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맛점은 하시고 계시구요?
저는 오늘부터 꿀같은 휴가기간이라 이렇게 집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신랑은 아가랑 문화센터를 가고 없구요. ㅎㅎㅎ
그간 진짜 많은 일이 있었는데.. 글을 쓰러 올 정신도 없었고,
또, 살을 빼기 전엔 글 절대 안쓴다! 마음 먹은지라 ㅋㅋ
실은 한달쯤 뒤엔 제가 여기에 글을 썼다는 사실을 까먹은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느즈막히 일어나 신랑이 차려준 아침상을 먹고 나니 신랑이 아이를 데리고
나갈 채비를 하길래 어디가? 라고 물으니 오늘 애기 문화센터 가는 날인데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더군요.
대충 미안~ 이라고 말하면서 근데 요즘은 왜 마즙이 없어? 라고 말하다보니..
갑자기 생각나더라구요 판에 글썼던 사실이 ㅋㅋ
신랑 나가는 거 확인하고 이렇게 로그인 했습니다.
비번 찾으라고 혼났네요 ㅎㅎ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이혼을 하지 않았고,
신랑을 4월부터 육아휴직을 신청했으며, 현재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1년은 무리다 6개월만 해라 라고 했으나, 제가 그리고 시가에서 강력하게 1년을 요구했기에
이직을 염두에 두고 무리해서 1년 육아휴직을 냈습니다.
참..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도 우리나라 현실이 참담하다는 사실에 또 가슴이 아팠습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자를 능력없고 여자한테 꼼짝못하는 팔불출로 몰아가는 세상이
과연 올바른 세상인가요?
거저 얻은 거나 마찬가지인 자기자식 자신이 케어할 시간을 갖겠다는데,
더구나 법으로 명시된 휴직을 사용하면서도 이렇게 눈치를 보고 욕을 먹어야한다는 사실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다이어트를 했어요.
본글에도 썼다시피 한달은 의학에 힘을 빌어 위를 줄이는데 성공했고,
그 후엔 꾸준히 요가를 다녔고, 출근 2주 전부턴 마일리 사이러스 섹시러그 동영상 다운받아서
매일 하루도 빼지 않고 몸매를 가꿨습니다.
꽤 효과봤구요. ㅎㅎ
그렇다고 처녀적 몸매로 돌아가진 않더라구요..
넓어진 골반때문에 처녀석에 입던 바지는.. 고스란히 동생의 차지가 되었지만,
나름 현재의 모습에 만족합니다.
거짓말하지마라고 하실 분들 계실 거 압니다.
그래서 사진 들고 왔구요.
여러분들의 인격적인 모독과 성숙하지 않은 비판 아닌 비난이 제게
아주 큰 채찍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는 여자로 대접받기 위해선 일단 외모가 중시된다는 거,
아이의 엄마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따위는 일절 관심이 없다는 거,
아주 크게 배웠습니다.
얼굴 알아볼만한 사진밖에 없는 관계로 뒷태만 올릴게요.
현재는 조금 더 빠져서 52키로 나가요. 저 사진이 한달전인데 저때는 54키로.
글 올릴때보다 약 15키로 빠진 뒤죠.
저는 5월 1일 복직했고, 올해는 당연히 진급 누락이 될 것이 뻔하지만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애기 엄마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거의 매일 야근을 하다시피 하고,
출장도 절대 마다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선 신랑 육아휴직을 쓰게 하고 일하는 저를 이해못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후임들은 저를 영웅보듯 봐주니 그것도 꽤 괜찮네요 ㅎㅎ
저는 점점 잃어가던 '나'를 찾아가고 있고, 바닥을 치고 있던
'자존감'을 회복중입니다. 요즘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회사에선 업무에 피해주지 않는 똑부러진 워킹맘으로,
집에선 바깥일을 최선을 다하고 가사와 육아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가장으로 말이죠.
신랑은 정말 딱 한달간 아기의 얼굴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반성하는 게 있었는지 매일 기나긴 톡을 보내왔고,
전화도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해댔고, 4월에 육아휴직을 내겠다는 대답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참 뒤인 3월 20일 경에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달은 함께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신랑에게 그동안 제가 해왔던 모든 일들을
인수인계(?)해줬습니다.
도저히 천기저귀는 자신이 없다기에 여러가지를 찾던중 저희 아기에게 잘 맞는
메이x러브메x라는 기저귀를 찾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기저귀 발진 없이
잘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ㅎ
이유식도 손수 만들어 먹일 만큼 지금은 저보다 더 육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만 살림이 좀 엉망이긴 한데, 이 부분은 타고난 남성과 여성의 차이로 인정해주고
제가 많이 도와주고 있고,
주말은 신랑에게 토요일을 온전히 휴일로 인정해주고,
제가 일요일을 온전히 쉬고 있습니다.
신랑 혼자 일할때는 몰랐던 것들이 신랑도 이젠 알게 된거죠.
집에서 혼자서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한날 그러더군요..
혼자 가장이라는 큰 짐을 짊어지고 바깥일에 열중하던 때엔
바깥 일만이 우리 가족을 구호하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바깥 일은 그에 따르는 보상이 꽤나 크고 성취감으로 인해 자존감이 올라가지만,
집안일과 육아는 아이라는 큰 기쁨이 없다면 그 어떤 보상이 없다는 게 참 힘들다고
몸이 고된 건 참을 수 있지만 (오히려 군대시절이 더 고되고 힘들었다고 회상합디다.)
정신적인 고립과 자존감의 하락은 정말 자신을 좀 먹는 것 같아
요즘 선율이(아가의 태명입니다.)가 잠이 들고 나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웃기죠? 제가 그렇게 이야기할때는 귓등으로 듣지않고 막말을 하던 사람이 말입니다.
저희는 그렇게 온전한 화해를 했습니다.
아, 그리고 120키로에 육박하던 신랑의 몸무게는 약 105키로.. 거의 적정수준의 몸무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신랑은 93~95일때가 가장 이뻤거든요 ㅎㅎ 제눈엔.
자기 말로는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데도 살이 빠진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왜 당신은 안빠졌을까? 하다가 아, 당신은 임신때 찐 살이지.. 라며
알아서 꼬리도 내리구요.. ㅋㅋ 아주 많이 기가 꺾였습니다.
그리고 시부모, 시누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시부모 시누이는 제가 출근한 5월 1일부터 딱 일주일
시어머니와 시누이께서 번갈아가면서 신랑을 도와주셨습니다.
정말 딱 일주일이요.
그 후로는 전화도 받지 않으셨다고 신랑이 툴툴 대더군요. ㅎㅎㅎ
저희 아가는 지난 주 돌잔치를 무사히 잘 치르고 드디어 진정한 나이가 생겼습니다.
남자의 육아휴직..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응당 아기의 육아에 의한 것이 아닌,
부부 서로를 위해 꼭 필요하고,
또한 아내가 엄마 혹은 아내의 이름이 아닌 여자 그리고 나의 이름을 되찾고
자존감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ㅋㅋㅋ 허무하네요 쓰고 나니..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아기와 신랑과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며 잘 지내볼 생각이고,
신랑이 또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마다 본인의 어리석음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인지에 대해
이번처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고 가르쳐주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이혼을 생각했지만, 이혼, 그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거,
이곳분들의 고견으로 얻을 수 있는 답이었습니다.
짧은 생각으로 큰 실수를 범할 수 있었는데
여러분들의 고견덕으로 나름의 행복한 결말을 들고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