃게 해주는 게 일과였어요. 그게 지치지 않았어요. 서로 의지 많이 해야하는 가족의 부분이니까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엄마 얘기도 하고 돈이 없어서 외식을 못해서 음식점에서 일인분 포장해서 저랑 엄마는 그걸 밥이랑 반찬으로 삼 일은 먹었었죠.
그러다 몇 년이 흐르고 제가 고등학생 신분을 벗어나 대학생이 되니까 엄마가 달라졌어요. 친구분들이랑 술도 자주 먹고 산악회에 들어가서 놀다 오고 밴드로 동창 분이랑 연락 닿아서 자주 외출하시고.
그게 처음엔 좋았어요. 엄마가 자기 인생 사는 거니까요. 자식들 뒤치닥거리 하는 게 아니라. 근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어긋난 것만 같아요.
난 엄마랑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부터 본인들 친구 얘기만 해요. 이게... 되게 사소한 걸로 보이는데 가족일원간의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이에요. 제 이야기를 어쩌다가 이어가면 그 주제 그대로 본인 이야기를 해요. 그 때마다 생각하는게 엄마는 내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구나에요. 이거 대해서 진지하게 말한 적 있는데 도리어 엄청 화내요. 그리고 다시 본인 얘기해요..
산악회에서 서로 음식을 해와서 나눠 먹는다고 장을 많이 봐오세요. 예전에 집에 사 놓은 건줄 알고 냉장고에 있는 거 먹었다가 진짜 많이 혼났어요. 산악회에 갖고 갈 거 나머지는 제 몫이에요.
술주정을 봐야 한다는 게 제일 고역이에요. 평소에는 하루도 빼지 않고 부엌에서 혼자 술을 드세요. 그러면 늘 잠드는데 그럼 저는 새벽까지 안 자고 있다가 깨워서 안방으로 들여보내요. 일찍 깨우면 아예 안 일어나거든요. 방금도 그러고 왔네요. 근데 밖에서 술 마시고 오는 날은 힘들어요. 길바닥에 토하고, 눕고, 욕하고 비틀대는 모습을 한 사람이 내가 그토록 존경했던 엄마라는 걸 인정하는 게 너무 싫어요.
원래 통금 12시는 저를 위한 우리집의 약속이었는데 이제는 엄마 때문에 통금이 없어졌어요.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에는 핸드폰을 자주 잃어버리세요. 올 해에만 다섯 번? 여섯 번은 된 거 같아요. 가끔 차키도 어디 두고.. 진짜 걱정되는 마음에 이거 뭐 알코올성 치매같은 거 아니냐고 병원가자고 걱정했는데 자기 병자 취급하냐고 저한테 엄청 화내셨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엄마가 제일 존경스러웠어요. 제일 좋고 멋졌어요. 좁은 방에서 엄마랑 잘 때 엄마 얼굴 보고 엄마가 평생 안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잠 들었던 날이 제일 많았는데 이제는 엄마가 더 이상 제가 알던 엄마의 옛날 모습을 안 깨줬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제가 이기적이라는 건 잘 알아요. 그래서 겁이 나서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여기다가 적지도 않았어요. 근데 이제는 저도 엄마가 더 이상 싫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의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리는데, 그 목소리는 저한테 화도 내지 않는 평소의 목소리인데 제가 거기에 질색하고 기분이 나빠졌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서 하루종일 생각하다가 조언을 꼭 받아야겠다 생각해서 적어요. 나 좀 어떻게 해줘요 나는 엄마 진짜 싫어하기 싫어요 나 어떡해야 돼요 친구들한테 진지하게 얘기해도 내가 이렇게 고민하는 걸 아무도 모르나 봐요 왜 그러냐는 듯이 얘기해요.
엄마한테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예전으로 돌아오면 안 되겠냐고요 엄마는 화냈어요. 내 인생에서 제일 괴로웠던 게 40대인데 말이 되냐고 난 그 때 못 누렸던 내 인생 지금 다 채워넣을 거라고. 엄마 입장도 진짜 이해가지만 어떻게 하죠.
말이 참.. 앞뒤 안 맞고 저도 막 파바박 적은 거라... 혹시 이런 경험 있는 분들 있나요? 아니면 객관적인 시선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저는 엄마가 계속 하던대로 살아도 상관없으니까 제가 엄마 싫어하는 마음만 돌리고 싶어요. 참 저도 제가 안일한 소리만 하는 거 같네요. 잠깐이라도 읽으러 오신 분들 한 줄이라도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