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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화(哀話) 제 4 화-

연화 |2004.01.15 22:21
조회 572 |추천 0



“에고,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겨, 정신이 있는것이여, 없는것이여?”

 

상주댁은 바닥에 철석 주저앉아 넋이 나간 듯 얼빠진 사람으로 앉아있었다.

 

“어머니, 그냥 간단한 시합이에요. 대감께서 저에게 기회를 주신겁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하는 것이여? 매일 하는 일이라곤 잔일만 하는 네놈과 아침 저녁으로 칼질하는 사람

 

들하고 뭐가 같단 말이여. 그리고 혹여라도 반병신이 되어서 이짓거리도 못하게 된다면 어떻 할것이

 

여.?”

 

이제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상주댁의 목소리에 지나가던 다른 하인들이 한번씩 그들의 모자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어머니, 저 자신있어요.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배웠구요. 그리고 이제와서 대감님의 명을 어기면 어

 

떻게 되는지 잘 아시잖아요.”

 

상동댁은 그저 흐느끼고만 있을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청운은 쓰러져있는 상동댁을 일으켜 치마에 붙어있는 흙 먼지들을 털어내어 주고는 바로 검을 챙겨 뒷켠에 있는 수련장으로 걸어나갔다.  더 이상 어떤 위로를 해주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았기에 자신또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멀리서 흐느끼고 있는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자 청운의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아, 이게 누구신가? 천하의 검객 청운이 아니신가?”

 

어느 틈엔가 자신의 옆에 현영과 그의 일당들이 다가와 있었는데 그의 똘마니 중 하나 한석이 청운의 발밑으로 침을 퉤하고 뱉었다.

 

“에고..도련님. 저놈 검자루 쥔거 보십시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는게 풍독(風毒 : 중풍)이라도 걸린 듯

 

합니다.”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현영을 둘러싼 졸개들이 모두들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였다.

 

“버러지 같은놈, 아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겨우 검자루 하나 들었다고 해서 네가 대장부라도 되는

 

가 보지.”

 

현영은 가증스럽다는 듯이 청운을 쏘아보았고 잠시 청운또한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금방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어디한번 지켜보도록 하지, 쥐새끼처럼 밤낮 훔쳐본게 도움이 되었는지 말이야 .”

 

잠시뒤 그 일당이 사라지고 나자 청운은 한참동안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쳐다보았고 검을 쥔 손을 더욱 움켜잡았다.

 

‘어디보자, 내 비록 태생이 천한 노비로 태어나 네 놈에게 온갖 모멸과 궐시를 받고 있지만 내가 정말 뛰어난 검객이 된다면 네 놈 따위는......,’

 

청운의 생각은 거기까지 였다.  비록 예전부터 증오해왔던 현영이지만 자신의 애기씨 연화의 얼굴이 떠오르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애써 지워버리려고 하였다.

잠시 수련장에서 호각소리가 들려왔고 청운은 운명의 시간이 왔음을 느끼고는 재빠르게 훈련장연병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오늘 내가 모두를 모이라고 한 것은 한달전 누구에게 어떤 명을 하였기 때문이니라. 그자는 바로 저쪽

 

에 서 있는 소년인데 오늘 승패를 논하기로 하였다.  어느 누가 저 소년과 대결을 해보겠는냐. ”

 

승하인의 말이 떨어지자 시선이 청운에게 집중되었고 모두들 믿기지 않는 다는듯한 눈초리로 그를 훑어

보고 있었다.   일순간 주위가 울렁이기 시작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고작 15세 밖에 안되는 녀석과 싸움

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간단한 대결이라 하여도 대감의 눈에 뛰는건

좋은일일수도 있기 때문에 모두들 쉬이 결정을 내지 못한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대감어른, 제가 한번 한수 가르쳐보겠습니다.”

 

모두들 일제히 소리가 나는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청운도 자신과 대결할자가 궁금해 그쪽을 쳐다보았다.  평소 기술보다는 힘으로 소문난 장석이란 자였는데 청운도 몇 번 얼굴을 본적이 있는 자였다.  장석은  검한자루를 홱 뽑더니 앞으로 걸어나왔다.

 

“좋다. 서로의 실력을 겨뤄 보아라. 승부는 승부이니 어리다고 혹은 장자라고 봐주는 것 없으니 명심하

 

도록 하여라. 그럼 시작하여라.”

 

대감의 명이 떨어지자 재빨리 누군가가 준비해 두었던 징을 한대 쳤고 그 소리가 나기 무섭게 둘은 자세를 고쳐 상대방을  탐색하듯 쳐다보였다.

 

“꼬마  어리다고 봐주는건 없으니 어디를 베어 몸을 다치더라도 나를 원망말거라.”

 

“그쪽도 절 원망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할테니까요.”

 

“크으큭. 배짱한번 좋구나. 그럼 시작한다.”


 

-채애챙-

 

-챙 챙-

 

미쳐준비도 못한 청운에게 갑자기 무섭운 힘을 칼날에 실은 장석의 검이 청운의 정수리쪽을 공격하자 청운은 재빨리 그쪽으로 검을 잡고 막아냈지만 원낙 세게 내리쳤기 때문에 순간 순간 청운의 몸이 힘을 못이겨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장석은 조금도 쉴틈도 주지앟고 사방에서 공격하였는데 청운은 공격은커녕 방어하기도 힘에 벅찼다. 이렇게 계속 나가다간 그의 힘에 압도당해 금방 지쳐 나가떨어질것만 같았다.

하지막 방어도 어려운 이 판국에 성급하게 공격을 시도해본다는건 너무나 위험한행동 이였기 때문에 계속 힘들게 막기만 할뿐이였다.

 

“꼬마, 오래 버티는구나. 이제 장난은 그만 하도록 하지. 이제부터 나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

 

장석은 짐승이 크게 포효하듯 소리를 내쉬고는 청운에게 달려들었고 너무나 엄청난 힘에 압도당한나머

지 청운은 그만 뒤로 나가 떨어졌다. 청운은 큰 충격으로 한쪽팔이 떨어질뜻한 아픔이 느껴져 다른손으로 감싸쥐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우와, 역시 장석이야. 좀 살살좀 다뤄야지. 너무 심한거 아니야.”

 

주위에서는 작은 탄성과 환호가 들려왔고 장석은 승하인 앞으로 걸어나와 한쪽무릎을 굽히고는 고개를 숙였다.

 

“저 소년에게 한수 가르쳐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시합이라고 보기는 힘든 것.....”

 

“저는 아직 검자루를 놓치 않았습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아픔이 느껴지는 듯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난 청운은 다시한번 자세를 취하고는 두손으로 검을 쥐었다.

 

“아니 이녀석이....”

 

다 끝난 승패라 생각한 장석은 고개를 한번 내젓더니 그또한 검을 다시 쥐었다.

 

“너에게 고통을 주기는 싫지만 어쩔수가 없지만 네가 포기를 하지 않는다니... .”

다시 시합은 시작되었다. 아까보다 더 격렬하고 치열했으며 장석의 공격은 보는사람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조성하는 듯 했다.

 

“자 포기해라. 꼬마 널 해하기 싫구나.”

 

“아니 절대 포기못합니다.”

 

“음....”

 

청운은 힘겹게 막아내면서 예전 승하인의 가르침중에 완벽한자는 없다고 한말이 문득 떠올랐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어딘가에 약점이 있을꺼라는 생각에 청운은 그것이 무엇일까 하며 그의 검을 되받아치었다.

 

‘강한 힘을 쓰면서 상대에게 검을 내리치면 그 상대방은 정신없이 그의 힘에 말려들게 된다. 하지만 그

 

렇게 힘을 쏟기위해서는 자신의 방어조차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재빨리 틈을 노려 그의 급소를

 

친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청운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있는 힘껏 장석의 검을 되받아치었다. 순간 장석은 강하게 내리치는 청운의 순간적인 힘을 실은 검에 튕겨 중심을 조금 놓치고 말았다. 그때였다. 청운은 짧고 빠르게 장석의 가슴가까이로 뻗었고 환도의 칼끝부분에 찔려 그의 가슴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검이 조금만 날카롭거나 청운의 팔이 길었다면 목숨까지 위험할지도 몰랐다.  상대방의 가슴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놀란 청운이 얼른 칼을 거두었고 흥분한 장석이 팔을 뻗어 청운을  넘어뜨리고는 자신의 검으로 청운의 목을 겨누었다.

마지막이구나. 어머니...


“검을 거두거라.  시합은 이미 끝났다.”

 

순간 어린녀석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믿지못한채 분노에 쌓인 장석이 온몸을 부르르 떨며 청운을 찌르려 했으나 곧 이성을 되찾고는 검을 다시 검집에 넣었다.

 

“장석.. 어린녀석과 잘 싸워주웠다. 그리고 청운이라고 했나. 내가 명한 것을 기억하고 있겠지. 저녁이

 

되면 내 방을 찾아오도록 하거라. ”


승하인은 잠시 청운과 눈을 마주치고는 밖으로 걸어나가버렸고 주위에 있던 사병들이 웅성웅성거리며 장석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여들었다.


“역시 힘하면 따라올자가 없군.”

 

“그러게 말이야. 내가 전장에서 수십명을 한꺼번에 보내었던걸 보았다니까.”

 

“칫, 그 녀석도 대단하던걸. 검 휘두르 솜씨가 재빠르던데.?”

 

“난 이기지 않았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비록 소년을 쓰러뜨렸지만 장석에게는 오늘 시합이 결코 기분 좋아보이지 않는 대결이였다.  그 소년이 정말 몇 살만 더 먹었다면 그는 보기좋게 패했을 것이였다. 곧 그는 주위의 사병들틈을 벗어나자 멀리 힘겹게 걸어가는 소년을 보았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어이, 이봐. 나좀보라구.”

 

툭 소년의 어깨를 치자 청운은 힘겹게 장석을 올려다보았다.

 

“어린나이인데 검을 휘두르는 솜씨가 대단하더군.”

 

“저는 오늘 많이 부족했습니다.”

 

“많이 겸손해도 보기 않좋아. 이름이 청운이라고 했나?”

 

“네 그러합니다.”

 

“혹시 사병이 되고 싶지 않나. 전장에 나가 적직에게 검을 휘두르며 최고가 된다는...”

 

“아니요. 저는 그럴수 없습니다.”

 

“왜 그런가.”

 

“자유의 몸이 아닌 노비이니까요. 그럼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장석은 멀어져가는 청운을 보며 그저 안타까운 미소를 지을 수밖에만  없었다.


해가 거의 질 무렵 청운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고 있던 상주댁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들의 발목을 부여잡았다.

 

“운아, 무조건 싹싹 빌어야 할것이여.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또빌고..흑흐흑..”

 

끝내 말을 잊지 못한 상주댁이 급기야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고 놀란 청운이 그의 어머니를 부축하였다.

 

“어머니. 정신차리세요. 어머니.”

 

“아이고..아이고...”

 

힘없이 쓰러진 상주댁은 눈물을 참지못하고 흐느끼고 있었으며 불효만 내지르는 못난 아들 용서해달라고 마지막 말을 한 청운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가슴이 아려왔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수련하였기 때문에 이길수 있을줄 알았다.  어느 정도 잘 휘두르면 충분할꺼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생각들은 자신마음대로의 방종과 오만이였던 것이였다.  상대는 실전에서 적을 무수히 베던 장수였던 것이였다.

어떤 형벌을 내리더라도 부디 자신의 어머니에게만은 피해가 가지않도록 청운은 마음으로 빌고 또 빌며 사랑으로 힘겹게 발검을을 내딛기 시작했다.

 

“대감어른. 청운 들었사옵니다.”

 

“들라해라.”

 

“어여 들어가봐. 그리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

 

같은 노비출신이자 청운과 비슷한 또래인 제상이  그의 어깨를 다독거려주자 청운또한 그에게 힘겹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승하인은 서적한권을 펼쳐놓고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으며 청운이 인사를 하고 한참을 서 있자 그제서야 책을 덮고는 그에게 앉으라고 말을 하였다.

 

“오늘 승패에서 너는...”

 

“대감어른 살려주십시오. 흐흐흑.. 저에게는 어머니 한분밖에 안계십니다. 저나머지 떠난다면 홀로계신

 

어머니는 살아가지지도 못할것입니다.”

 

“흐흠..”

 

“제발 선처를 부탁합니다. 이번만 살려주신다면 다시는 검을 잡지 않겠습니다. 약조하고 또 약조하겠습

 

니다.”

 

청운은 넙죽 엎드리고는 눈물을 두둑 떨어뜨리며 그의 어머니 말대로 빌고 또 빌었다.

 

“오늘 패하였으니 벌을 받겠다? 그럼  벌은 받아야하지 않겠느냐.”

 

말을 끝내자마자 승하인은 옆에 놓아두었던 한지를 꺼내 붓으로 몇자를 적더니 그옆에 자신의 호(號)를

 

쓰고는 인장을 찍어내었다.

 

“글을 읽을줄 아느냐?”

 

“어릴때 어깨너머로 배우기는 하였지만 어려운 글자는 모릅니다.”

 

“그럼 이걸 읽어보아라.”

 

청운은 승하인이 건네주는 한지를 덜덜거리는 손으로 건네받고는 거기에 적혀있는 글을 읽어보았다.  거기에는 중서성의 출입을 통과 한다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걸 가지고 도성으로 올라가거라.”

 

“예 옛? 제가 말입니까”

 

“그렇다.”

 

“무엇 때문에 제가..”

 

혹시라도 자기가 다른곳으로 팔려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목숨이라도 건질수있다는 생각에 걱정을 한시름 놓아도 될 듯 하였다.

 

“다음 초이렛날 나라에서 열리는 무과시험이 있을 것이니라. 거기에 참가하거라.”

 

“무슨말씀을..?”

 

너무나 놀란 청운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할뿐 어떤 말이 떠올라도 입이 떨어지지 않을 따름이였다.

 

“그 서찰을 가지고 가면 너도 참가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오늘 승 한자는 바로 너이니라. 비록 힘에 눌려

 

바닥으로 떨어지긴 하였지만 순간적으로 기선을 제압하여 상대방을 당황하게한 너의 기상이 놀라웠다. 

 

노비로 있기로는 너무도 아까우니. 이 기회에 한번 도전해보거라. 내가 할수 있는건 여기까지니 그걸 챙

 

겨서 불에 태워버리던 가지고 도성으로 올라가던 너의 소관이니 알아서 하거라. 그럼 이만 물러가도

 

록..”

 

“대..대감어른...”

 

너무나 놀란 승하인의 말을 듣고는 청운은 어찌할바를 몰라하였다.  노비의 출신으로 무과시험이라니...

 

“대..대감어른..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이미 승하인은 다시 서적을 펼치고 필독하기 시작하였고 청운은 서찰을 손에 쥐고는 승하인을 향해 이마가 바닥에 몇 번이나 닿도록 절을 하고 또 절을 하고 난뒤 나왔다.

청운은 곧바로 개울가로 달려가 찬물에 땀과 눈물로 범벅된 그의 얼굴을 씻어내었다. 씻어도 씻어도 그의 눈에는 눈물이 주체할수 없이 흘러내렸다.

 

‘앞으로 나에겐 더 큰 목표가 생겼다. 해낼 것이다. 꼭 해내어 나라에서 제일가는 장수가 되리라.’

 

청운은 흘러가는 시냇물을 쳐다보며 스스로 가슴속에 깊은 결의를 다짐하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청운은 곧 다가오게 될 불행의 앞날을 이때는 알지 못하는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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