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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여성에게 애원하는 시대 온다"

ㅇㅇ |2016.07.08 01:06
조회 1,058 |추천 6




“결혼제도는 남성의 작품”

만일 결혼 제도가 없어 남자들이 매일 저녁 여자들을 찾아다녀야 한다면 당연히 결정권이 여자들에게 있죠. 미혼 남자들을 보면 알잖아요. 생물학적 관점에서 왜 그 결정권이 중요하냐 하면 바로 내 유전자가 후세에 남느냐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앞으로 연구를 더 해봐야겠지만, 저는, 결혼제도는 남자가 원해서 만든 제도라고 믿어요. 일단 확실하게 한 여자라도 내 품에 잡아두고 싶은 욕망 때문에 시작한 제도라는 거지요.

그렇지 않으면, 아직도 그런 사회가 지구상에 한두 군데는 있다고 그러는데, 여성이 자기가 필요할 때만 남자를 받아들여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면, 남자의 권한이 엄청나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여자에게 잠자리를 같이 해달라고 빌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걸 다 넘겨줘야 한다고요. 그것이 싫으니 결혼이라는 제도로 여자를 붙들어 맬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는 거죠.”



―말씀대로라면 여자들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어쩌다 가부장제가 자리잡게 됐을까요?

“인간에게는 문화라는 게 있잖아요. 침팬지를 비롯한 젖먹이 동물의 사회가 그렇듯이 우리도 여성이 중심인 사회가 됐어야 맞죠. 그런데 인류 역사의 어느 순간에 남성 중심의 문화가 만들어진 겁니다. 그 시기에 대해선 앞으로 더 연구해야겠지만 많은 학자들은 농경사회의 시작을 꼽아요. 농경사회가 되자 부의 축적이 가능해졌는데, 그 부가 남성의 손에 넘어가면서 남성들이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죠. 학자에 따라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남성이 경제력을 확보하면서 문화도 남성 중심으로 굳어진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죠.”


―누가 생산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생산력이나 부를 더 가지게 될 경우 가부장제와 반대되는 가모장제 사회가 출현할 수도 있겠네요?

“수렵채집생활을 하는 종족들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금도 그 사회에선 여성의 입김이 아주 강해요. 남성 여성의 차이가, 특히 경제력 면에서 차이가 별로 없다는 얘기죠. 매일 먹는 것, 이를테면 곡류나 과일 같은 것은 대개 여성이 충당해요. 남성의 몫은 수렵이죠. 그런데 수렵은 매일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허구한 날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고, 어쩌다 짐승을 잡아온 날은 으쓱거리지만 나머지 날들은 부인이 장만한 걸 쭈그리고 앉아서 먹어야 하는 처지거든요. 그런 사회에서는 남성이 큰소리를 칠 수 없죠.”


미래 사회에선 여성이 우월


얼마 전 국내에 번역된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신작 ‘제1의 성’에 따르면 미래 사회는 경제력 면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사회다. 그 동안엔 근육의 힘이 필요한 산업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머리를 쓰고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는 산업이 주종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헬렌 피셔는 또 미래산업의 중심이 네트워킹, 곧 사람 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산업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바로 그 점에서 여성들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제 생각엔 여성의 경제력이 굳이 남성을 능가하지 않더라도 여성이 스스로 충분히 먹고 살 때가 되면 지금의 남녀관계가 크게 바뀔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신호들이 보입니다. 경제력이 풍부한 여자들은 결혼은 하지 않고 정자만 달라, 그런 얘기들을 합니다. 더욱이, 예전엔 정자를 누군가에게 받아야 했지만, 요즘은 정자와 난자를 인터넷에서 사고 파는 시대입니다. 제가 여자라고 칩시다. 좋은 직장 있고, 직장 탁아소에서 아이들을 맡아주고, 그러면 미쳤다고 남편을 모시고 사느냐는 거죠.

인터넷에서 정자 사 가지고 아이 낳아서 혼자 키우고, 내 배짱대로 살고, 내가 즐기고 싶으면 오늘 저녁에 어느 남자에게 전화해 ‘우리 집에 올래’ 해서 불러들여 즐기고…, 그런 시대가 오면 남자들이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나를 선택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그런데 예전과 달리 남자가 여자에게 별로 줄 게 없으니 굉장히 어렵죠.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성비를 가진 우리나라는 아주 위험해요. 병원에서 여자 아이들을 너무 지운 탓에 지금 여자가 귀하잖아요. 2020년엔 남녀 비율이 1.25 대 1이 된다는 통계가 있어요. 이건 굉장한 비율입니다. 남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자를 못 찾는다는 얘기죠. 남자들이 여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죠. 엄청난 변화가 올 겁니다. 내기하라면 할 수도 있어요.”




무릎꿇는 남자들

동물의 세계에서도 가부장제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습니까.

“포유류 동물세계에는 처첩제가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수컷 한 마리가 여러 암컷을 거느리죠.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겉으로 드러난 것과 속사정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조랑말을 연구하고 있는데, 수말 하나가 여러 암말을 거느려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 나이 많은 암말이 지배권을 갖고 있습니다. 암말 여럿이서 집단을 이루고 그 암말 중 제일 우두머리가 수말을 하나 선택해요. 너 들어와, 하고. 그 수말로 하여금 여러 암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죠. 수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쫓아낼 권위를 가진 것이 바로 나이든 암말이에요.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 하면 음식을 먹을 때 보면 알 수 있어요. 만약 그 수말이 왕초면 제일 먼저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나이든 암말이 먼저 먹어야 다른 말들도 먹기 시작해요. 사자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수사자가 암사자를 거느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암사자들이 만든 사회에 수사자가 들어와 얹혀 사는 겁니다.

침팬지 사회를 들여다보면 날뛰는 것은 다 수컷이에요. 겉보기엔 수놈이 권력을 쥐고 있죠. 그런데 누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누가 가장 좋은 음식을 먹느냐고 물으면 답은 암놈이에요. 이런 걸 보면 포유동물의 세계는 암컷이 지배하는 세계로 볼 수 있죠.”

최교수 분석에 따르면 고대의 인간 사회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즉 마을의 족장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그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데, 대개 그 조언자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할머니였다는 것. 조선시대에 ‘대비마마’가 상당한 권력을 가진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본다.

“자연의 원리로 보면 분명 가부장제는 근거가 없는 제도입니다. 가부장제의 기본사상은 남성이 중심이 돼 대물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 대물림은 여성을 통해 이뤄집니다. 정자는 난자에 유전자의 반을 제공할 뿐입니다. 생식에 필요한 온갖 요소는 난자에 있어요. 난자는 유전자의 나머지 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를 반씩 합해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난자에 비하면 정자의 기능이나 역할은 아주 미미한 것이죠.”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성욕이나 성충동이 강하지요?

“단정할 수 없습니다. 암컷도 성욕이 셉니다. 그런데 암컷은 수컷보다 신중하죠. 왜냐하면 수컷은 여러 암컷에게 마구 정자를 뿌려도 손해날 게 없지만 암컷은 아차 잘못해 시원찮은 수컷의 정자를 받아들이면 질이 좋지 않은 자식을 낳게 되니 암컷은 (수컷을) 고를 수밖에 없지요. 겉으로만 보면 수컷이 성욕이 세죠.

그런데 암컷도 여러 수컷을 상대합니다. 그게 암컷에게도 유리할 수 있어요. 자식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여러 수컷을 상대해서 여러 정자를 모아 경쟁을 시키면 그중 가장 건강한 정자가 난자와 만날 겁니다. 그놈이 가장 훌륭한 유전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동물의 몸 속에서는 이른바 정자 전쟁이라는 게 있어요. 한 수컷과 교미하는 암컷보다는 여러 수컷과 교미한 암컷이 더 좋은 유전자를 받을 가능성이 크죠.”


―일부일처제로 바뀐 것은 사회적인 진화로 봐야 합니까.

“제가 보기에는 사회 질서 유지와 관련된 것 같아요. 옛날엔 힘있는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를 거느렸어요. 그 탓에 여자가 없어 결혼 못하는 남자가 굉장히 많았어요. 민주주의가 점차 발전하면서 평등과 균배의 개념이 적용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 남성과 동물 수컷의 폭력성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제가 보기에 인간 남성은 어느 동물보다도 폭력적입니다. 조직적인 폭력까지 휘두르는 걸 보면 굉장하죠. 여자에 대해서도 그렇고. 전쟁이 폭력의 극치잖아요. 그런데 남성들은 전쟁터에서 또 여성들을 유린합니다. 그런 점에서 남성은 폭력의 기원이라 볼 수 있죠.”

전문: http://www.donga.com/docs/magazine/new_donga/200102/nd20010206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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